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망을 탐구한 사상가이자 정신과 의사 자크 라캉의 눈으로
에라스무스의 자유의지와 마르틴 루터의 노예의지, 그리고 성서를 해석하다.
책소개
이 책은 자크 라캉이 제시한 정신분석학 방법으로 루터(M. Luther)를 읽고 성서를 읽음으로써 인문학의 개념을 풍부하게 하여 신학과 인문학이 서로 대화하도록 안내한다. 특히 이 책의 저자는 라캉의 L 도식을 활용해 상상적 정체화와 상징적 정체화가 어떻게 변증법적으로 어우러지면서 주체의 내적 구조와 타자와의 관계가 형성되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라캉의 L 도식에서 거울 이미지에 대한 정체화를 통해 만들어지는 자아 자리에 ‘자유의지를 지닌 인간’을 위치시키고, S 무의식 주체의 자리에는 ‘노예의지의 인간’을 위치시킨다. 이 방법으로 이해된 에라스무스의 자유의지의 인간은 정신분석에서 이야기되는 망상증 환자와 유사하다고 진단된다.
인간은 라캉의 ‘분열된 주체’처럼 육의 의지와 영의 의지, 근본적인 죄 때문에 손상된 옛사람과 말에 의해 창조된 새사람 사이에 위치해 있다. 주체가 대타자의 담론에 의해 구성되는 것처럼 인간의 치료, 곧 구원은 숨겨진 신의 계시(말씀)로 완성된다. 이처럼 ‘자유의지론’과 ‘노예의지론’은 신학적 배경과 논거를 통해서도 비교가 가능하지만 라캉의 3위체 이론인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에 입각할 때 더욱 잘 이해된다.
저자는 라캉의 정신분석 방법론으로 에라스무스의 자유의지론, 루터의 노예의지론을 해석하면서 인간이 하나님을 온전하게 찬양하지 못하고 어떻게 무의식 가운데 자신만의 우상을 만들고 그것을 숭배하는지를 입체적으로 설명한다. “내가 생각하는 곳에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지 않는 곳에 내가 존재한다”는 라캉의 메시지는 오늘날 물신 숭배와 자기도취, 자기편견에 빠진 인류와 세속화된 기독교에 던지는 경고다.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 가운데 우상을 만드는 행위를 탈피하기를 원하는 독자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욕망과 죄의 이해와 진단, 그리고 바른 치료 방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 _강응섭
프랑스 사상가이자 정신과 의사 자크 라캉의 이론을 중심으로 신학과 정신분석학을 연결하는 학제 간 연구자다. 그의 작업은 위그노(Huguenot)의 고장으로 알려진 프랑스 남부 지중해안 도시 ‘몽펠리에’에서 장 앙살디(Jean Ansaldi, 1934-2010) 교수의 지도를 통해 시작되었다. 앙살디는 신학대학교에서는 조직신학을, 인문대학교 철학과에서는 정신분석학을 가르친 독특한 이력의 신학자다. 저자는 스승 앙살디의 가르침을 발전시켜 성서와 신학 텍스트를 정신분석학과 연결해 현대인들에게 적용하고 있다.
그동안 『동일시와 노예의지』『프로이트: 무의식을 통해 마음을 분석하다』『교리와 세계관 입문』 등의 저서와 『다시, 민중신학이다』『라캉과 지젝: 정치적, 신학적, 문화적 독법』 등의 공저를 냈고, 『라캉 신드롬』『여성의 에로틱한 열정과 페티시즘-라캉과 클레람보의 직물과 정신분석』『정신분석대사전』(공역)『신화·꿈·신비』『라깡 세미나·에크리 독해 I』 등을 번역했다. 또한 한국조직신학회, 한국라깡과현대정신분석학회, 한국현상학회 등의 학술지에 「아우구스티누스와 라깡: 율동하는 마음의 동인으로서 성령」 이외 다수의 연구논문을 발표하고 게재함으로 신학과 정신분석학의 학제 간 연구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이런 여정 가운데 미르치아 엘리아데의 「신화·꿈·신비」는 2006년 문화관광부 종교부문 우수학술도서로, 엘리자베스 루디네스코/미셀 플롱의 『정신분석대사전』(공역)은 2006년 대한민국학술원 기초학문육성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
총신대학교 신학과(B.A.)에서 신학, 역사, 철학 등을 배운 뒤 프랑스로 건너가 몽펠리에 III대학교에서 철학-정신분석학을 수학하였고, 몽펠리에 개신교신학대학교에서 신학 박사학위(Th.D.)를 받았다. 한국라깡과현대정신분석학회에서 총무이사, 편집이사, 감사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서초동에 있는 예일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조직신학과 정신분석학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목차
머리말
제1부 고전적 신학방법론
제1장 부정의 방법
제2장 긍정의 방법
제3장 유비의 방법
제4장 상관의 방법
제5장 역설의 방법
제2부 프로이트가 말하는 정체화
제1장 프로이트의 정체화 이론을 위한 인식론
제2장 됨의 정체화
제3장 가짐의 정체화
제4장 상호적 정체화
제3부 라캉이 말하는 정체화
제1장 라캉의 정체화 이론을 위한 인식론
제2장 첫 번째 장르의 정체화
제3장 두 번째 장르의 정체화
제4장 세 번째 장르의 정체화
제4부 정체화 이론과 루터의 노예의지 개념
제1장 노예의지 개념에 접근하기 위한 인식론
제2장 루터에 의한 「자유의지에 관하여」 분석
제3장 루터의 노예의지 개념
제4장 노예의지 개념과 정체화의 세 번째 장르
제5부 라캉과 성서 해석
제1장 라캉과 신약성서 해석
제2장 라캉과 신약성서 묵상
제3장 라캉과 구약성서 해석
제4장 라캉과 구약성서 묵상
제5장 종교의 형식과 내용에 관한 라캉적 에세이
맺음말
참고 문헌/개념 색인/인명 색인
추천사
신학자라면 모름지기 자기 시대 인간론의 최첨단 이론을 알아야 한다. 몰트만(J. Moltmann)과 판넨베르크(W. Pannenberg)도 인간학을 썼고, 성서학자 불트만(R. Bultmann)도 실존주의 인간이해를 토대로 탈신화화 논쟁을 일으켰으며, 그의 대작 『신약신학』을 썼다. 우리 시대에 프로이트와 라캉의 과학적 인간이해를 모르는 자가 어떻게 신학을 전개할 수 있겠는가? 몰트만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대결한 끝에야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의 결론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는 라캉의 인간 이해를 기독교 고전과 대화하게 하고, 마침내 정신분석학으로 새롭게 성서를 읽음으로써 우리의 무의식이 자기 내면의 깊은 자아를 대면하게 함으로써 뒤틀린 상처를 치유하도록 안내한다. 결국 이 책은 아우구스티누스, 루터, 성서의 핵심 메시지를 통해서 절망을 딛고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시는 하나님을 만나게 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변화시킨다.
_김덕기 대전신학대학교 신약학 교수
내가 이 책에서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루터의 노예의지론에 대한 정신분석적 독해보다는 라캉 이론을 적용해 신약과 구약 텍스트의 감춰진 의미들을 조명한 성서 해석 작업이다. 물론 세부 개념과 해석방향에는 다른 견해나 비판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정신분석 개념과 방법을 적용한 텍스트 해석은 그 자체로 새로운 성서 탐구의 방법론이자 실험적 실천이다. 예컨대 누가복음 7장의 ‘향유를 예수에게 부은 여인의 사건’을 읽으면서 텍스트에 담기기 전의 예수(인성), 텍스트에 담긴 예수(신성), 텍스트 안팎의 예수(환상적 대상 a)의 본질을 차례로 조망한 부분은 정신분석적 독해가 지니는 유용성을 극대화한 예시다. 정신분석 이론이 오늘날 임상 영역을 넘어 예술 비평, 연극과 영화의 캐릭터나 텍스트 구조의 분석에 많이 활용되면서 유용성의 폭을 넓히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신학과의 접목도 본격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_김석 건국대학교 자율전공학부 교수
이 책은 라캉적 성서 해석의 길을 개척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종교를 신경증으로 보는 프로이트의 인간관이 사실은 어네스트 존스의 말처럼 ‘초대교부들의 후원 아래’ 구축되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라캉적 성서 해석의 토대로 삼고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의의는 초대교부로부터 아퀴나스, 키에르케고르, 틸리히의 해석 방법에 이르는 조직신학의 영역을 조명하여 기존 조직신학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또한 에라스무스와 루터의 상반적 시각인 자유의지론과 노예의지론을 재조명함으로써 인간과 신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공한다. 이 책의 이런 신선하고 비판적인 시각은 정신분석에 대한 종교의 승리를 강조하는 라캉의 입장을 재현한다.
_신명아 경희대학교 외국어대학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프로이트를 재해석한 자크 라캉을 통해, 무의식이 언어로써 구조화되어 있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의미이며 또 이런 상태로 사람을 이해할 때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이 책은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다. 프로이트와 라캉의 글이 방대하고 난해하여 전부를 읽고 소화해내기가 쉽지 않은데, 저자는 특별히 ‘정체화’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그들의 사상을 정리하고 있다. 저자의 이 신선하고 놀라운 관점이 우리에게 획기적이면서도 낯설어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정신분석학의 이러한 해석학적 사유는 라캉극장 관객의 영혼을 정녕 유익하게 할 것이다. 인내심을 발휘하는 독자들은 그 고통의 대가로 꽤 달콤한 열매를 거둘 것이다.
_신인섭 강남대학교 철학과 교수
이 책은 저자가 정신분석으로 신학과 성서를 읽는 방법론을 제시하고 그것을 구체적인 성서 텍스트에 적용 해석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먼저 전통적인 다섯 가지 신학방법론의 한계를 지적하며 프로이트-라캉의 정신분석, 특히 ‘정체화’에서 이끌어낸 “상호적 정신분석의 방법, 정신분석적 상호성의 방법”을 제안한다. 이 방법은 저자의 은사였던 몽펠리에의 고(故) 앙살디 교수로부터 배운 것이다. 한국에서 이를 본격적으로 소개하고 발전시키는 일은 그의 제자 강응섭 교수가 도맡아 하고 있다. 그 점에서 강 교수는 아주 특징적이고 의미 있는 신학의 새 장르를 열어가는 개척자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_이오갑 그리스도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종교개혁 때도 인문학적인 마인드로 성서를 해석했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다. 그러나 그 당시의 인문학에서 사용한 기법과 오늘날 인문학과 문화에서 사용하는 기법은 많이 다르다. 그중에서도 정신분석은 무의식의 주체를 들여다보는 귀중한 기법을 가지고 있다. 내담자가 하는 말의 속뜻을 세밀하고 총체적으로 듣듯이 성서 해석에서는 텍스트의 이야기를 통찰하면서 그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 정신분석 상담에서 분석가와 내담자가 삶을 총체적이고 세밀하게 풀어가면서 내담자의 아픔을 치유해가듯이, 정신분석이 기독교의 성서 해석이나 종교 상담에 적용되어 풍성한 결실을 맺는다면 또 다른 의미에서의 종교 개혁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_이유섭 명지전문대학교 교수, 정신분석가
본문 중에서
아이에게 엄마는 반복된 만족 경험으로 획득된 대상이다. 불안은 그 대상 상실 위험에 대한 반응이다. 그래서 프로이트는 불안의 개념을 이렇게 정의한다. “불안은 위험 상황에 대한 반응으로, 자아가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무엇을 만들거나 그 속으로 도피한다면 주체는 그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제2부 제4장_상호적 정체화
라캉 정체화의 첫 장르는 프로이트의 ‘됨의 정체화’에 근거를 둔다. 왜냐하면 우울증 환자가 나르시시즘 메커니즘을 근본적으로 따르듯이, 망상증 환자는 나르시스적 고착점에 기반을 두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캉은 양가감정을 설명하기 위해(나르시시즘에 병행하는) 상상적 매듭을 구축한다. 망상증 환자에게 대상에 대한 사랑은 자아 자신에 대한 사랑이다. 그가 나르시스적 대상을 사랑하면 할수록 그 대체 대상을 미워한다.
제3부 제2장_첫 번째 장르의 정체화
불안은 오브제 a 앞의 불안이다. 그 결과 불안은 향락의 신호이자, 오르가즘의 신호로 이해된다. 불안을 만드는 것은(욕망의 주체가 사망했다는 측면에서) 향락에 근접함을 뜻한다. 오브제 a의 출현에서 아이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엄마의 젖의 부재가 아니라 그것의 다가옴이다.
제3부 제4장_세 번째 장르의 정체화
루터에게 있어서 원의의 상실은 거울 단계 이론에 비교할 만하다. 거울 단계 전에, 아이가 상상적 신체와 실제 신체를 혼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원의가 박탈된 사람은 고유한 본성과 부여된 성품을 구분하는 데 다다르지 못한다. 그러므로 온전하지 못한 인간은 원의의 소멸과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상호 부조화된다는 점을 알지 못한다. 인간이 실상과 허상의 이중화를 모른다는 사실을 유념한 라캉은 이러한 인식을 근거로 ‘광기’를 연구한다. 에라스무스식 자유의지가 스콜라학의 인간학의 토대였듯이, 인간에 대한 라캉의 인식이 첫 번째 장르의 정체화의 근거를 이룬다. 결과적으로 죄에 대한 이론은 ‘모호한 지성’이 망상증적인 인식을 하는 한, 우리들의 고찰에 스며 있는 인간계의 존재론적 구조를 따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우리가 이상적 자아로서 자기 아빠를 관망하는 아이의 태도를 검토했듯이, 죄인은 자기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하나님이 되고자 한다. 이 의미의 틀 속에서 에라스무스는 구원을 위해 하나님과의 좋은 협력자로서 해석되는 자유의지의 인간을 이해한다. 그러나 루터는 스콜라 신학자들에 의해 펼쳐진 “굽은” 사상에 저항한다. 우리 생각으로는 인간이 하나님이 되고자 한다는 에라스무스식의 생각은 상상적 아버지를 말하는 정신분석학적 생각과 유사하다. 그 증거로 “인간은 그 자신이 신이 되고자 한다.”
제4부 제2장_ 루터에 의한 「자유의지에 관하여」 분석
정신의학자이자 정신분석가인 라캉은 인간의 ‘정신 차원’을 ‘3위체’로 구분한다. 이는 ‘지·정·의’라는 정신 기능과는 다르다. ‘3위체’는 인간 정신이 대상과 관계를 맺는 발달 과정에 논리적 순서로 나타난다. 누가복음 7장 36-50절은 ‘시몬’의 ‘집’에서 ‘향유’를 ‘예수’께 ‘붓는’ ‘한 여인’의 사건이다. 이 본문의 핵심은 여인이 저지른 ‘사건’이다. 이 사건을 통해 ‘주체’가 드러난다. 한마디 말도 하지 않는 여인의 주체가 예수로 하여금 말씀하게 하며, 그 말씀에 의해 주체로서 예수 스스로의 참모습이 드러난다. 초대받은 불청객 예수는 이 ‘사건’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드러낸다. 예수의 내면은 뫼비우스의 띠가 안과 밖의 이어짐으로 된 것처럼 ‘빚’이 ‘죄’로, ‘극진히 사랑함’이 ‘죄 용서 받음’으로, 이것과 저것이 이어진 것으로 표현된다.
제5부 제1장_ 라캉과 신약성서 해석
인간의 욕망을 탐구한 사상가이자 정신과 의사 자크 라캉의 눈으로
에라스무스의 자유의지와 마르틴 루터의 노예의지, 그리고 성서를 해석하다.
책소개
이 책은 자크 라캉이 제시한 정신분석학 방법으로 루터(M. Luther)를 읽고 성서를 읽음으로써 인문학의 개념을 풍부하게 하여 신학과 인문학이 서로 대화하도록 안내한다. 특히 이 책의 저자는 라캉의 L 도식을 활용해 상상적 정체화와 상징적 정체화가 어떻게 변증법적으로 어우러지면서 주체의 내적 구조와 타자와의 관계가 형성되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라캉의 L 도식에서 거울 이미지에 대한 정체화를 통해 만들어지는 자아 자리에 ‘자유의지를 지닌 인간’을 위치시키고, S 무의식 주체의 자리에는 ‘노예의지의 인간’을 위치시킨다. 이 방법으로 이해된 에라스무스의 자유의지의 인간은 정신분석에서 이야기되는 망상증 환자와 유사하다고 진단된다.
인간은 라캉의 ‘분열된 주체’처럼 육의 의지와 영의 의지, 근본적인 죄 때문에 손상된 옛사람과 말에 의해 창조된 새사람 사이에 위치해 있다. 주체가 대타자의 담론에 의해 구성되는 것처럼 인간의 치료, 곧 구원은 숨겨진 신의 계시(말씀)로 완성된다. 이처럼 ‘자유의지론’과 ‘노예의지론’은 신학적 배경과 논거를 통해서도 비교가 가능하지만 라캉의 3위체 이론인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에 입각할 때 더욱 잘 이해된다.
저자는 라캉의 정신분석 방법론으로 에라스무스의 자유의지론, 루터의 노예의지론을 해석하면서 인간이 하나님을 온전하게 찬양하지 못하고 어떻게 무의식 가운데 자신만의 우상을 만들고 그것을 숭배하는지를 입체적으로 설명한다. “내가 생각하는 곳에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지 않는 곳에 내가 존재한다”는 라캉의 메시지는 오늘날 물신 숭배와 자기도취, 자기편견에 빠진 인류와 세속화된 기독교에 던지는 경고다.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 가운데 우상을 만드는 행위를 탈피하기를 원하는 독자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욕망과 죄의 이해와 진단, 그리고 바른 치료 방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 _강응섭
프랑스 사상가이자 정신과 의사 자크 라캉의 이론을 중심으로 신학과 정신분석학을 연결하는 학제 간 연구자다. 그의 작업은 위그노(Huguenot)의 고장으로 알려진 프랑스 남부 지중해안 도시 ‘몽펠리에’에서 장 앙살디(Jean Ansaldi, 1934-2010) 교수의 지도를 통해 시작되었다. 앙살디는 신학대학교에서는 조직신학을, 인문대학교 철학과에서는 정신분석학을 가르친 독특한 이력의 신학자다. 저자는 스승 앙살디의 가르침을 발전시켜 성서와 신학 텍스트를 정신분석학과 연결해 현대인들에게 적용하고 있다.
그동안 『동일시와 노예의지』『프로이트: 무의식을 통해 마음을 분석하다』『교리와 세계관 입문』 등의 저서와 『다시, 민중신학이다』『라캉과 지젝: 정치적, 신학적, 문화적 독법』 등의 공저를 냈고, 『라캉 신드롬』『여성의 에로틱한 열정과 페티시즘-라캉과 클레람보의 직물과 정신분석』『정신분석대사전』(공역)『신화·꿈·신비』『라깡 세미나·에크리 독해 I』 등을 번역했다. 또한 한국조직신학회, 한국라깡과현대정신분석학회, 한국현상학회 등의 학술지에 「아우구스티누스와 라깡: 율동하는 마음의 동인으로서 성령」 이외 다수의 연구논문을 발표하고 게재함으로 신학과 정신분석학의 학제 간 연구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이런 여정 가운데 미르치아 엘리아데의 「신화·꿈·신비」는 2006년 문화관광부 종교부문 우수학술도서로, 엘리자베스 루디네스코/미셀 플롱의 『정신분석대사전』(공역)은 2006년 대한민국학술원 기초학문육성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
총신대학교 신학과(B.A.)에서 신학, 역사, 철학 등을 배운 뒤 프랑스로 건너가 몽펠리에 III대학교에서 철학-정신분석학을 수학하였고, 몽펠리에 개신교신학대학교에서 신학 박사학위(Th.D.)를 받았다. 한국라깡과현대정신분석학회에서 총무이사, 편집이사, 감사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서초동에 있는 예일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조직신학과 정신분석학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목차
머리말
제1부 고전적 신학방법론
제1장 부정의 방법
제2장 긍정의 방법
제3장 유비의 방법
제4장 상관의 방법
제5장 역설의 방법
제2부 프로이트가 말하는 정체화
제1장 프로이트의 정체화 이론을 위한 인식론
제2장 됨의 정체화
제3장 가짐의 정체화
제4장 상호적 정체화
제3부 라캉이 말하는 정체화
제1장 라캉의 정체화 이론을 위한 인식론
제2장 첫 번째 장르의 정체화
제3장 두 번째 장르의 정체화
제4장 세 번째 장르의 정체화
제4부 정체화 이론과 루터의 노예의지 개념
제1장 노예의지 개념에 접근하기 위한 인식론
제2장 루터에 의한 「자유의지에 관하여」 분석
제3장 루터의 노예의지 개념
제4장 노예의지 개념과 정체화의 세 번째 장르
제5부 라캉과 성서 해석
제1장 라캉과 신약성서 해석
제2장 라캉과 신약성서 묵상
제3장 라캉과 구약성서 해석
제4장 라캉과 구약성서 묵상
제5장 종교의 형식과 내용에 관한 라캉적 에세이
맺음말
참고 문헌/개념 색인/인명 색인
추천사
신학자라면 모름지기 자기 시대 인간론의 최첨단 이론을 알아야 한다. 몰트만(J. Moltmann)과 판넨베르크(W. Pannenberg)도 인간학을 썼고, 성서학자 불트만(R. Bultmann)도 실존주의 인간이해를 토대로 탈신화화 논쟁을 일으켰으며, 그의 대작 『신약신학』을 썼다. 우리 시대에 프로이트와 라캉의 과학적 인간이해를 모르는 자가 어떻게 신학을 전개할 수 있겠는가? 몰트만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대결한 끝에야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의 결론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는 라캉의 인간 이해를 기독교 고전과 대화하게 하고, 마침내 정신분석학으로 새롭게 성서를 읽음으로써 우리의 무의식이 자기 내면의 깊은 자아를 대면하게 함으로써 뒤틀린 상처를 치유하도록 안내한다. 결국 이 책은 아우구스티누스, 루터, 성서의 핵심 메시지를 통해서 절망을 딛고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시는 하나님을 만나게 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변화시킨다.
_김덕기 대전신학대학교 신약학 교수
내가 이 책에서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루터의 노예의지론에 대한 정신분석적 독해보다는 라캉 이론을 적용해 신약과 구약 텍스트의 감춰진 의미들을 조명한 성서 해석 작업이다. 물론 세부 개념과 해석방향에는 다른 견해나 비판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정신분석 개념과 방법을 적용한 텍스트 해석은 그 자체로 새로운 성서 탐구의 방법론이자 실험적 실천이다. 예컨대 누가복음 7장의 ‘향유를 예수에게 부은 여인의 사건’을 읽으면서 텍스트에 담기기 전의 예수(인성), 텍스트에 담긴 예수(신성), 텍스트 안팎의 예수(환상적 대상 a)의 본질을 차례로 조망한 부분은 정신분석적 독해가 지니는 유용성을 극대화한 예시다. 정신분석 이론이 오늘날 임상 영역을 넘어 예술 비평, 연극과 영화의 캐릭터나 텍스트 구조의 분석에 많이 활용되면서 유용성의 폭을 넓히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신학과의 접목도 본격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_김석 건국대학교 자율전공학부 교수
이 책은 라캉적 성서 해석의 길을 개척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종교를 신경증으로 보는 프로이트의 인간관이 사실은 어네스트 존스의 말처럼 ‘초대교부들의 후원 아래’ 구축되었음을 증명이라도 하듯,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라캉적 성서 해석의 토대로 삼고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의의는 초대교부로부터 아퀴나스, 키에르케고르, 틸리히의 해석 방법에 이르는 조직신학의 영역을 조명하여 기존 조직신학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또한 에라스무스와 루터의 상반적 시각인 자유의지론과 노예의지론을 재조명함으로써 인간과 신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공한다. 이 책의 이런 신선하고 비판적인 시각은 정신분석에 대한 종교의 승리를 강조하는 라캉의 입장을 재현한다.
_신명아 경희대학교 외국어대학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프로이트를 재해석한 자크 라캉을 통해, 무의식이 언어로써 구조화되어 있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의미이며 또 이런 상태로 사람을 이해할 때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이 책은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다. 프로이트와 라캉의 글이 방대하고 난해하여 전부를 읽고 소화해내기가 쉽지 않은데, 저자는 특별히 ‘정체화’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그들의 사상을 정리하고 있다. 저자의 이 신선하고 놀라운 관점이 우리에게 획기적이면서도 낯설어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정신분석학의 이러한 해석학적 사유는 라캉극장 관객의 영혼을 정녕 유익하게 할 것이다. 인내심을 발휘하는 독자들은 그 고통의 대가로 꽤 달콤한 열매를 거둘 것이다.
_신인섭 강남대학교 철학과 교수
이 책은 저자가 정신분석으로 신학과 성서를 읽는 방법론을 제시하고 그것을 구체적인 성서 텍스트에 적용 해석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먼저 전통적인 다섯 가지 신학방법론의 한계를 지적하며 프로이트-라캉의 정신분석, 특히 ‘정체화’에서 이끌어낸 “상호적 정신분석의 방법, 정신분석적 상호성의 방법”을 제안한다. 이 방법은 저자의 은사였던 몽펠리에의 고(故) 앙살디 교수로부터 배운 것이다. 한국에서 이를 본격적으로 소개하고 발전시키는 일은 그의 제자 강응섭 교수가 도맡아 하고 있다. 그 점에서 강 교수는 아주 특징적이고 의미 있는 신학의 새 장르를 열어가는 개척자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_이오갑 그리스도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종교개혁 때도 인문학적인 마인드로 성서를 해석했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다. 그러나 그 당시의 인문학에서 사용한 기법과 오늘날 인문학과 문화에서 사용하는 기법은 많이 다르다. 그중에서도 정신분석은 무의식의 주체를 들여다보는 귀중한 기법을 가지고 있다. 내담자가 하는 말의 속뜻을 세밀하고 총체적으로 듣듯이 성서 해석에서는 텍스트의 이야기를 통찰하면서 그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 정신분석 상담에서 분석가와 내담자가 삶을 총체적이고 세밀하게 풀어가면서 내담자의 아픔을 치유해가듯이, 정신분석이 기독교의 성서 해석이나 종교 상담에 적용되어 풍성한 결실을 맺는다면 또 다른 의미에서의 종교 개혁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_이유섭 명지전문대학교 교수, 정신분석가
본문 중에서
아이에게 엄마는 반복된 만족 경험으로 획득된 대상이다. 불안은 그 대상 상실 위험에 대한 반응이다. 그래서 프로이트는 불안의 개념을 이렇게 정의한다. “불안은 위험 상황에 대한 반응으로, 자아가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무엇을 만들거나 그 속으로 도피한다면 주체는 그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제2부 제4장_상호적 정체화
라캉 정체화의 첫 장르는 프로이트의 ‘됨의 정체화’에 근거를 둔다. 왜냐하면 우울증 환자가 나르시시즘 메커니즘을 근본적으로 따르듯이, 망상증 환자는 나르시스적 고착점에 기반을 두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캉은 양가감정을 설명하기 위해(나르시시즘에 병행하는) 상상적 매듭을 구축한다. 망상증 환자에게 대상에 대한 사랑은 자아 자신에 대한 사랑이다. 그가 나르시스적 대상을 사랑하면 할수록 그 대체 대상을 미워한다.
제3부 제2장_첫 번째 장르의 정체화
불안은 오브제 a 앞의 불안이다. 그 결과 불안은 향락의 신호이자, 오르가즘의 신호로 이해된다. 불안을 만드는 것은(욕망의 주체가 사망했다는 측면에서) 향락에 근접함을 뜻한다. 오브제 a의 출현에서 아이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엄마의 젖의 부재가 아니라 그것의 다가옴이다.
제3부 제4장_세 번째 장르의 정체화
루터에게 있어서 원의의 상실은 거울 단계 이론에 비교할 만하다. 거울 단계 전에, 아이가 상상적 신체와 실제 신체를 혼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원의가 박탈된 사람은 고유한 본성과 부여된 성품을 구분하는 데 다다르지 못한다. 그러므로 온전하지 못한 인간은 원의의 소멸과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상호 부조화된다는 점을 알지 못한다. 인간이 실상과 허상의 이중화를 모른다는 사실을 유념한 라캉은 이러한 인식을 근거로 ‘광기’를 연구한다. 에라스무스식 자유의지가 스콜라학의 인간학의 토대였듯이, 인간에 대한 라캉의 인식이 첫 번째 장르의 정체화의 근거를 이룬다. 결과적으로 죄에 대한 이론은 ‘모호한 지성’이 망상증적인 인식을 하는 한, 우리들의 고찰에 스며 있는 인간계의 존재론적 구조를 따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우리가 이상적 자아로서 자기 아빠를 관망하는 아이의 태도를 검토했듯이, 죄인은 자기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하나님이 되고자 한다. 이 의미의 틀 속에서 에라스무스는 구원을 위해 하나님과의 좋은 협력자로서 해석되는 자유의지의 인간을 이해한다. 그러나 루터는 스콜라 신학자들에 의해 펼쳐진 “굽은” 사상에 저항한다. 우리 생각으로는 인간이 하나님이 되고자 한다는 에라스무스식의 생각은 상상적 아버지를 말하는 정신분석학적 생각과 유사하다. 그 증거로 “인간은 그 자신이 신이 되고자 한다.”
제4부 제2장_ 루터에 의한 「자유의지에 관하여」 분석
정신의학자이자 정신분석가인 라캉은 인간의 ‘정신 차원’을 ‘3위체’로 구분한다. 이는 ‘지·정·의’라는 정신 기능과는 다르다. ‘3위체’는 인간 정신이 대상과 관계를 맺는 발달 과정에 논리적 순서로 나타난다. 누가복음 7장 36-50절은 ‘시몬’의 ‘집’에서 ‘향유’를 ‘예수’께 ‘붓는’ ‘한 여인’의 사건이다. 이 본문의 핵심은 여인이 저지른 ‘사건’이다. 이 사건을 통해 ‘주체’가 드러난다. 한마디 말도 하지 않는 여인의 주체가 예수로 하여금 말씀하게 하며, 그 말씀에 의해 주체로서 예수 스스로의 참모습이 드러난다. 초대받은 불청객 예수는 이 ‘사건’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드러낸다. 예수의 내면은 뫼비우스의 띠가 안과 밖의 이어짐으로 된 것처럼 ‘빚’이 ‘죄’로, ‘극진히 사랑함’이 ‘죄 용서 받음’으로, 이것과 저것이 이어진 것으로 표현된다.
제5부 제1장_ 라캉과 신약성서 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