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본서는 삼위일체적 기독론을 추구하는 책으로 삼위일체중심적 신학(A Trinity-centered Theology), 즉 삼위일체중심주의(Trinity-centrism) 관점에서 예수 그리스도에게 접근하는 시도다. 조직신학 분야에서 나온 기존의 여러 기독론 책들과는 달리 이 책은 기독론을 이해하는 데 있어 명시적으로 삼위일체중심적 신학, 즉 삼위일체중심주의라는 신학적 틀과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창의적이며 새로운 의의를 지닌다. 그렇지만 이러한 신학적 틀과 방향 안에서의 정합적 체계성과 엄밀한 전개성은 최종적인 완성이라기보다는 여전히 하나의 실험적인 시도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방법론적 특징들을 지닌다. 자료 측면에서는 성경적이고, 내용 측면에서는 삼위일체신학적이다. 성서학에서의 다양한 논의들과 학문적 성과들을 참고하되 체계와 전개 방식에서는 조직신학적이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영감된 성경에 기록되고 증언되는 대로의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성, 역사성, 사실성, 확실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되 그것들이 신앙과 삶에 어떤 연관성과 의미성이 있는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짐으로써 영성적이며 실천적이고자 한다.
더불어 이 책은 위와 같은 방법론적 특징들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네 가지 중요한 내용적 강조점을 지향한다. 첫째, 계시의 신비/비밀이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강조한다. 둘째, 파토스(pathos)와 로고스(logos)의 결합으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강조한다. 셋째, 예수 그리스도의 정체성(identity)을 인격(person)과 사역(work)의 통합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넷째, 경륜(오이코노미아, oikonomia)과 내재(테올로기아, theologia)의 순환이라는 관점에서 예수 그리스도에게 접근한다.
이러한 특징들을 통해 이 책은 예수 그리스도의 현대적 의미를 드러내고자 하며, 결과적으로 신학대학 및 신학교에서 기독론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그리고 신학에 입문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에게 집중하는 기독론에 관심을 기울이는 성도들에게 필요한 도움과 유익을 주리라 기대한다. 특히 성경과 신학의 관계 또는 신학과 신앙의 관계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신앙인들의 고민을 조금이라도 해소해주어 신학적인 여정을 지속해가는 데 큰 도움을 주리라 기대한다.
지은이 소개 | 백충현
서울대학교(B.A.),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Div.), 프린스턴 신학교(Th.M.), 예일 대학교 신학대학원(S.T.M.), 버클리 연합신학대학원(GTU in Berkeley)(Ph. D.)에서 철학 및 조직신학을 공부하면서 삼위일체 하나님을 묵상하며 삼위일체신학을 계속 연구해오고 있다.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장신대 남북한평화신학연구소 소장을 역임하였다. 독일 예나대학교 화해학연구소의 방문학자(visiting scholar)로 및 미국 예일대학교 신학대학원의 방문연구원(visiting fellow)으로 연구를 수행하였다.
저서로는 The Holy Trinity: God for God and God for Us (Eugene: Wipf & Stock Publishers, 2011)가 있으며 이 책은 『내재적 삼위일체와 경륜적 삼위일체』(새물결플러스, 2015)로도 출판되었다. 그리고 『남북한 평화통일을 위한 삼위일체적 평화통일신학의 모색』(나눔사, 2012), 『관계 속에 계신 삼위일체 하나님』(공저)(아바서원, 2015), 『목회를 위한 교의학 주제 해설』(공저)(대한기독교서회, 2016), 『평신도를 위한 알기 쉬운 교리』(공저)(하늘향, 2017), 『삼위일체신학의 핵심과 확장 - 성경, 역사, 교회, 통일, 사회, 설교』(장로회신학대학교출판부, 2020), 『신학과 과학의 만남 1·2·3』(새물결플러스, 2021-2023), 『성경의 키워드로 풀어가는 신학세계』(새물결플러스, 2024) 등이 있다.
역서로는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과 신앙편람(기독교고전총서6권)』(공역) 및 『개혁의 주창자들: 위클리프부터 에라스무스까지(기독교고전총서13권)』(공역)(두란노아카데미, 2011), 『기독교조직신학개론 – 이해를 추구하는 신앙(개정3판)』(공역)(새물결플러스, 2016), 『삼위일체와 영성 – 나지안조스의 그레고리오스의 신앙여정』(장로회신학대학교출판부, 2018), 『삼위일체로 존재하는 하나님의 삶』(공역)(새물결플러스, 2024) 등이 있다.
차례
일러두기
머리말
I. 서론: 연구방법론
1. 삼위일체중심주의 신학을 위한 제안
1) 도입
2) 니버의 제안의 재고찰
3) 삼위일체-중심적 신학으로서의 삼위일체중심주의를 향하여
4) 결론
2. 삼위일체중심주의 기독론의 방향과 특징들
1) 계시의 신비/비밀이신 예수 그리스도
2) 파토스와 로고스의 결합
3) 인격과 사역의 통합
4) 경륜과 내재의 순환
3. 예수 그리스도의 오늘날의 의미
II. 뮈스테리온(Mysterion): 계시의 신비/비밀이신 예수 그리스도
1. 신비/비밀이신 예수
2. 신비/비밀이신 예수와의 만남의 이야기들
1) 사마리아 여자
2) 베드로
3) 선천성 시각장애인
4) 도마
5) 사울/바울
3. 신비/비밀로서의 성례 – 세례와 성찬
1) 세례(Baptism)
2) 성찬(Holy Communion/Eucharist)
III. 파토스와 로고스의 결합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
1. 파토스 - 고난/공감
1) 파토스의 의미
2) 예수의 고난/공감의 모습들
2. 로고스 –말씀/도(道)
1) 로고스의 의미
2) 말씀으로서 예수의 모습들
IV. 인격과 사역의 통합의 정체성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
1. 예수
1) “예수”라는 이름의 뜻
2) “예수”는 구원자/구주
3) 구원의 다층적 의미
4) “예수”라는 이름의 정체성 - “인격”과 “사역”의 통합
2. 주 예수
1) “주 예수”는 신앙고백
2) “주 예수”의 의미
3) 삶의 주님이신 예수
4) 만물의 주재(主宰)이신 주님
5) 주 안에서 살아가기
3. 예수 그리스도
1) “예수 그리스도”는 신앙고백
2) 그리스도/메시아의 의미와 활동
3) 예수 그리스도/메시아의 세 직무
4) 그리스도 안에서 살아가기
4. 주 예수 그리스
5. 하나님의 아들
1) “하나님의 아들” 칭호
2) “하나님의 아들”의 의미
3) 성부와 성자의 친밀한 관계에 참여하는 삶
6. 인자
1) “인자” 칭호
2) 구약성경에서 “인자”의 의미
3) 인자를 따르는 삶
7. 하나님
V. 오이코노미아와 테올로기아의 순환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의 삶
1. 경륜과 내재의 순환
2. 경륜과 내재의 순환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
1) 예수의 탄생
2) 이스라엘과 이방인의 구원
3) 경륜 안에서 예수를 통해 드러난 하나님
4) 경륜 안에서 드러난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 – 케노시스(자기비움)
5) 종말에 있을 예수의 재림 고대
6) 사도들의 기도
3. 에큐메니칼 공의회에서의 예수 그리스도
1) 제1차 니케아 에큐메니칼 공의회
2) 제4차 칼케돈 에큐메니칼 공의회
VI. 결론: 예수 그리스도의 현대적 의미와 그 실천적인 삶
부록1 조직신학적 관점에서 보는 부활
- 개신교 현대 조직신학자 바르트, 판넨베르크, 몰트만을 중심으로
1. 서론: 죽음에 관한 오늘날의 관심
2.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가능성에 관한 조직신학적 관점들
1) 칼 바르트
2) 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
3) 위르겐 몰트만
3. 결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함의점들
1) 요약
2) 함의점들
부록2 윤동주의 기독론 - 그의 시(詩)에서 드러나는 예수 그리스도
1. 서론
2. 윤동주의 기독론 –그의 시(詩)에서 드러나는 예수 그리스도
1) 윤동주의 기독론에 관한 기존 이해들
2) 「초 한 대」
3) 「팔복」
4) 「십자가」
3. 결론
추천사 중에서
그동안 세계 신학계에서 그리스도론 연구의 대세는 사회정치적, 경제적 측면에서 역사적 예수의 모습을 드러내는 작업이었다. 이와 관련해 수많은 저서와 논문이 출간되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예수를 민중의 사회정치적 해방자로 파악하는 남미의 해방신학과 한국의 민중신학이었다. 이 같은 관점은 종래의 교의학적 범주를 벗어나 예수를 사회정치적, 경제적 측면에서 파악함으로써 오늘 우리의 구체적 현실과 연결해주는 장점을 보이는 동시에, 예수가 자신의 “아버지”라고 불렀던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그의 존재와 사역을 총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약점을 드러낸다. 백충현 교수의 이 책은 현대 그리스도론의 이 같은 약점을 극복하고 삼위일체론에 기초하여 예수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고자 한다. 이 책은 하나님과 창조세계를 잘 연결하는 창조주(성부) 중심주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과 열정을 강화하는 구속주(성자) 중심주의, 교회 중심의 삶과 신령한 은사를 강조하는 동시에 사회적, 역사적, 우주적 차원에서 하나님의 구원의 완성을 추구하는 완성주(성령) 중심주의의 삼위일체론적 기초에서 예수의 존재와 사역을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뛰어난 저서다.
김균진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그리스도인은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예수란 누구인가”를 한결같이 고민해왔다. 이것은 모든 신자의 실존적 고민이자 교회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문제이며, 세계 역사를 바꿔왔던 결정적 질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그리스도론의 의미와 할을 찾아가는 선구적이고 도전적인 작업은 언제 어디서나 요구되어왔다.
『삼위일체중심주의 기독론』은 최근 국내에서 출간된 기독론 관련 서적 중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저자는 자의적인 신학적 원리를 만드는 대신, 삼위일체중심주의적으로 사유함으로써 각 교리의 강점을 최대화하고 약점을 최소화하면서도 교리 간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일에 탁월함을 보여준다. 기존의 기독론 작업이 1세기 역사와 계시의 신비, 파토스와 로고스, 인격과 사역, 경륜과 내재 사이에 갇히곤 했다면, 이 책은 이러한 고질적 대립을 넘어서는 길을 지혜롭게 제시해준다. 이로써 내용이 더할 나위 없이 풍성하고, 이론적으로 탄탄하며, 실천적 지향점이 뚜렷한 통전적 기독론이 한국 독자에게 주어지게 되었다. 한마디로 예수 그리스도의 현대적 의미를 찾아 헤매다가 말라버린 가슴을 시원히 적셔주는 책이다.
_김진혁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 부교수
그리스도인인 우리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것은 분명하나, 사실상 우리는 일상적인 경건과 삶에서 부지불식간에 삼위일체론이 아니라 각 위를 고립시키는 유니테리언주의(일위일체론)에 빠질 여지가 다분하다. 더욱이 이 같은 현실에서는 삼위일체론이 없다고 해도 기독론에 결정적인 변화를 초래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직시한 저자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삼위일체 조직신학을 제안하고 구체적으로 “삼위일체중심주의 기독론”을 시도한다. 저자는 계시의 신비이시고, 파토스와 로고스의 결합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앞세우면서 인격과 사역을 통합하는 관점에서 그분의 정체성에 접근하는 한편, 여기에 경륜과 신학의 순환이라는 관점을 덧붙여 삼위일체론적으로 기독론을 정립한다. 박사학위 논문부터 시작하여 삼위일체론을 신학의 중심으로 삼아 활발한 신학 작업에 매진하는 저자가 성경과 교회사의 흐름에 발맞추어 실질적인 경건서로 제시하는 본서가 독자들을 믿음의 본류로 인도해주리라 확신하며 일독을 권한다.
_유해무 고려신학대학원 은퇴 교수
백충현 교수는 삼위일체론 연구에서 독보적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 조직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 책은 성경의 그리스도가 누구이시며 어떤 일을 하시는지를 삼위일체론에 비추어 설명한다. 성경이라는 자료에 충실한 동시에 삼위일체신학이라는 내용을 풍부하게 펼쳐내는 책이다. 성경신학과 조직신학 간의 상호존중과 대화의 결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저자는 삼위일체신학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기독론이 오늘날 그리스도인의 삶에 어떤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는 점에서 실천적 조직신학자의 면모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삼위일체중심주의 성령론, 삼위일체중심주의 교회론 등의 후속작들을 기대하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성경적이면서 실천적인 기독론을 맛보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일독을 권한다.
_이경직 백석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이 책은 삼위일체신학의 권위자 백충현 교수의 새로운 저서다. 백충현 교수는 삼위일체중심이라는 신학적 접근을 통해 현대적 상황에서 그리스도론을 재구성한다. 구체적으로 계시의 신비, 파토스와 로고스의 결합, 인격과 사역의 통합, 그리고 경륜과 내재의 순환을 중심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다양한 측면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특별히 그의 저서가 오늘을 사는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에게 필요한 이유는 그리스도의 섭리적 현존과 구원을 교회 내적인 차원과 개인 영혼의 차원에서만 이야기하지 않고, 우주 만물을 지으신 창조주이시자 구원자로서의 정체성 안에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백충현 교수의 통전적 그리스도론은 인류의 역사 안에서 섭리적 행동을 통해 당신의 구원을 이루어가고 계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그리스도론의 맥락에서 파악하는 데 큰 깨달음을 제공한다. 그러므로 이 저서는 신학자뿐만 아니라 폭넓은 독자들에게도 예수 그리스도의 신앙적, 문화적, 윤리적 중요성을 재인식시키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_정대경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부교수
이 책은 기독교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삼위일체 교리를 중심으로 기독론을 쉽고도 명료하게 소개하는 훌륭한 신학교육 교재다. 친절한 용어 설명과 명쾌한 글쓰기로 가독성이 높기 때문에 신학에 첫발을 내딛는 신학도들에게 매우 유용한 가이드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통합적이고도 균형 있는 신학적 접근을 통해, 전통적 교리의 건전한 수용과 그에 대한 현대적 적용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고자 하는 시도가 권장할 만하다. 무엇보다 이 책의 최대 강점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성경의 증언을 충실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성경신학적인 조직신학의 뛰어난 모범을 보여준다. 신학교육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처럼 본질에 충실한 좋은 교재가 출판된다는 것이 매우 기쁘며, 환영하는 마음으로 추천하는 바이다.
_한상화 아신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본문 중에서
삼위일체중심주의 기독론의 기본적인 방향은 다음과 같다. 기독교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도 삼위일체 하나님과 창조세계 및 우주 만물 전체와의 관계를 잘 정립한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강한 신앙과 뜨거운 열정으로 교회중심적인 삶을 살면서도 개인 구원 또는 교회중심주의로 한정되지 않는다. 더 나아가 교회의 공공성과 공동선을 지향하면서 사회와 세계 속에서 및 우주 만물 안에서의 삶을 추구한다. 이러한 방향을 추구하는 삼위일체중심주의 기독론은 다음과 같이 네 가지를 중점적으로 강조한다. 첫째, 계시의 신비/비밀이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강조한다. 둘째, 파토스와 로고스의 결합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강조한다. 셋째, 예수 그리스도의 정체성(identity)을 인격과 사역의 통합으로 보는 관점을 강조한다. 넷째, 경륜과 내재 사이의 순환이라는 관점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삶에 접근하는 것을 강조한다.
_ “I. 서론: 연구방법론” 중에서
요약하면 성경에서 신비 또는 비밀은 핵심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며 성육신의 삶 전체를 가리킨다. 그리고 성경에서 신비 또는 비밀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선포하신 천국과 하나님 나라, 또는 천국 복음과 하나님 나라 복음을 가리키며, 또한 복음에 따라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구원을 가리킨다. 성경에서 신비 또는 비밀은 본래 감추어졌던 것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감추어져 있어서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어떤 것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성경에서 신비는 계시(revelation)와 관련이 있다. 계시라는 용어는 그리스어로 “아포칼륍시스”(apokalypsis)로 감추어져 있는 것이 드러나고 나타나고 알려지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계시는 나타남, 드러남, 알려짐을 의미한다. 성경에서 신비는 계시의 신비다. 그런데 계시되어 나타나고 드러나고 알려지지만 신비이기를 중단하지는 않는다. 계시 중에도 여전히 신비이다. 그렇다고 이 신비는 우리가 여전히 알지 못하여 모르는 것이 아니다.
_ “II. 뮈스테리온: 계시의 신비/비밀이신 예수 그리스도” 중에서
이런 예수의 삶에는 파토스(pathos)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예수의 삶 전체가 고난(pathos/passion)의 삶이고 그 절정은 십자가 사건에서의 죽음의 고난이지만 파토스(pathos)가 전부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십자가 사건이 성경에서 “십자가의 도(道)”(고전 1:18)라고 표현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도(道)는 로고스(logos)를 의미하며 십자가는 파토스(pathos)를 가리킨다. “십자가의 도”(the word of the cross)는 그리스어로 “호 로고스투 스타우루”(ho logos tou staurou)다. “십자가”(스타우로스)는 십자가 처형을 가리키므로 고난/고통/죽음을 의미하며 파토스(pathos)를 상징한다. 따라서 예수의 삶은 파토스(pathos)와 로고스(logos)가 공존하는 삶이며 양자가 결합되어 있는 삶이다
_ “III. 파토스와 로고스의 결합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 중에서
전문적인 신학 용어로는 예수의 “누구”(who)에 해당하는 내용을 “인격”(人格, person)이라고 하고 예수의 “무엇”(what)에 해당하는 내용을 “사역/활동”(使役/活動, ministry/work)이라고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예수”라는 이름에는 인격(person)과 사역(work)이 하나로 통합되어 있다. 즉 “예수”라는 이름에는 그의 정체성(identity)이 담겨 있다. 따라서 예수의 정체성을 다루는 광의의 기독론/그리스도론 (Christology)은 예수의 인격(person)을 다루는 협의의 기독론(Christology)과 예수의 사역(work)을 다루는 구원론(soteriology)을 함께 아우른다. 정리하자면, “예수”라는 이름이 구원자/구주를 의미하기 때문에 “예수”라는 이름에는 인격(person)과 사역(work)이 하나로 통합되어 있다. 따라서 이 둘을 분리해서 다루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요컨대 기독론/그리스도론과 구원론은 하나로 통합되어 다루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예수가 누구이시며 무엇을 하시는지를 온전하게 드러낼 수 있다. 예수는 구원자시며 구주이시기 때문이다.
_ “IV. 인격과 사역의 통합의 정체성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 중에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오이코노미아와 테올로기아, 즉 경륜과 내재의 순환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경륜은 구원의 계획이 역사적으로 드러나고 실현되는 것이며 내재는 그러한 역사적 현현을 넘어서는 하나님의 내적인 존재를 의미한다. 그러나 내재가 하나님의 내적인 존재라고 하여 역사적으로 드러나고 실현되는 것인 경륜과 분리되는 것은 아니다. 경륜과 내재는 늘 같이 가는 것이다. 우리 인간의 입장에서 보자면, 경륜과 내재는 상호 순환 안에서 점점 발전하고진보하는 것이다.
_ “V. 오이코노미아와 테올로기아의 순환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의 삶” 중에서
책소개
본서는 삼위일체적 기독론을 추구하는 책으로 삼위일체중심적 신학(A Trinity-centered Theology), 즉 삼위일체중심주의(Trinity-centrism) 관점에서 예수 그리스도에게 접근하는 시도다. 조직신학 분야에서 나온 기존의 여러 기독론 책들과는 달리 이 책은 기독론을 이해하는 데 있어 명시적으로 삼위일체중심적 신학, 즉 삼위일체중심주의라는 신학적 틀과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창의적이며 새로운 의의를 지닌다. 그렇지만 이러한 신학적 틀과 방향 안에서의 정합적 체계성과 엄밀한 전개성은 최종적인 완성이라기보다는 여전히 하나의 실험적인 시도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방법론적 특징들을 지닌다. 자료 측면에서는 성경적이고, 내용 측면에서는 삼위일체신학적이다. 성서학에서의 다양한 논의들과 학문적 성과들을 참고하되 체계와 전개 방식에서는 조직신학적이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영감된 성경에 기록되고 증언되는 대로의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성, 역사성, 사실성, 확실성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되 그것들이 신앙과 삶에 어떤 연관성과 의미성이 있는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짐으로써 영성적이며 실천적이고자 한다.
더불어 이 책은 위와 같은 방법론적 특징들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네 가지 중요한 내용적 강조점을 지향한다. 첫째, 계시의 신비/비밀이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강조한다. 둘째, 파토스(pathos)와 로고스(logos)의 결합으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강조한다. 셋째, 예수 그리스도의 정체성(identity)을 인격(person)과 사역(work)의 통합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 넷째, 경륜(오이코노미아, oikonomia)과 내재(테올로기아, theologia)의 순환이라는 관점에서 예수 그리스도에게 접근한다.
이러한 특징들을 통해 이 책은 예수 그리스도의 현대적 의미를 드러내고자 하며, 결과적으로 신학대학 및 신학교에서 기독론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그리고 신학에 입문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에게 집중하는 기독론에 관심을 기울이는 성도들에게 필요한 도움과 유익을 주리라 기대한다. 특히 성경과 신학의 관계 또는 신학과 신앙의 관계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신앙인들의 고민을 조금이라도 해소해주어 신학적인 여정을 지속해가는 데 큰 도움을 주리라 기대한다.
지은이 소개 | 백충현
서울대학교(B.A.),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Div.), 프린스턴 신학교(Th.M.), 예일 대학교 신학대학원(S.T.M.), 버클리 연합신학대학원(GTU in Berkeley)(Ph. D.)에서 철학 및 조직신학을 공부하면서 삼위일체 하나님을 묵상하며 삼위일체신학을 계속 연구해오고 있다.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장신대 남북한평화신학연구소 소장을 역임하였다. 독일 예나대학교 화해학연구소의 방문학자(visiting scholar)로 및 미국 예일대학교 신학대학원의 방문연구원(visiting fellow)으로 연구를 수행하였다.
저서로는 The Holy Trinity: God for God and God for Us (Eugene: Wipf & Stock Publishers, 2011)가 있으며 이 책은 『내재적 삼위일체와 경륜적 삼위일체』(새물결플러스, 2015)로도 출판되었다. 그리고 『남북한 평화통일을 위한 삼위일체적 평화통일신학의 모색』(나눔사, 2012), 『관계 속에 계신 삼위일체 하나님』(공저)(아바서원, 2015), 『목회를 위한 교의학 주제 해설』(공저)(대한기독교서회, 2016), 『평신도를 위한 알기 쉬운 교리』(공저)(하늘향, 2017), 『삼위일체신학의 핵심과 확장 - 성경, 역사, 교회, 통일, 사회, 설교』(장로회신학대학교출판부, 2020), 『신학과 과학의 만남 1·2·3』(새물결플러스, 2021-2023), 『성경의 키워드로 풀어가는 신학세계』(새물결플러스, 2024) 등이 있다.
역서로는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과 신앙편람(기독교고전총서6권)』(공역) 및 『개혁의 주창자들: 위클리프부터 에라스무스까지(기독교고전총서13권)』(공역)(두란노아카데미, 2011), 『기독교조직신학개론 – 이해를 추구하는 신앙(개정3판)』(공역)(새물결플러스, 2016), 『삼위일체와 영성 – 나지안조스의 그레고리오스의 신앙여정』(장로회신학대학교출판부, 2018), 『삼위일체로 존재하는 하나님의 삶』(공역)(새물결플러스, 2024) 등이 있다.
차례
일러두기
머리말
I. 서론: 연구방법론
1. 삼위일체중심주의 신학을 위한 제안
1) 도입
2) 니버의 제안의 재고찰
3) 삼위일체-중심적 신학으로서의 삼위일체중심주의를 향하여
4) 결론
2. 삼위일체중심주의 기독론의 방향과 특징들
1) 계시의 신비/비밀이신 예수 그리스도
2) 파토스와 로고스의 결합
3) 인격과 사역의 통합
4) 경륜과 내재의 순환
3. 예수 그리스도의 오늘날의 의미
II. 뮈스테리온(Mysterion): 계시의 신비/비밀이신 예수 그리스도
1. 신비/비밀이신 예수
2. 신비/비밀이신 예수와의 만남의 이야기들
1) 사마리아 여자
2) 베드로
3) 선천성 시각장애인
4) 도마
5) 사울/바울
3. 신비/비밀로서의 성례 – 세례와 성찬
1) 세례(Baptism)
2) 성찬(Holy Communion/Eucharist)
III. 파토스와 로고스의 결합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
1. 파토스 - 고난/공감
1) 파토스의 의미
2) 예수의 고난/공감의 모습들
2. 로고스 –말씀/도(道)
1) 로고스의 의미
2) 말씀으로서 예수의 모습들
IV. 인격과 사역의 통합의 정체성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
1. 예수
1) “예수”라는 이름의 뜻
2) “예수”는 구원자/구주
3) 구원의 다층적 의미
4) “예수”라는 이름의 정체성 - “인격”과 “사역”의 통합
2. 주 예수
1) “주 예수”는 신앙고백
2) “주 예수”의 의미
3) 삶의 주님이신 예수
4) 만물의 주재(主宰)이신 주님
5) 주 안에서 살아가기
3. 예수 그리스도
1) “예수 그리스도”는 신앙고백
2) 그리스도/메시아의 의미와 활동
3) 예수 그리스도/메시아의 세 직무
4) 그리스도 안에서 살아가기
4. 주 예수 그리스
5. 하나님의 아들
1) “하나님의 아들” 칭호
2) “하나님의 아들”의 의미
3) 성부와 성자의 친밀한 관계에 참여하는 삶
6. 인자
1) “인자” 칭호
2) 구약성경에서 “인자”의 의미
3) 인자를 따르는 삶
7. 하나님
V. 오이코노미아와 테올로기아의 순환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의 삶
1. 경륜과 내재의 순환
2. 경륜과 내재의 순환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
1) 예수의 탄생
2) 이스라엘과 이방인의 구원
3) 경륜 안에서 예수를 통해 드러난 하나님
4) 경륜 안에서 드러난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 – 케노시스(자기비움)
5) 종말에 있을 예수의 재림 고대
6) 사도들의 기도
3. 에큐메니칼 공의회에서의 예수 그리스도
1) 제1차 니케아 에큐메니칼 공의회
2) 제4차 칼케돈 에큐메니칼 공의회
VI. 결론: 예수 그리스도의 현대적 의미와 그 실천적인 삶
부록1 조직신학적 관점에서 보는 부활
- 개신교 현대 조직신학자 바르트, 판넨베르크, 몰트만을 중심으로
1. 서론: 죽음에 관한 오늘날의 관심
2.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가능성에 관한 조직신학적 관점들
1) 칼 바르트
2) 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
3) 위르겐 몰트만
3. 결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함의점들
1) 요약
2) 함의점들
부록2 윤동주의 기독론 - 그의 시(詩)에서 드러나는 예수 그리스도
1. 서론
2. 윤동주의 기독론 –그의 시(詩)에서 드러나는 예수 그리스도
1) 윤동주의 기독론에 관한 기존 이해들
2) 「초 한 대」
3) 「팔복」
4) 「십자가」
3. 결론
추천사 중에서
그동안 세계 신학계에서 그리스도론 연구의 대세는 사회정치적, 경제적 측면에서 역사적 예수의 모습을 드러내는 작업이었다. 이와 관련해 수많은 저서와 논문이 출간되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예수를 민중의 사회정치적 해방자로 파악하는 남미의 해방신학과 한국의 민중신학이었다. 이 같은 관점은 종래의 교의학적 범주를 벗어나 예수를 사회정치적, 경제적 측면에서 파악함으로써 오늘 우리의 구체적 현실과 연결해주는 장점을 보이는 동시에, 예수가 자신의 “아버지”라고 불렀던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그의 존재와 사역을 총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는 약점을 드러낸다. 백충현 교수의 이 책은 현대 그리스도론의 이 같은 약점을 극복하고 삼위일체론에 기초하여 예수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고자 한다. 이 책은 하나님과 창조세계를 잘 연결하는 창조주(성부) 중심주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과 열정을 강화하는 구속주(성자) 중심주의, 교회 중심의 삶과 신령한 은사를 강조하는 동시에 사회적, 역사적, 우주적 차원에서 하나님의 구원의 완성을 추구하는 완성주(성령) 중심주의의 삼위일체론적 기초에서 예수의 존재와 사역을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뛰어난 저서다.
김균진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그리스도인은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예수란 누구인가”를 한결같이 고민해왔다. 이것은 모든 신자의 실존적 고민이자 교회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문제이며, 세계 역사를 바꿔왔던 결정적 질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그리스도론의 의미와 할을 찾아가는 선구적이고 도전적인 작업은 언제 어디서나 요구되어왔다.
『삼위일체중심주의 기독론』은 최근 국내에서 출간된 기독론 관련 서적 중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저자는 자의적인 신학적 원리를 만드는 대신, 삼위일체중심주의적으로 사유함으로써 각 교리의 강점을 최대화하고 약점을 최소화하면서도 교리 간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일에 탁월함을 보여준다. 기존의 기독론 작업이 1세기 역사와 계시의 신비, 파토스와 로고스, 인격과 사역, 경륜과 내재 사이에 갇히곤 했다면, 이 책은 이러한 고질적 대립을 넘어서는 길을 지혜롭게 제시해준다. 이로써 내용이 더할 나위 없이 풍성하고, 이론적으로 탄탄하며, 실천적 지향점이 뚜렷한 통전적 기독론이 한국 독자에게 주어지게 되었다. 한마디로 예수 그리스도의 현대적 의미를 찾아 헤매다가 말라버린 가슴을 시원히 적셔주는 책이다.
_김진혁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 부교수
그리스도인인 우리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것은 분명하나, 사실상 우리는 일상적인 경건과 삶에서 부지불식간에 삼위일체론이 아니라 각 위를 고립시키는 유니테리언주의(일위일체론)에 빠질 여지가 다분하다. 더욱이 이 같은 현실에서는 삼위일체론이 없다고 해도 기독론에 결정적인 변화를 초래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직시한 저자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삼위일체 조직신학을 제안하고 구체적으로 “삼위일체중심주의 기독론”을 시도한다. 저자는 계시의 신비이시고, 파토스와 로고스의 결합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앞세우면서 인격과 사역을 통합하는 관점에서 그분의 정체성에 접근하는 한편, 여기에 경륜과 신학의 순환이라는 관점을 덧붙여 삼위일체론적으로 기독론을 정립한다. 박사학위 논문부터 시작하여 삼위일체론을 신학의 중심으로 삼아 활발한 신학 작업에 매진하는 저자가 성경과 교회사의 흐름에 발맞추어 실질적인 경건서로 제시하는 본서가 독자들을 믿음의 본류로 인도해주리라 확신하며 일독을 권한다.
_유해무 고려신학대학원 은퇴 교수
백충현 교수는 삼위일체론 연구에서 독보적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 조직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 책은 성경의 그리스도가 누구이시며 어떤 일을 하시는지를 삼위일체론에 비추어 설명한다. 성경이라는 자료에 충실한 동시에 삼위일체신학이라는 내용을 풍부하게 펼쳐내는 책이다. 성경신학과 조직신학 간의 상호존중과 대화의 결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저자는 삼위일체신학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기독론이 오늘날 그리스도인의 삶에 어떤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는 점에서 실천적 조직신학자의 면모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삼위일체중심주의 성령론, 삼위일체중심주의 교회론 등의 후속작들을 기대하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성경적이면서 실천적인 기독론을 맛보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일독을 권한다.
_이경직 백석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이 책은 삼위일체신학의 권위자 백충현 교수의 새로운 저서다. 백충현 교수는 삼위일체중심이라는 신학적 접근을 통해 현대적 상황에서 그리스도론을 재구성한다. 구체적으로 계시의 신비, 파토스와 로고스의 결합, 인격과 사역의 통합, 그리고 경륜과 내재의 순환을 중심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다양한 측면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특별히 그의 저서가 오늘을 사는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에게 필요한 이유는 그리스도의 섭리적 현존과 구원을 교회 내적인 차원과 개인 영혼의 차원에서만 이야기하지 않고, 우주 만물을 지으신 창조주이시자 구원자로서의 정체성 안에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백충현 교수의 통전적 그리스도론은 인류의 역사 안에서 섭리적 행동을 통해 당신의 구원을 이루어가고 계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그리스도론의 맥락에서 파악하는 데 큰 깨달음을 제공한다. 그러므로 이 저서는 신학자뿐만 아니라 폭넓은 독자들에게도 예수 그리스도의 신앙적, 문화적, 윤리적 중요성을 재인식시키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_정대경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부교수
이 책은 기독교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삼위일체 교리를 중심으로 기독론을 쉽고도 명료하게 소개하는 훌륭한 신학교육 교재다. 친절한 용어 설명과 명쾌한 글쓰기로 가독성이 높기 때문에 신학에 첫발을 내딛는 신학도들에게 매우 유용한 가이드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더욱이 통합적이고도 균형 있는 신학적 접근을 통해, 전통적 교리의 건전한 수용과 그에 대한 현대적 적용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고자 하는 시도가 권장할 만하다. 무엇보다 이 책의 최대 강점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성경의 증언을 충실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성경신학적인 조직신학의 뛰어난 모범을 보여준다. 신학교육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처럼 본질에 충실한 좋은 교재가 출판된다는 것이 매우 기쁘며, 환영하는 마음으로 추천하는 바이다.
_한상화 아신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본문 중에서
삼위일체중심주의 기독론의 기본적인 방향은 다음과 같다. 기독교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도 삼위일체 하나님과 창조세계 및 우주 만물 전체와의 관계를 잘 정립한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강한 신앙과 뜨거운 열정으로 교회중심적인 삶을 살면서도 개인 구원 또는 교회중심주의로 한정되지 않는다. 더 나아가 교회의 공공성과 공동선을 지향하면서 사회와 세계 속에서 및 우주 만물 안에서의 삶을 추구한다. 이러한 방향을 추구하는 삼위일체중심주의 기독론은 다음과 같이 네 가지를 중점적으로 강조한다. 첫째, 계시의 신비/비밀이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강조한다. 둘째, 파토스와 로고스의 결합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강조한다. 셋째, 예수 그리스도의 정체성(identity)을 인격과 사역의 통합으로 보는 관점을 강조한다. 넷째, 경륜과 내재 사이의 순환이라는 관점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삶에 접근하는 것을 강조한다.
_ “I. 서론: 연구방법론” 중에서
요약하면 성경에서 신비 또는 비밀은 핵심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며 성육신의 삶 전체를 가리킨다. 그리고 성경에서 신비 또는 비밀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선포하신 천국과 하나님 나라, 또는 천국 복음과 하나님 나라 복음을 가리키며, 또한 복음에 따라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구원을 가리킨다. 성경에서 신비 또는 비밀은 본래 감추어졌던 것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감추어져 있어서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어떤 것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성경에서 신비는 계시(revelation)와 관련이 있다. 계시라는 용어는 그리스어로 “아포칼륍시스”(apokalypsis)로 감추어져 있는 것이 드러나고 나타나고 알려지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계시는 나타남, 드러남, 알려짐을 의미한다. 성경에서 신비는 계시의 신비다. 그런데 계시되어 나타나고 드러나고 알려지지만 신비이기를 중단하지는 않는다. 계시 중에도 여전히 신비이다. 그렇다고 이 신비는 우리가 여전히 알지 못하여 모르는 것이 아니다.
_ “II. 뮈스테리온: 계시의 신비/비밀이신 예수 그리스도” 중에서
이런 예수의 삶에는 파토스(pathos)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예수의 삶 전체가 고난(pathos/passion)의 삶이고 그 절정은 십자가 사건에서의 죽음의 고난이지만 파토스(pathos)가 전부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십자가 사건이 성경에서 “십자가의 도(道)”(고전 1:18)라고 표현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도(道)는 로고스(logos)를 의미하며 십자가는 파토스(pathos)를 가리킨다. “십자가의 도”(the word of the cross)는 그리스어로 “호 로고스투 스타우루”(ho logos tou staurou)다. “십자가”(스타우로스)는 십자가 처형을 가리키므로 고난/고통/죽음을 의미하며 파토스(pathos)를 상징한다. 따라서 예수의 삶은 파토스(pathos)와 로고스(logos)가 공존하는 삶이며 양자가 결합되어 있는 삶이다
_ “III. 파토스와 로고스의 결합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 중에서
전문적인 신학 용어로는 예수의 “누구”(who)에 해당하는 내용을 “인격”(人格, person)이라고 하고 예수의 “무엇”(what)에 해당하는 내용을 “사역/활동”(使役/活動, ministry/work)이라고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예수”라는 이름에는 인격(person)과 사역(work)이 하나로 통합되어 있다. 즉 “예수”라는 이름에는 그의 정체성(identity)이 담겨 있다. 따라서 예수의 정체성을 다루는 광의의 기독론/그리스도론 (Christology)은 예수의 인격(person)을 다루는 협의의 기독론(Christology)과 예수의 사역(work)을 다루는 구원론(soteriology)을 함께 아우른다. 정리하자면, “예수”라는 이름이 구원자/구주를 의미하기 때문에 “예수”라는 이름에는 인격(person)과 사역(work)이 하나로 통합되어 있다. 따라서 이 둘을 분리해서 다루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요컨대 기독론/그리스도론과 구원론은 하나로 통합되어 다루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예수가 누구이시며 무엇을 하시는지를 온전하게 드러낼 수 있다. 예수는 구원자시며 구주이시기 때문이다.
_ “IV. 인격과 사역의 통합의 정체성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 중에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오이코노미아와 테올로기아, 즉 경륜과 내재의 순환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경륜은 구원의 계획이 역사적으로 드러나고 실현되는 것이며 내재는 그러한 역사적 현현을 넘어서는 하나님의 내적인 존재를 의미한다. 그러나 내재가 하나님의 내적인 존재라고 하여 역사적으로 드러나고 실현되는 것인 경륜과 분리되는 것은 아니다. 경륜과 내재는 늘 같이 가는 것이다. 우리 인간의 입장에서 보자면, 경륜과 내재는 상호 순환 안에서 점점 발전하고진보하는 것이다.
_ “V. 오이코노미아와 테올로기아의 순환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의 삶”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