책소개
교회 안에는 성서가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서구 성서학에서는 성서의 사실성에 대한 회의적 태도가 지배적이었다. 성서를 탈역사화, 비신화화하려는 작업도 가속화되었다. 이것은 성서학의 치밀하고 탁월한 연구 결과들이 한국교회에 소개되지 못하도록 막는 큰 장애물이 되어왔다. 그 장애물을 제거하고 교회와 성서학 사이에 다리를 놓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성경을 읽다 보면 같은 사실을 서로 다르게 기록한 내용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궁금하게 여겨 질문해도 납득할 만한 답을 듣기 어렵다. 교회는 교회대로 성서학계는 학계대로 양쪽의 관점을 강화할 뿐이다. 이러한 문제로 교회를 떠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답은 있다. 이 책은 합리적인 모색을 통해 교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답을 찾는다.
본문은 사복음서 간에 나타나는 사실적 차이에 직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왜 그런 차이가 있을까? 복음서는 예수에 관한 사실을 담은 책이 아닌가? 그런 책이 맞다. 그러나 성서 시대 사람들이 생각하던 ‘사실’의 정의는 오늘의 우리와 달랐다. 이 책은 그 시대와 오늘날 사실 개념이 어떻게 다르게 변화해왔는지 살펴보고, 그와 관련하여 복음서의 장르 문제를 다룬다. 그리고 복음서의 사실성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구술성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다. 구술문화와 문자문화의 차이를 살펴보고 복음서의 구술성이 예수에 관한 역사적 사실의 전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해본다. 이를 위해 고대 그리스-로마 전기에 관한 최근의 분석들(2장)과 복음서 장르에 관한 논의들(3장), 구술성(orality)에 관한 새로운 연구들(4-5장)을 활용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독자들은 복음서가 ‘역사적 사실’임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짐도 함께 경험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사복음서 사이에 존재하는 사실적 차이를 인정하면서 동시에 성서의 사실성을 긍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보임으로써 한편으로는 교회의 신학적 수준을 끌어올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성서학이 교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성경을 읽어보고 싶으나 역사적 사실이 아닌 것 같아 선뜻 손에 잡히지 않는 분들, 성경에서 사실성이 의심되는 내용을 발견했으나 속 시원한 설명을 듣지 못해 답답한 평신도들, 비평적 성서학을 배운 후 성서의 역사성과 사실성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신학생들,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찾아온 교인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주어야 할지 막막한 목회자들에게 이 책이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지은이
안용성
장로회신학대학교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예일 대학교(S.T.M.)와 버클리 연합신학대학원(GTU, Ph.D.)에서 신약성서학과 문화연구를 공부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초빙교수와 학술연구교수(신약학)를 거쳐 현재 그루터기교회 담임목사로 섬기며 서울여자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신학자로서 문화적 성경 해석과 서사 공간에 대한 관심을 발전시키고 있고, 목회 경험을 기반으로 성경의 복음을 재정의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저서로 The Reign of God and Rome in Luke's Passion Narrative (Brill Academic Publishers, 2006), 『현상학과 서사 공간』, 『로마서와 하나님 나라』, 『두 이야기가 만나다』(이상 새물결플러스)가 있다.
차례
서문•교회를 위한 성서학
서론•성경은 역사적 사실인가?
1장 사복음서의 차이
배열 순서의 차이
세부 서술의 차이
2장 사실이란 무엇인가?
사실과 의미
역사 기록의 시작: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
기원후 1세기의 역사 서술과 사실 이해
3장 복음서의 장르
복음서는 전기가 아니다
복음서는 전기다
누가복음은 역사서다
4장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복음서의 구술 단계
구술문화에서 문자문화로
5장 복음서의 구술성
복음서의 구술성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복음서 구술성의 새로운 모델
결론•성경은 역사적 사실이다
참고문헌
본문 중에서
많은 독자들이 성경의 사실성을 놓고 고민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한 고민은 먼저 하나님이 정말 존재하는가 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부터 시작해서, 성경을 열자마자 나오는 한 주간의 천지창조, 여러 가지 기적들, 그리고 예수님의 동정녀 탄생이나 부활과 같이 현대 과학의 상식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으로 인해 생겨난다. 이런 고민은 대개 신앙이 깊어지고 하나님과 영적 세계에 관해 더 잘 알아가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믿어지지 않던 것이 믿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_서론 중에서
그리스-로마의 역사가와 전기 작가들은 이전의 역사 자료를 사용할 때 그것을 자구 그대로 옮기기보다는 어휘와 표현을 바꾸어 다시 서술했다. 이것은 수사학을 통해 정립된 그 당시의 글쓰기 관습이었다. 마태와 누가가 마가복음을 사용하는 방법에서도 그런 점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런데 키너는 여기서 더 나아가 오토의 자살에 관한 타키투스, 수에토니우스, 플루타르코스의 서술 중 여러 곳에 단순한 어휘와 문체의 차이를 넘어서는 사실적 불일치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차이점들 가운데는 복음서 사이에서 나타나는 것과 비슷한 배열 순서의 차이와 세부 서술의 차이가 포함된다. 키너는 복음서들 간에 나타나는 병행과 변이 같은 현상들은 그 시대 역사와 전기 저술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것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_2장 사실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복음서는 역사가 아니라 초기 그리스도 교회의 선포라는 불트만의 주장은 지나치게 단순한 이분법에서 나온 것이다. 역사와 케리그마는 상호 배타적인 범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불트만의 이분법은 그가 실증주의적 관점에서 베어 팩트를 찾으려 하기 때문에 나온 오류일 것이다. 모든 사실이 의미의 옷을 입고 있듯이, 역사적 예수는 초기 그리스도 신앙고백의 옷을 입고 있다. 다시 말해서 복음서는 베어 팩트로서의 역사도 아니고, 역사적 사실을 배제한 것으로서의 케리그마도 아니다. 복음서는 역사로서의 케리그마, 케리그마로서의 역사다.
_3장 복음서의 장르 중에서
바울이 고린도전서를 써 보낸 것은 기원후 50년대 초중반이다. 이때는 복음서 형성 제2단계(기원후 30-70)의 절반이 지난 후다. 그때까지 예수 전승은 예루살렘 사도들부터 바울까지 단 한 단계 이어졌을 뿐이다. 물론 사도들 자신도 여전히 살아서 목격자 증언을 계속하고 있었을 것이다. 기원후 80년대 중반에 저술된 누가복음 서문에서 저자는 목격자와 말씀의 일꾼 된 자들이 전하여 준 것을 서사로 엮어내는 그 일에 자신이 일부가 되었다고 말한다(눅 1:1-3). 예수 사건의 목격자로부터 직접 들은 내용을 토대로 복음서를 저술했다는 것이다. 이는 그 당시에도 예수 사건으로부터 복음서까지의 시간적・경험적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음을 보여준다. 보컴의 분석대로 예수의 말씀과 행적이 “공식적이면서 통제된” 방식으로 구술 전달되었다면, 그리고 복음서 저자들이 예수 사건의 목격자들과 직접 잇닿아 있었다면, 복음서 형성 제2단계의 구술 전달 과정은 복음서의 역사성과 사실성에 그리 심각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다.
_5장 복음서의 구술성 중에서
추천하는 글
네 개로 이루어진 복음서를 비교하여 읽다 보면 크고 작은 불일치와 모순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불일치와 모순은 조화되거나 해결될 수 있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가능한가? 저자 안용성은 이 질문에 대한 성서학계의 최근 연구를 교회를 위한 언어로 친절하게 풀어놓았다. 물론 이 책은 복음서의 장르와 구술성에 대한 학문적 입문서로도 손색이 없다. 신앙적 질문과 학문적 엄밀함이 동행하고 공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보물 같은 책이다.
권영주 |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신약학 교수
진정으로 성서의 역사성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나, 혹은 이 질문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정연한 논리와 겸허한 태도에 설복될 것이다.
김동수 | 평택대학교 신약학 교수, 한국신약학회 회장 역임
이 책은 신앙과 신학 사이에 놓인 해석학적 갈등을 해소시키는 소중한 시도다. 신학을 시작하면서 성서의 역사성을 직면하며 때론 당혹해하고 고민하는 신학도들에게, 그리고 성서를 더 진지하게 연구하고자 하는 평신도들에게 해석학적 기준을 제공하는 매력적인 서적이다. 성경을 깊이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이다.
김지철 |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 이사장, 전 소망교회 담임목사
자신의 삶을 ‘하나님 나라’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결단해서 신학대학을 선택한 자들은 한 학기가 지나가기 전에 대부분 큰 충격에 휩싸인다. 그것은 교회에서 배운 ‘성경무오설’에 대한 믿음과 대학에서 배우는 성경에 대한 이성·비평적 가르침이 충돌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 이론들의 문제점에 대해 저자는 구체적이면서 평이한 문장으로 반론을 제시하며, 성경 기록이 ‘역사적 사실’임을 논증한다. 성경의 역사성에 대해 의혹을 품거나 또는 성경의 기록에 대해 더 배우고 싶은 모든 분에게 이 책의 일독을 적극 추천한다.
류호성 | 서울장신대학교 신약학 교수
성경을 읽으면서 불일치와 모순으로 보이는 여러 난제에 맞닥뜨려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는 모든 분에게 일독을 추천한다. 보수적인 신앙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더 깊이 있게 성경을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찾아가는 긴장감 넘치는 여정 속에서 스스로의 믿음을 새롭게 점검하는 계기를 맞게 되리라 확신한다.
이두희 | 대한성서공회 번역담당 총무
이 책은 성서학 현장에서 소외되기 쉬운 목회 현장에 관한 성서학적 관심을 담았다. 어쩌면 이미 해당 내용들이 익숙한 전공 학자들에겐 ‘뻔하게’ 여겨질 수 있는 모범적인 내용들이지만, 그 내용들을 접근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fun하게’ 지식을 전
달해주는 점에서 탁월함을 엿볼 수 있다.
이민규 | 성서대학교 신약학 교수
이 책은 지금까지 우리가 늘 접해왔던 평범한 책이 아니다. 신학적인 지식이 풍성하게 녹아든 저술일수록 교회 현장과의 갭(gap)이 더욱 분명해지고 깊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이 책은 오히려 교회 성도들 개개인의 성경에 대한 관심거리와 궁금했던 소소한 질문들에 대해 깊은 신학적 성찰과 학계의 연구 결과물들을 잘 활용하면서, 저자 자신의 목회적 경험에 기초하여 쉽고도 논리정연하게 답하고 있다.
정창교 | 대전신학대학교 신약학 교수
『교회를 위한 성서학』은 ‘역사와 문학’, ‘역사와 신학’, ‘문학과 신학’의 역동적 상호관계를 진솔하게 다룬다. 성서가 역사적 토양 속에서 신앙 공동체(교회)를 위한 문서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성서가 학문의 세례를 받아 더욱 신앙 공동체 문서로 거듭날 수 있는 은혜가 있기 때문이다.
허주 | 아신대학교 신약학 교수
책소개
교회 안에는 성서가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서구 성서학에서는 성서의 사실성에 대한 회의적 태도가 지배적이었다. 성서를 탈역사화, 비신화화하려는 작업도 가속화되었다. 이것은 성서학의 치밀하고 탁월한 연구 결과들이 한국교회에 소개되지 못하도록 막는 큰 장애물이 되어왔다. 그 장애물을 제거하고 교회와 성서학 사이에 다리를 놓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성경을 읽다 보면 같은 사실을 서로 다르게 기록한 내용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궁금하게 여겨 질문해도 납득할 만한 답을 듣기 어렵다. 교회는 교회대로 성서학계는 학계대로 양쪽의 관점을 강화할 뿐이다. 이러한 문제로 교회를 떠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답은 있다. 이 책은 합리적인 모색을 통해 교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답을 찾는다.
본문은 사복음서 간에 나타나는 사실적 차이에 직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왜 그런 차이가 있을까? 복음서는 예수에 관한 사실을 담은 책이 아닌가? 그런 책이 맞다. 그러나 성서 시대 사람들이 생각하던 ‘사실’의 정의는 오늘의 우리와 달랐다. 이 책은 그 시대와 오늘날 사실 개념이 어떻게 다르게 변화해왔는지 살펴보고, 그와 관련하여 복음서의 장르 문제를 다룬다. 그리고 복음서의 사실성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구술성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다. 구술문화와 문자문화의 차이를 살펴보고 복음서의 구술성이 예수에 관한 역사적 사실의 전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생각해본다. 이를 위해 고대 그리스-로마 전기에 관한 최근의 분석들(2장)과 복음서 장르에 관한 논의들(3장), 구술성(orality)에 관한 새로운 연구들(4-5장)을 활용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독자들은 복음서가 ‘역사적 사실’임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짐도 함께 경험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사복음서 사이에 존재하는 사실적 차이를 인정하면서 동시에 성서의 사실성을 긍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보임으로써 한편으로는 교회의 신학적 수준을 끌어올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성서학이 교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성경을 읽어보고 싶으나 역사적 사실이 아닌 것 같아 선뜻 손에 잡히지 않는 분들, 성경에서 사실성이 의심되는 내용을 발견했으나 속 시원한 설명을 듣지 못해 답답한 평신도들, 비평적 성서학을 배운 후 성서의 역사성과 사실성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신학생들,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찾아온 교인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주어야 할지 막막한 목회자들에게 이 책이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지은이
안용성
장로회신학대학교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예일 대학교(S.T.M.)와 버클리 연합신학대학원(GTU, Ph.D.)에서 신약성서학과 문화연구를 공부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초빙교수와 학술연구교수(신약학)를 거쳐 현재 그루터기교회 담임목사로 섬기며 서울여자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신학자로서 문화적 성경 해석과 서사 공간에 대한 관심을 발전시키고 있고, 목회 경험을 기반으로 성경의 복음을 재정의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저서로 The Reign of God and Rome in Luke's Passion Narrative (Brill Academic Publishers, 2006), 『현상학과 서사 공간』, 『로마서와 하나님 나라』, 『두 이야기가 만나다』(이상 새물결플러스)가 있다.
차례
서문•교회를 위한 성서학
서론•성경은 역사적 사실인가?
1장 사복음서의 차이
배열 순서의 차이
세부 서술의 차이
2장 사실이란 무엇인가?
사실과 의미
역사 기록의 시작: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
기원후 1세기의 역사 서술과 사실 이해
3장 복음서의 장르
복음서는 전기가 아니다
복음서는 전기다
누가복음은 역사서다
4장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복음서의 구술 단계
구술문화에서 문자문화로
5장 복음서의 구술성
복음서의 구술성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복음서 구술성의 새로운 모델
결론•성경은 역사적 사실이다
참고문헌
본문 중에서
많은 독자들이 성경의 사실성을 놓고 고민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한 고민은 먼저 하나님이 정말 존재하는가 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부터 시작해서, 성경을 열자마자 나오는 한 주간의 천지창조, 여러 가지 기적들, 그리고 예수님의 동정녀 탄생이나 부활과 같이 현대 과학의 상식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으로 인해 생겨난다. 이런 고민은 대개 신앙이 깊어지고 하나님과 영적 세계에 관해 더 잘 알아가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믿어지지 않던 것이 믿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_서론 중에서
그리스-로마의 역사가와 전기 작가들은 이전의 역사 자료를 사용할 때 그것을 자구 그대로 옮기기보다는 어휘와 표현을 바꾸어 다시 서술했다. 이것은 수사학을 통해 정립된 그 당시의 글쓰기 관습이었다. 마태와 누가가 마가복음을 사용하는 방법에서도 그런 점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런데 키너는 여기서 더 나아가 오토의 자살에 관한 타키투스, 수에토니우스, 플루타르코스의 서술 중 여러 곳에 단순한 어휘와 문체의 차이를 넘어서는 사실적 불일치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차이점들 가운데는 복음서 사이에서 나타나는 것과 비슷한 배열 순서의 차이와 세부 서술의 차이가 포함된다. 키너는 복음서들 간에 나타나는 병행과 변이 같은 현상들은 그 시대 역사와 전기 저술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것들과 그리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_2장 사실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복음서는 역사가 아니라 초기 그리스도 교회의 선포라는 불트만의 주장은 지나치게 단순한 이분법에서 나온 것이다. 역사와 케리그마는 상호 배타적인 범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불트만의 이분법은 그가 실증주의적 관점에서 베어 팩트를 찾으려 하기 때문에 나온 오류일 것이다. 모든 사실이 의미의 옷을 입고 있듯이, 역사적 예수는 초기 그리스도 신앙고백의 옷을 입고 있다. 다시 말해서 복음서는 베어 팩트로서의 역사도 아니고, 역사적 사실을 배제한 것으로서의 케리그마도 아니다. 복음서는 역사로서의 케리그마, 케리그마로서의 역사다.
_3장 복음서의 장르 중에서
바울이 고린도전서를 써 보낸 것은 기원후 50년대 초중반이다. 이때는 복음서 형성 제2단계(기원후 30-70)의 절반이 지난 후다. 그때까지 예수 전승은 예루살렘 사도들부터 바울까지 단 한 단계 이어졌을 뿐이다. 물론 사도들 자신도 여전히 살아서 목격자 증언을 계속하고 있었을 것이다. 기원후 80년대 중반에 저술된 누가복음 서문에서 저자는 목격자와 말씀의 일꾼 된 자들이 전하여 준 것을 서사로 엮어내는 그 일에 자신이 일부가 되었다고 말한다(눅 1:1-3). 예수 사건의 목격자로부터 직접 들은 내용을 토대로 복음서를 저술했다는 것이다. 이는 그 당시에도 예수 사건으로부터 복음서까지의 시간적・경험적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음을 보여준다. 보컴의 분석대로 예수의 말씀과 행적이 “공식적이면서 통제된” 방식으로 구술 전달되었다면, 그리고 복음서 저자들이 예수 사건의 목격자들과 직접 잇닿아 있었다면, 복음서 형성 제2단계의 구술 전달 과정은 복음서의 역사성과 사실성에 그리 심각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다.
_5장 복음서의 구술성 중에서
추천하는 글
네 개로 이루어진 복음서를 비교하여 읽다 보면 크고 작은 불일치와 모순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불일치와 모순은 조화되거나 해결될 수 있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가능한가? 저자 안용성은 이 질문에 대한 성서학계의 최근 연구를 교회를 위한 언어로 친절하게 풀어놓았다. 물론 이 책은 복음서의 장르와 구술성에 대한 학문적 입문서로도 손색이 없다. 신앙적 질문과 학문적 엄밀함이 동행하고 공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보물 같은 책이다.
권영주 | 한국침례신학대학교 신약학 교수
진정으로 성서의 역사성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나, 혹은 이 질문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정연한 논리와 겸허한 태도에 설복될 것이다.
김동수 | 평택대학교 신약학 교수, 한국신약학회 회장 역임
이 책은 신앙과 신학 사이에 놓인 해석학적 갈등을 해소시키는 소중한 시도다. 신학을 시작하면서 성서의 역사성을 직면하며 때론 당혹해하고 고민하는 신학도들에게, 그리고 성서를 더 진지하게 연구하고자 하는 평신도들에게 해석학적 기준을 제공하는 매력적인 서적이다. 성경을 깊이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꼭 읽히고 싶은 책이다.
김지철 |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 이사장, 전 소망교회 담임목사
자신의 삶을 ‘하나님 나라’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결단해서 신학대학을 선택한 자들은 한 학기가 지나가기 전에 대부분 큰 충격에 휩싸인다. 그것은 교회에서 배운 ‘성경무오설’에 대한 믿음과 대학에서 배우는 성경에 대한 이성·비평적 가르침이 충돌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 이론들의 문제점에 대해 저자는 구체적이면서 평이한 문장으로 반론을 제시하며, 성경 기록이 ‘역사적 사실’임을 논증한다. 성경의 역사성에 대해 의혹을 품거나 또는 성경의 기록에 대해 더 배우고 싶은 모든 분에게 이 책의 일독을 적극 추천한다.
류호성 | 서울장신대학교 신약학 교수
성경을 읽으면서 불일치와 모순으로 보이는 여러 난제에 맞닥뜨려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는 모든 분에게 일독을 추천한다. 보수적인 신앙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더 깊이 있게 성경을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찾아가는 긴장감 넘치는 여정 속에서 스스로의 믿음을 새롭게 점검하는 계기를 맞게 되리라 확신한다.
이두희 | 대한성서공회 번역담당 총무
이 책은 성서학 현장에서 소외되기 쉬운 목회 현장에 관한 성서학적 관심을 담았다. 어쩌면 이미 해당 내용들이 익숙한 전공 학자들에겐 ‘뻔하게’ 여겨질 수 있는 모범적인 내용들이지만, 그 내용들을 접근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fun하게’ 지식을 전
달해주는 점에서 탁월함을 엿볼 수 있다.
이민규 | 성서대학교 신약학 교수
이 책은 지금까지 우리가 늘 접해왔던 평범한 책이 아니다. 신학적인 지식이 풍성하게 녹아든 저술일수록 교회 현장과의 갭(gap)이 더욱 분명해지고 깊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이 책은 오히려 교회 성도들 개개인의 성경에 대한 관심거리와 궁금했던 소소한 질문들에 대해 깊은 신학적 성찰과 학계의 연구 결과물들을 잘 활용하면서, 저자 자신의 목회적 경험에 기초하여 쉽고도 논리정연하게 답하고 있다.
정창교 | 대전신학대학교 신약학 교수
『교회를 위한 성서학』은 ‘역사와 문학’, ‘역사와 신학’, ‘문학과 신학’의 역동적 상호관계를 진솔하게 다룬다. 성서가 역사적 토양 속에서 신앙 공동체(교회)를 위한 문서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성서가 학문의 세례를 받아 더욱 신앙 공동체 문서로 거듭날 수 있는 은혜가 있기 때문이다.
허주 | 아신대학교 신약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