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생태계 위기”의 국면을 넘어 지구 가열화로 말미암은 “생태계 재난”의 국면에 돌입하였다. 자연 생물은 물론 인간 자신이 자연재난으로 떼죽음을 당하는 일들이 전 세계적으로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 많은 학자들은 이런 생태 재난 사태를 초래한 원인이 성서의 창조설화에 있다고 주장한다. 말하자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이 세계의 중심이요 자연은 인간을 위한 정복과 지배의 대상이라는 창조설화의 인간중심주의가 그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본서는 인간중심주의가 아니라 인간의 이기적 본성이 오늘날 생태계 위기의 근본 원인이며, 인간은 본래 자연의 정복자, 지배자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자연 만물과 상생해야 할 존재, 자연에 의존해서 살아가야 하는 자연의 구성원이자 자연의 친족으로 창조되었다는 사실을 다양한 각도에서 드러낸다. 본서는 이에 대한 신학적 근거를 삼위일체 하나님에게서 발견한다. 삼위일체란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이 셋으로 구별되지만 한 몸(일체)으로 결합되어 상생하는 하나님, 곧 “사랑”의 하나님을 가리킨다. 만물이 삼위일체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하나님의 것”이라면, 만물은 삼위일체 하나님처럼 사랑 안에서 상생하고자 하는 본성을 지닐 것이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어릴 때부터 친구를 찾는다. 숲속의 새들과 산 위의 나무들도 생명에 필요한 정보를 나누며 상생한다.
생태계 멸절 사태에 직면한 현대 사회는 마치 나침반이 망가져 대양을 표류하는 한 척의 작은 배처럼 보인다. 이 배가 언제 어떻게 파괴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형편에 있다. 강력한 이기주의와 생존투쟁과 각자도생이 삶의 법칙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우주적 파멸이 세계의 마지막(종말)일 것이라고 좌절한다. 그러나 사랑의 하나님은 자신이 만든 세계의 파멸과 폐기를 원하지 않는다. 아기를 출산한 엄마가 아기와 함께 상생하기를 원하는 것처럼 사랑의 하나님은 만물의 상생을 원한다. 이 사랑이 만물 속에 내재해있다. 친구를 기뻐하는 어린 아기들, 작은 벌이나 개미들 속에도 이 사랑이 있다. 그렇다면 세계의 마지막은 대파멸과 폐기일 수 없다. 주기도문이 말하는 “하나님의 뜻”은 세계의 대파멸과 폐기가 아니라, 만물이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상생하는 세계, 죽음의 세계가 아니라 생명의 세계, “최고악”(summum malum)이 아니라 “최고선”(summum bonum)이 이루어지는 데 있다. 우리는 이 목적을 향한 기다림과 희망을 포기할 수 없다.
본서는 지구 생태계가 직면한 끔찍한 위기에 대한 분석에서부터 기독교의 종말론적 참 희망, 곧 생태계 전체의 회복과 갱신을 염원하는 신학적 전망을 방대한 문헌적 자료를 통해 집대성한 생태신학의 보물창고 역할을 수행하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지은이 소개 | 김균진
부산상업고등학교(현 개성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목회 소명을 받았고, 한신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한 후에 연세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석사학위(M.A.), 독일의 튀빙겐 대학교에서 위르겐 몰트만 교수의 지도로 신학박사 학위(Dr.theol.)를 받았다. 1977년부터 연세대학교 신과대학과 연합신학대학원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차례
발행인의 글
머리말
서론
서론: 생명생태신학의 개념과 이 책의 주요 관심
제1부
제1부 생태계의 위기상황과 그 원인들
I. 생태계의 위기에서 현대문명의 총체적 위기상황으로
1. 자연자원의 파괴, 쓰레기 폐기장이 된 자연
2. 대기오염, 지구 온실화, 이상기후
3. 자연재난, 산림파괴, 땅의 오염과 파괴
4. 땅의 사막화, 물 부족, 농경지 감소
5. 해수면 상승과 땅의 침수
6. 생물 서식지 파괴, 해저 사막화, 생물 종들의 사멸
7. 생명과 죽음의 갈림길에 선 현대세계
II. 뿌리 깊은 기독교 문화권의 인간중심주의, 그 신학적 근거와 역사적 발전
1. 창조설화에 대한 인간중심주의적 해석
2. 인간중심주의의 역사적 발전
3. 20세기 신학의 인간중심주의
4. 마르크스주의에 있어 자연의 소외
III. 생태계 위기의 진짜 원인들
1. 문제의 뿌리는 인간의 무한한 욕심이다
2. 세계화된 자유시장경제와 성장제일주의
3. “계산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계산하여라 ” - 현대 자연과학과 과학기술의 가능성과 문제성
IV. 생태계 위기의 숨은 원인 - 기계론적 세계관과 무신론적, 물질론적 세계관
1. 고전물리학의 기계론적 세계관
2. 무신론적, 물질론적 세계관
3. 기계론적, 무신론적, 물질론적 세계관의 문제점
제2부
제2부 자연은 상부상조와 상생의 유기체다 - 자연에 대한 신학적 이해
I. 자연은 하나님이 창조한 하나님의 것이다
1. 자연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것이다 - 하나님의 삼위일체에 근거한 만물의 상생의 본성
2. 자연의 중심은 하나님이다
3. “각 피조물은 자신의 삶의 세계를 가진다” - 피조물의 “있음” 자체의 가치와 존엄성
4. 창조의 완성은 만물의 상생이다 - 만물의 상생을 목적하는 안식일, 안식년, 희년 계명
5. 하나님이 세계를 창조한 목적은 무엇인가?
II. 빅뱅인가, 하나님의 창조인가? - 자연과학과 종교의 적절한 관계 모색
1. 빅뱅 이론의 내용과 문제성
2. 창조설화는 자연과학적 지식을 주고자 하는가? - 창조설화의 역사적 동기와 목적
3. 상호보완의 관계에 있는 자연과학과 종교 및 인문과학
III.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은” 세계
1. 생명에 해가 되는 세계부정의 사상들
2.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은” 세계는 어떤 세계인가?
3. 기독교는 세계긍정의 종교다
4. 새로운 생명의 세계를 향한 종말론적, 메시아적 언어로서의 창조설화
5. 하나님 나라의 광채와 약속으로서의 자연
6. “살고자 하거든 자연의 질서를 보고 배워라 ” - 자연계시의 가르침
IV. 자연은 하나님과 모든 피조물의 집이다
1. 자연은 하나님의 집이다
2. 만물 속에 내재하는 하나님의 신성
3. 자연은 모든 생명의 집과 본향이다
4. 유일신론은 자연에 대한 죄악인가?
5. 범신론이 문제의 열쇠인가? - 하나님의 세계초월과 세계내재의 변증법
V. 만물이 결합되어 있는 상생의 생명 공동체
1.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 생명 공동체로서의 자연 - 물질에 대한 유기론적 해석
2. 만물이 하나님의 가족이요 형제자매다
3. “가이아” 가설의 생명생태신학적 의미
4. 자연의 진화를 통한 하나님의 계속적 개방성과 역사성에 대한 신학적 고찰
2. “자연의 무역사성은 시각적 착각이다” - 현대 자연과학에서 자연의 개방성과 역사성
3. 자연도 자신의 주체성을 가진다
제3부
제3부 자연 없이 살 수 없는 인간, 그 구원과 종말
I. 자연의 친족, 아주 특별한 친족인 인간
1. “우리 자신이 자연이다”(G. Böhme)
2. 자연 없이 살 수 없는 자연의존적 존재
3. 인간은 짐승에 불과한가? - 자연주의적 인간관의 위험성
4. 자연의 아주 특별한 존재인 인간
5. 이기적 본성과 공동체적 본성의 양면적 존재
6. 행복하게 사는 길은 무엇인가?
II. 너희는 “하나님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1. 하나님의 형상에 대한 인간중심의 해석
2. 모든 인간 생명의 평등을 말하는 하나님의 형상
3. 상부상조와 상생에 있는 하나님의 형상
III. 자연의 정복과 다스림, 그 참된 의미
1. 자연에 대한 정복과 다스림의 참 의미
2. 참 통치자는 섬기는 자다
3. 정복과 지배를 목적으로 삼는 주객도식, 그 극복의 길
4. 사랑하는 만큼 인식한다 - 창조영성에의 길
IV. 인간의 영혼만이 구원의 대상인가?
1. “진리는 전체에 있다”(Hegel) - 몸과 물질과 자연을 포함하는 하나님의 총체적 구원
2. 자연의 구원자 “우주적 그리스도”
3. 상관관계 속에 있는 인간구원과 자연구원
4. 자연중심주의가 구원의 길인가?
V. 세계는 우주적 파멸로 끝날 것인가?
1. 세계의 종말에 대한 자연과학적 시나리오들
2. 만물의 상생이 세계의 목적이다 - 성서의 메시아적 종말론
3. 사랑은 폐기 대신 상생을 원한다
4. 블로흐의 무신론적 summum bonum의 종말론
부록
부록: 양자이론의 생명생태신학적 의미
1. 양자이론의 기초를 준비한 막스 플랑크와 아인슈타인
2. 정신과 물질의 이원론의 상대화
3. 상호작용 속에 있는 실재의 세계와 인간
4. 결정되지 않은 개연성의 세계 -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이론”
5. 닐스 보어의 상호보완의 원리
6. 유기체적 관계 속에 있는 전일적 세계
7. 카오스 이론의 세계관
8. 양자이론의 생명생태신학적 의미
맺음말
참고문헌
본문 중에서
그리스도의 구원의 복음은 모든 인간이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죄 용서를 받고 “새 피조물”로 태어나 만물과 상생하는 세계가 시작하였음을 천명한다. 예수께서 시작한 하나님 나라는 만물이 삼위일체 하나님 안에서 상생하는 세계다. 회개는 하나님 없이 살던 인간이 삼위일체 하나님 안에서 만물과 상생하는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말한다. 교회는 삼위일체 하나님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곧 상생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다. 성찬식은 인간의 생명에 기초적인 물질을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함께 나누며 상생하는 공동체의 회복을 가시화한다. 세계의 종말 곧 역사의 목적은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의 대파멸과 폐기가 아니라, 만물이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와 평화 속에서 상생하는 세계의 완성이다. 한마디로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다. 사랑의 종교는 상생의 종교다. 어떤 종교는 무(無)에 이르는 것을, 다른 종교는 힘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가진다면, 기독교는 만물의 사랑, 곧 상부상조와 상생을 목적으로 삼는다.
_ “서론: 생명생태신학의 개념과 이 책의 주요 관심” 중에서
오늘 우리의 세계는 생태계의 위기 상태에서 생태계 재앙의 국면으로 전환하였다. 이제는 “지구온난화”의 단계를 넘어 “지구가열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세계 곳곳에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난들이 일어나고 있다. 생태계 위기에 대한 경고는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1968년 서유럽의 과학자, 교육자, 기업 경영자 등 70여 명의 인물이 로마에서 결성한 “로마클럽”(Club of Rome)은 1972년 “성장의 한계”(The Limits of Growth)라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그 이후 수많은 학자와 연구기관들이 생태계 위기의 심각성을 계속 지적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촉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금도 많은 사람은 위기상황을 인정하지 않는다. 지금의 상황은 자연의 역사에 속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상황이 심각하다 할지라도 인류는 과학기술을 통해 그것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낙관한다. 그러나 생태계 연구자들에 의하면 지구온난화, 가열화가 계속될 경우 인류 문명이 앞으로 63년 내지 75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_ “제1부 - I. 생태계의 위기에서 현대문명의 총체적 위기상황으로” 중에서
오늘의 기후위기, 생태계 재앙의 가장 근본적 원인은 인간의 이기적 본성과 이기적 욕망에 있다. “일시적인 기후재앙도 마찬가지지만 총체적인 기후위기 문제의 근본 원인은 인간이다.” “불투명한 현대과학과 기술에 지배받은 인간의 폭주하는 욕망과 이 욕망을 충족하는 데 여념이 없는 소비 사회가 기후위기의 근본 원인이다.” 경제성장은 더 많은 소비와 더 많은 생산을 전제한다. 따라서 경제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가진 사회는 “무제한적인 소비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편으로 인간의 욕망을 무제약적으로 추동하고 충동한다.
_ “제1부 - III. 생태계 위기의 진짜 원인들” 중에서
하나님이 세계를 창조하신 목적은 하나님의 성육신에 극단적 형태로 나타난다. 인간이 아닌 하나님의 아들이 인간이 되어 인간과 함께 계신다. 그는 인간의 구원자, 인간의 친구가 되신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는 그의 제자들을 친구라고 부른다(요 15:14-15). 그는 죽은 나사로를 친구라 부른다(11:11). 그는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가 되시며(마 11:19; 눅 7:34), 세상의 연약한 사람들을 “내 형제자매”라고 부른다(마 25:40). 그는 이들과 상생하며 이들을 위해 자기의 생명을 내어준다. 예언도 사라지고 방언도 그치며 지식도 사라진다. 그러나 이웃과 상생하는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고전 13:8).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 “가장 아름다운 것”은 예언도 아니고 방언도 지식도 아니다. 그것은 더불어 사는 사랑이다.
_“제2부 - I. 자연은 하나님이 창조한 하나님의 것이다” 중에서
자연과학이 바닷속에서 물리적 팩트를 본다면, 종교와 신학은 바닷속에서 무한한 다양성과 새로운 가능성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생명의 세계를 본다. 이와 동시에 종교와 신학은 이 바다를 오염시키고 그 속의 생명을 무자비하게 죽이는 인간의 이기적 욕망을 보고 바닷속 생명의 신음소리를 듣는다. 어떤 사람은 자연의 진화과정 속에서 생존투쟁과 적자생존의 단순한 자연적 과정을 보는 반면, 어떤 사람은 그 속에서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하나님의 생명의 힘을 본다. 대상은 하나인데 대상에 대한 관점과 관심이 다를 뿐이다.
_“제2부 - V. 만물이 결합되어 있는 상생의 생명 공동체” 중에서
생물학적으로 볼 때 인간은 자연에서 나온 자연적 존재, 자연의 친족임은 부인할 수 없다. 인간은 자연이다! 그러나 인간은 자연 생태계의 정점에 서 있는 존재라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점에서 인간은 자연의 특별한 존재인가? 신학적 관점에서 우리는 인간의 특별한 존재를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볼 수 있다. 하나님의 영은 자연 안에도 있지만, 하나님과 인격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피조물은 인간뿐이다. 종교를 가진 피조물은 인간뿐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회개하며 하나님의 말씀대로 행하고 그 말씀을 언어를 통해 이웃에게 전할 수 있는 것도 인간뿐이다. 인간 외에 어떤 자연의 피조물도 하나님 앞에서 죄를 고백할 수 없고 회개할 수 없다. “그는 세계의 형상(imago mundi)이다. 소우주(Mikrokosmos)로서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모든 다른 피조물들을 대변한다. 그는 모든 다른 피조물들을 위해 살고, 말하고 행동한다. 세계의 형상으로 이해되는 인간은 제사장적 피조물이요 성례적 존재(eucharitisches Wesen)다. 그는 하나님 앞에서 창조의 공동체를 대리한다”(Moltmann 1985, 197).
_ “제3부 - I. 자연의 친족, 아주 특별한 친족인 인간” 중에서
세계의 목적을 우주적 파멸로 보는 현대 자연과학자들의 비관적 시나리오들에 반해 유대인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는 희망의 종말론을 주장한다. 그는 세계 부정의 종말론 대신에 세계 긍정의 종말론을 말한다. 그의 “희망의 철학”은 “희망의 종말론”이라 말할 수 있다. 그것은 구약성서의 메시아 통치에 대한 기다림, 곧 메시아주의를 무신론적으로 풀이한 무신론적인 메시아적 종말론이라 말할 수 있다. 블로흐는 헤겔 연구자로, “부정적인 것의 부정”을 통한 역사 발전을 이야기하는 헤겔의 변증법에 근거하여 세계사를 “아직 주어지지 않은” 완전한 것, 전체적이고 “가장 좋은 것”이 실현되는 변증법적 과정으로 파악한다. 세계사의 목적 곧 “종말”을 가리켜 그는 세계의 완성과 구원으로 이해한다. 이를 가리켜 블로흐는 “새 하늘과 새 땅”이라는 성서의 개념을 사용하기도 한다. 세계의 모든 사물은 이 목적을 향한 기다림과 희망 속에 있다, 세계의 모든 사물 속에는 이 목적을 향한 지향성(Tendenzen)이 내재한다, 블로흐의 “희망의 철학”은 이 내재성을 해명하고 인간의 책임 있는 실천을 요구하는 일을 중심 과제로 가진다. 그것은 “새 하늘과 새 땅”을 지향하는 성서의 메시아적 종말론을 철학적으로 변형한 무신론적 희망의 종말론이라 말할 수 있다.
_ “제3부 - V. 세계는 우주적 파멸로 끝날 것인가?” 중에서
그러나 인간이 하나님처럼 “완전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완전”은 하나님에게만 있다. 만일 인간이 완전하다면 그는 하나님일 것이다. 인간은 인간인 한 그의 이기적 본성은 없어지지 않는다. 깊은 사랑의 순간 속에서도 인간은 “나의 것”을 생각한다. 그는 결함 있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완전”은 그에게 종말론적 목적일 뿐이다. 그러나 인간은 이기적 본성과 이기적 욕심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내 그림자가 나를 늘 따라다니지만 그림자를 밟지 않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는 하나님이 될 수 없지만 “하나님의 성품”을 닮을 수 있다. “완전”은 하나님께 있지만 그는 “완전”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_ “맺음말” 중에서
책소개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생태계 위기”의 국면을 넘어 지구 가열화로 말미암은 “생태계 재난”의 국면에 돌입하였다. 자연 생물은 물론 인간 자신이 자연재난으로 떼죽음을 당하는 일들이 전 세계적으로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 많은 학자들은 이런 생태 재난 사태를 초래한 원인이 성서의 창조설화에 있다고 주장한다. 말하자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이 세계의 중심이요 자연은 인간을 위한 정복과 지배의 대상이라는 창조설화의 인간중심주의가 그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본서는 인간중심주의가 아니라 인간의 이기적 본성이 오늘날 생태계 위기의 근본 원인이며, 인간은 본래 자연의 정복자, 지배자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자연 만물과 상생해야 할 존재, 자연에 의존해서 살아가야 하는 자연의 구성원이자 자연의 친족으로 창조되었다는 사실을 다양한 각도에서 드러낸다. 본서는 이에 대한 신학적 근거를 삼위일체 하나님에게서 발견한다. 삼위일체란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이 셋으로 구별되지만 한 몸(일체)으로 결합되어 상생하는 하나님, 곧 “사랑”의 하나님을 가리킨다. 만물이 삼위일체 하나님의 피조물로서 “하나님의 것”이라면, 만물은 삼위일체 하나님처럼 사랑 안에서 상생하고자 하는 본성을 지닐 것이다. 그래서 우리 인간은 어릴 때부터 친구를 찾는다. 숲속의 새들과 산 위의 나무들도 생명에 필요한 정보를 나누며 상생한다.
생태계 멸절 사태에 직면한 현대 사회는 마치 나침반이 망가져 대양을 표류하는 한 척의 작은 배처럼 보인다. 이 배가 언제 어떻게 파괴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형편에 있다. 강력한 이기주의와 생존투쟁과 각자도생이 삶의 법칙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우주적 파멸이 세계의 마지막(종말)일 것이라고 좌절한다. 그러나 사랑의 하나님은 자신이 만든 세계의 파멸과 폐기를 원하지 않는다. 아기를 출산한 엄마가 아기와 함께 상생하기를 원하는 것처럼 사랑의 하나님은 만물의 상생을 원한다. 이 사랑이 만물 속에 내재해있다. 친구를 기뻐하는 어린 아기들, 작은 벌이나 개미들 속에도 이 사랑이 있다. 그렇다면 세계의 마지막은 대파멸과 폐기일 수 없다. 주기도문이 말하는 “하나님의 뜻”은 세계의 대파멸과 폐기가 아니라, 만물이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상생하는 세계, 죽음의 세계가 아니라 생명의 세계, “최고악”(summum malum)이 아니라 “최고선”(summum bonum)이 이루어지는 데 있다. 우리는 이 목적을 향한 기다림과 희망을 포기할 수 없다.
본서는 지구 생태계가 직면한 끔찍한 위기에 대한 분석에서부터 기독교의 종말론적 참 희망, 곧 생태계 전체의 회복과 갱신을 염원하는 신학적 전망을 방대한 문헌적 자료를 통해 집대성한 생태신학의 보물창고 역할을 수행하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지은이 소개 | 김균진
부산상업고등학교(현 개성고등학교)에 다니면서 목회 소명을 받았고, 한신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한 후에 연세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석사학위(M.A.), 독일의 튀빙겐 대학교에서 위르겐 몰트만 교수의 지도로 신학박사 학위(Dr.theol.)를 받았다. 1977년부터 연세대학교 신과대학과 연합신학대학원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차례
발행인의 글
머리말
서론
서론: 생명생태신학의 개념과 이 책의 주요 관심
제1부
제1부 생태계의 위기상황과 그 원인들
I. 생태계의 위기에서 현대문명의 총체적 위기상황으로
1. 자연자원의 파괴, 쓰레기 폐기장이 된 자연
2. 대기오염, 지구 온실화, 이상기후
3. 자연재난, 산림파괴, 땅의 오염과 파괴
4. 땅의 사막화, 물 부족, 농경지 감소
5. 해수면 상승과 땅의 침수
6. 생물 서식지 파괴, 해저 사막화, 생물 종들의 사멸
7. 생명과 죽음의 갈림길에 선 현대세계
II. 뿌리 깊은 기독교 문화권의 인간중심주의, 그 신학적 근거와 역사적 발전
1. 창조설화에 대한 인간중심주의적 해석
2. 인간중심주의의 역사적 발전
3. 20세기 신학의 인간중심주의
4. 마르크스주의에 있어 자연의 소외
III. 생태계 위기의 진짜 원인들
1. 문제의 뿌리는 인간의 무한한 욕심이다
2. 세계화된 자유시장경제와 성장제일주의
3. “계산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계산하여라 ” - 현대 자연과학과 과학기술의 가능성과 문제성
IV. 생태계 위기의 숨은 원인 - 기계론적 세계관과 무신론적, 물질론적 세계관
1. 고전물리학의 기계론적 세계관
2. 무신론적, 물질론적 세계관
3. 기계론적, 무신론적, 물질론적 세계관의 문제점
제2부
제2부 자연은 상부상조와 상생의 유기체다 - 자연에 대한 신학적 이해
I. 자연은 하나님이 창조한 하나님의 것이다
1. 자연은 삼위일체 하나님의 것이다 - 하나님의 삼위일체에 근거한 만물의 상생의 본성
2. 자연의 중심은 하나님이다
3. “각 피조물은 자신의 삶의 세계를 가진다” - 피조물의 “있음” 자체의 가치와 존엄성
4. 창조의 완성은 만물의 상생이다 - 만물의 상생을 목적하는 안식일, 안식년, 희년 계명
5. 하나님이 세계를 창조한 목적은 무엇인가?
II. 빅뱅인가, 하나님의 창조인가? - 자연과학과 종교의 적절한 관계 모색
1. 빅뱅 이론의 내용과 문제성
2. 창조설화는 자연과학적 지식을 주고자 하는가? - 창조설화의 역사적 동기와 목적
3. 상호보완의 관계에 있는 자연과학과 종교 및 인문과학
III.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은” 세계
1. 생명에 해가 되는 세계부정의 사상들
2.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은” 세계는 어떤 세계인가?
3. 기독교는 세계긍정의 종교다
4. 새로운 생명의 세계를 향한 종말론적, 메시아적 언어로서의 창조설화
5. 하나님 나라의 광채와 약속으로서의 자연
6. “살고자 하거든 자연의 질서를 보고 배워라 ” - 자연계시의 가르침
IV. 자연은 하나님과 모든 피조물의 집이다
1. 자연은 하나님의 집이다
2. 만물 속에 내재하는 하나님의 신성
3. 자연은 모든 생명의 집과 본향이다
4. 유일신론은 자연에 대한 죄악인가?
5. 범신론이 문제의 열쇠인가? - 하나님의 세계초월과 세계내재의 변증법
V. 만물이 결합되어 있는 상생의 생명 공동체
1.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 생명 공동체로서의 자연 - 물질에 대한 유기론적 해석
2. 만물이 하나님의 가족이요 형제자매다
3. “가이아” 가설의 생명생태신학적 의미
4. 자연의 진화를 통한 하나님의 계속적 개방성과 역사성에 대한 신학적 고찰
2. “자연의 무역사성은 시각적 착각이다” - 현대 자연과학에서 자연의 개방성과 역사성
3. 자연도 자신의 주체성을 가진다
제3부
제3부 자연 없이 살 수 없는 인간, 그 구원과 종말
I. 자연의 친족, 아주 특별한 친족인 인간
1. “우리 자신이 자연이다”(G. Böhme)
2. 자연 없이 살 수 없는 자연의존적 존재
3. 인간은 짐승에 불과한가? - 자연주의적 인간관의 위험성
4. 자연의 아주 특별한 존재인 인간
5. 이기적 본성과 공동체적 본성의 양면적 존재
6. 행복하게 사는 길은 무엇인가?
II. 너희는 “하나님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1. 하나님의 형상에 대한 인간중심의 해석
2. 모든 인간 생명의 평등을 말하는 하나님의 형상
3. 상부상조와 상생에 있는 하나님의 형상
III. 자연의 정복과 다스림, 그 참된 의미
1. 자연에 대한 정복과 다스림의 참 의미
2. 참 통치자는 섬기는 자다
3. 정복과 지배를 목적으로 삼는 주객도식, 그 극복의 길
4. 사랑하는 만큼 인식한다 - 창조영성에의 길
IV. 인간의 영혼만이 구원의 대상인가?
1. “진리는 전체에 있다”(Hegel) - 몸과 물질과 자연을 포함하는 하나님의 총체적 구원
2. 자연의 구원자 “우주적 그리스도”
3. 상관관계 속에 있는 인간구원과 자연구원
4. 자연중심주의가 구원의 길인가?
V. 세계는 우주적 파멸로 끝날 것인가?
1. 세계의 종말에 대한 자연과학적 시나리오들
2. 만물의 상생이 세계의 목적이다 - 성서의 메시아적 종말론
3. 사랑은 폐기 대신 상생을 원한다
4. 블로흐의 무신론적 summum bonum의 종말론
부록
부록: 양자이론의 생명생태신학적 의미
1. 양자이론의 기초를 준비한 막스 플랑크와 아인슈타인
2. 정신과 물질의 이원론의 상대화
3. 상호작용 속에 있는 실재의 세계와 인간
4. 결정되지 않은 개연성의 세계 -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이론”
5. 닐스 보어의 상호보완의 원리
6. 유기체적 관계 속에 있는 전일적 세계
7. 카오스 이론의 세계관
8. 양자이론의 생명생태신학적 의미
맺음말
참고문헌
본문 중에서
그리스도의 구원의 복음은 모든 인간이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죄 용서를 받고 “새 피조물”로 태어나 만물과 상생하는 세계가 시작하였음을 천명한다. 예수께서 시작한 하나님 나라는 만물이 삼위일체 하나님 안에서 상생하는 세계다. 회개는 하나님 없이 살던 인간이 삼위일체 하나님 안에서 만물과 상생하는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말한다. 교회는 삼위일체 하나님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곧 상생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다. 성찬식은 인간의 생명에 기초적인 물질을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함께 나누며 상생하는 공동체의 회복을 가시화한다. 세계의 종말 곧 역사의 목적은 하나님이 지으신 세계의 대파멸과 폐기가 아니라, 만물이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와 평화 속에서 상생하는 세계의 완성이다. 한마디로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다. 사랑의 종교는 상생의 종교다. 어떤 종교는 무(無)에 이르는 것을, 다른 종교는 힘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가진다면, 기독교는 만물의 사랑, 곧 상부상조와 상생을 목적으로 삼는다.
_ “서론: 생명생태신학의 개념과 이 책의 주요 관심” 중에서
오늘 우리의 세계는 생태계의 위기 상태에서 생태계 재앙의 국면으로 전환하였다. 이제는 “지구온난화”의 단계를 넘어 “지구가열화” 단계에 진입했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세계 곳곳에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난들이 일어나고 있다. 생태계 위기에 대한 경고는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1968년 서유럽의 과학자, 교육자, 기업 경영자 등 70여 명의 인물이 로마에서 결성한 “로마클럽”(Club of Rome)은 1972년 “성장의 한계”(The Limits of Growth)라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그 이후 수많은 학자와 연구기관들이 생태계 위기의 심각성을 계속 지적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촉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금도 많은 사람은 위기상황을 인정하지 않는다. 지금의 상황은 자연의 역사에 속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상황이 심각하다 할지라도 인류는 과학기술을 통해 그것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낙관한다. 그러나 생태계 연구자들에 의하면 지구온난화, 가열화가 계속될 경우 인류 문명이 앞으로 63년 내지 75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_ “제1부 - I. 생태계의 위기에서 현대문명의 총체적 위기상황으로” 중에서
오늘의 기후위기, 생태계 재앙의 가장 근본적 원인은 인간의 이기적 본성과 이기적 욕망에 있다. “일시적인 기후재앙도 마찬가지지만 총체적인 기후위기 문제의 근본 원인은 인간이다.” “불투명한 현대과학과 기술에 지배받은 인간의 폭주하는 욕망과 이 욕망을 충족하는 데 여념이 없는 소비 사회가 기후위기의 근본 원인이다.” 경제성장은 더 많은 소비와 더 많은 생산을 전제한다. 따라서 경제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가진 사회는 “무제한적인 소비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편으로 인간의 욕망을 무제약적으로 추동하고 충동한다.
_ “제1부 - III. 생태계 위기의 진짜 원인들” 중에서
하나님이 세계를 창조하신 목적은 하나님의 성육신에 극단적 형태로 나타난다. 인간이 아닌 하나님의 아들이 인간이 되어 인간과 함께 계신다. 그는 인간의 구원자, 인간의 친구가 되신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는 그의 제자들을 친구라고 부른다(요 15:14-15). 그는 죽은 나사로를 친구라 부른다(11:11). 그는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가 되시며(마 11:19; 눅 7:34), 세상의 연약한 사람들을 “내 형제자매”라고 부른다(마 25:40). 그는 이들과 상생하며 이들을 위해 자기의 생명을 내어준다. 예언도 사라지고 방언도 그치며 지식도 사라진다. 그러나 이웃과 상생하는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고전 13:8).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 “가장 아름다운 것”은 예언도 아니고 방언도 지식도 아니다. 그것은 더불어 사는 사랑이다.
_“제2부 - I. 자연은 하나님이 창조한 하나님의 것이다” 중에서
자연과학이 바닷속에서 물리적 팩트를 본다면, 종교와 신학은 바닷속에서 무한한 다양성과 새로운 가능성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생명의 세계를 본다. 이와 동시에 종교와 신학은 이 바다를 오염시키고 그 속의 생명을 무자비하게 죽이는 인간의 이기적 욕망을 보고 바닷속 생명의 신음소리를 듣는다. 어떤 사람은 자연의 진화과정 속에서 생존투쟁과 적자생존의 단순한 자연적 과정을 보는 반면, 어떤 사람은 그 속에서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하나님의 생명의 힘을 본다. 대상은 하나인데 대상에 대한 관점과 관심이 다를 뿐이다.
_“제2부 - V. 만물이 결합되어 있는 상생의 생명 공동체” 중에서
생물학적으로 볼 때 인간은 자연에서 나온 자연적 존재, 자연의 친족임은 부인할 수 없다. 인간은 자연이다! 그러나 인간은 자연 생태계의 정점에 서 있는 존재라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점에서 인간은 자연의 특별한 존재인가? 신학적 관점에서 우리는 인간의 특별한 존재를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볼 수 있다. 하나님의 영은 자연 안에도 있지만, 하나님과 인격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피조물은 인간뿐이다. 종교를 가진 피조물은 인간뿐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회개하며 하나님의 말씀대로 행하고 그 말씀을 언어를 통해 이웃에게 전할 수 있는 것도 인간뿐이다. 인간 외에 어떤 자연의 피조물도 하나님 앞에서 죄를 고백할 수 없고 회개할 수 없다. “그는 세계의 형상(imago mundi)이다. 소우주(Mikrokosmos)로서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모든 다른 피조물들을 대변한다. 그는 모든 다른 피조물들을 위해 살고, 말하고 행동한다. 세계의 형상으로 이해되는 인간은 제사장적 피조물이요 성례적 존재(eucharitisches Wesen)다. 그는 하나님 앞에서 창조의 공동체를 대리한다”(Moltmann 1985, 197).
_ “제3부 - I. 자연의 친족, 아주 특별한 친족인 인간” 중에서
세계의 목적을 우주적 파멸로 보는 현대 자연과학자들의 비관적 시나리오들에 반해 유대인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는 희망의 종말론을 주장한다. 그는 세계 부정의 종말론 대신에 세계 긍정의 종말론을 말한다. 그의 “희망의 철학”은 “희망의 종말론”이라 말할 수 있다. 그것은 구약성서의 메시아 통치에 대한 기다림, 곧 메시아주의를 무신론적으로 풀이한 무신론적인 메시아적 종말론이라 말할 수 있다. 블로흐는 헤겔 연구자로, “부정적인 것의 부정”을 통한 역사 발전을 이야기하는 헤겔의 변증법에 근거하여 세계사를 “아직 주어지지 않은” 완전한 것, 전체적이고 “가장 좋은 것”이 실현되는 변증법적 과정으로 파악한다. 세계사의 목적 곧 “종말”을 가리켜 그는 세계의 완성과 구원으로 이해한다. 이를 가리켜 블로흐는 “새 하늘과 새 땅”이라는 성서의 개념을 사용하기도 한다. 세계의 모든 사물은 이 목적을 향한 기다림과 희망 속에 있다, 세계의 모든 사물 속에는 이 목적을 향한 지향성(Tendenzen)이 내재한다, 블로흐의 “희망의 철학”은 이 내재성을 해명하고 인간의 책임 있는 실천을 요구하는 일을 중심 과제로 가진다. 그것은 “새 하늘과 새 땅”을 지향하는 성서의 메시아적 종말론을 철학적으로 변형한 무신론적 희망의 종말론이라 말할 수 있다.
_ “제3부 - V. 세계는 우주적 파멸로 끝날 것인가?” 중에서
그러나 인간이 하나님처럼 “완전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완전”은 하나님에게만 있다. 만일 인간이 완전하다면 그는 하나님일 것이다. 인간은 인간인 한 그의 이기적 본성은 없어지지 않는다. 깊은 사랑의 순간 속에서도 인간은 “나의 것”을 생각한다. 그는 결함 있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완전”은 그에게 종말론적 목적일 뿐이다. 그러나 인간은 이기적 본성과 이기적 욕심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내 그림자가 나를 늘 따라다니지만 그림자를 밟지 않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그는 하나님이 될 수 없지만 “하나님의 성품”을 닮을 수 있다. “완전”은 하나님께 있지만 그는 “완전”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_ “맺음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