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자크 라깡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관한 해석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프랑스의 정신의학자·정신분석학자·사상가다. 프랑스 정신의학의 제2세대에 속하는 그는 스승들과는 달리 환자의 문제를 기질이나 유전에서 찾지 않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인격과 연결했다. 그의 독특한 관점은 정신분석을 정신의학을 넘어 철학, 미학, 언어학, 사회학, 정치학, 경제학 등 다른 학문과의 연결 속으로 나아가게 했다.
그렇다면 라깡의 사유는 기독교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라깡과 기독교의 대화』는 이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을 모색한다. 라깡은 종교 예식에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전형적인 “신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가톨릭 사제였던 라깡의 동생은 형의 장례미사를 집전할 때, 라깡의 모든 저작이 비록 교회와 성서에 관한 것은 아니어도 기독교 문화를 반영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라깡의 사유가 기독교 문화를 바탕으로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고, 그 결실을 모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먼저 이 책은 라깡의 생애와 사상을 기독교와 연관해서 간략하게 소개한다(제1부 “생애와 사상”). 이어서 그의 사상이 기독교와 어떤 접점을 가지는지를 다양한 측면에서 고찰한다. 제2부 “라깡 담론의 짜임새”에서는 라깡의 주요 개념들을 소개하며 독자들이 그의 사상을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배려했다. 제3부 “라깡과 성서”(제3부)에서는 “예수 이름”이라는 신학적 개념이 라깡의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 또 정신분석학으로 성서 본문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를 다루며 라깡과 기독교가 만나는 실제적인 예를 보여준다. 더 나아가 제4, 5부에서는 라깡과 아우구스티누스, 라깡과 루터라는 굵직한 주제를 가지고 각 신학자와 라깡의 사유가 어떻게 상응하고 조화를 이루며 현대신학의 한계에 도전하는지를 깊이 있게 다루었다. 책의 마지막 부분은 제6부 “라깡과 사랑”, 제7부 “라깡과 실재”로 구성된다. 여기서 우리는 라깡의 사유가 신론과 기독론, 삼위일체론과 사랑론의 핵심에 닿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보통 난해하다고 평가되는 라깡의 사유가 기독교와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실제화·체계화되어 이해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정신분석은 치유의 기술을 발전시키는 학문으로서 인간 형성의 근본 문제를 파고든다. 정신분석가는 넓게 보면 인격이 형성되는 공간인 사회와 문화에 관해 연구하지만, 좁게 보면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인간이 어떤 식으로 존재하는지 연구한다. 정신분석이 신학의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더라도 그 내용이 신학에서 말하는 내용과 일맥상통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라깡식 정신분석은 귀납적인 의미에서의 신학이라고 할 수 있다. 환자에게 직접적인 답을 주지는 않지만 환자의 질문이 지시하는 곳에서 환자가 실재와 대면하도록 이끄는 정신분석처럼, 라깡이 인간과 이 세상의 실재에 관해 고민하며 얻은 질문과 답은 끊임없이 질문을 제기하며 하나님을 찾아가는 부정의 신학과 맞닿아 있다. 그리고 이는 기독교의 연역적 주장이 점점 퇴색되어가는 세속화 시대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취해야 할, 오히려 적극적인 형태의 신학이라고도 할 수 있다. 라깡의 사상에서 드러나는 귀납적 의미의 신학은, 긍정의 신학과 연역적 주장을 부정하거나 간과하는 것이 아니라 그 메커니즘이 더 원활하게 작용하는 데 일조할 것이다.
지은이 _강응섭
총신대학교 신학과, 프랑스 몽펠리에 III(폴 발레리) 대학교 정신분석학과를 거쳐 몽펠리에 개신교신학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 가을부터 서초구에 위치한 예명대학원대학교에서 조직신학 전공, 정신분석학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신학과 정신분석학을 연결하는 글을 집필하고 있다. 저서로 『동일시와 노예의지』, 『프로이트: 무의식을 통해 마음을 분석하다』, 『자크 라캉과 성서 해석: 정신분석학으로 성서 읽기』, 『라캉과 지젝: 정치적, 신학적, 문화적 독법』(공저), 『자크 라캉의 “세미나” 읽기』, 『첫사랑은 다시 돌아온다: 프로이트와 라캉의 사랑론』, 『성령론』(공저), 『소수자의 신학』(공저), 『한국에 온 라캉과 4차 산업혁명』, 『목회를 위한 교의학 주제 해설』(공저), 역서로 『라캉 신드롬』, 『신화·꿈·신비』, 『여성의 에로틱한 열정과 페티시즘: 클레람보와 라캉의 직물과 정신분석』, 『정신분석대사전』(공역), 『라깡 세미나·에크리 독해 I 』(공역), 논문으로 “예수이름과 양성일치 기독론”, “루터에 따른 믿음과 회개: 들려줌과 들음의 변주”, “룩-슈레더에 따른 ‘예수의 이름’에 재현된 삼위일체 하나님의 유일성과 현재화에 대한 연구”, “‘다윗의 편지’에 나타난 주체: 프로이트와 라깡의 관점으로”, “라깡의 거울도식과 나르시스적 사랑”, “종교의 형식과 내용에 대한 라깡적 에세이”, “라깡적 기호학으로 본 아우구스티누스의 ‘정신’과 ‘말’의 관계”, “예수의 직무 연구: 바리사이파 사람 시몬 집에서의 경우”, “한국 개신교회의 ‘개(個)교회화’에 관한 소고: 제2차 보편공의회 신조에 견주어 봄” 등이 있다.
차 례
<머리말>
<제1부> 라깡의 생애와 사상
- 1장 생애: 뒤늦게 돌아온 탕자처럼
- 2장 사상: 오브제 아를 향해 달린 경주자처럼
<제2부> 라깡 담론의 짜임새
- 3장 라깡에게서 “짜여진”(Structuré)의 의미
- 4장 라깡 담론의 짜임새: 정체화 개념
<제3부> 라깡과 성서
- 5장 라깡의 오브제 아와 신약성서의 예수 이름
- 6장 라깡의 도식들과 성서에의 적용: “다윗의 편지”
- 7장 예수의 직무 연구: 바리사이파 사람 시몬의 집에서
<제4부> 라깡과 신학 I: 아우구스티누스
- 8장 라깡, 아우구스티누스식 유비의 방법에 이르는 길
- 9장 라깡과 아우구스티누스에 따른 마음의 형식과 내용
- 10장 라깡과 아우구스티누스에 따른 마음과 말의 관계
<제5부> 라깡과 신학 II: 루터
- 11장 라깡의 “기표의 우위”와 루터의 신앙론
- 12장 라깡의 정체화와 루터의 노예의지
<제6부> 라깡과 사랑
- 13장 자기 사랑: 거울 도식과 나르시시즘
- 14장 이웃 사랑: 불안 변증법과 경계
- 15장 하나님 사랑: 사랑의 문자 S()와 실재
<제7부> 라깡과 실재
- 16장 종교의 형식과 내용에 관한 라깡적 에세이
- 17장 라깡의 종교 담론과 기독교의 신학 체계
맺음말
원논문 출처|참고 문헌|찾아보기
본문 중에서
● 나는 그동안 여러 논문과 강연을 통해 라깡의 저작이 기독교 문화를 반영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라깡은 성서와 아우구스티누스, 루터 등 기독교 사상가들의 본질적인 사유를 꿰뚫는다. 라깡의 사유는 신론과 기독론, 삼위일체론과 사랑론의 핵심에 닿아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가 추구하는 정신분석의 고유한 기술은 생명 존중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기에 그만큼 깐깐하고 정교함을 추구한다. (1장_생애)
● 그 길을 보여준 이는 아브라함이다. 그는 아버지 집에 있는 팔루스를 버리고 하나님이 지시하는 곳으로 가라는 말을 듣는다. 하나님이 지시하시는 곳은 딱 정해진 어느 곳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아브라함은 그곳이 어디가 될지도 모른 채 그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어느 한 곳을 정해서 간다면 그곳은 팔루스적인 곳이지만 아브라함은 정해지지 않은 어떤 곳으로 간다. 그곳은 오브제 아와 같은 곳이다. (2장_사상)
● 날실과 씨실로 무언가를 엮는 것은 우리의 문화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가령 직물이나 가옥을 만드는 일에 참여한 사람들은 짜임의 원리를 이해하고, 생활에서 실천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런 작업에 참여하는 사람들, 즉 비단을 짜거나 집을 짓는 사람들은 짜는 방식을 체득하고 그 흔적을 남겨두어 누군가가 그 흔적을 읽고 이해하게 한다. 우리는 우리의 장인 문화에서 삶의 희로애락을 작업에 투영한 무의식의 주체가 남긴 흔적을 얻을 수 있다. (3장_라깡에게서 “짜여진”[Structuré]의 의미)
● 무의식의 주체는 글을 쓰는 주체다. 그의 글쓰기는 자아를 드러내고 주체를 소외시킨다. 하지만 라깡식 분석 앞에서 자아는 고발당한다. 이미 나단이 그 진실을 파악했듯이 라깡식 분석도 주체의 진실을 간파한다. 다윗은 한 줄의 편지 때문에 십계명의 제6, 7, 8, 9, 10계명을 어긴 자로 판정된다. (6장_라깡의 도식들과 성서에의 적용)
● 정체의 문제는 집단 구조의 문제인 동시에 개인의 가치 문제다. 사회 구조가 인성에 영향을 미치고 인성이 사회 구조에 영향을 끼친다. 의사 결정과 소통에 있어서 가치는 중요한 요소다. 그 요소는 사적일 수도 있고 공적일 수도 있다. 바리사이파 사람 시몬이 보여준 태도는 사적 직무를 넘어 공적 직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개인의 가치는 종교성과도 결부되어 있고, 사적 가치의 종교성과 공적 가치의 종교성이 나뉠 수도 있다. (7장_예수의 직무 연구)
● 라깡식 정신분석에서는 정신의 발달단계를 3심급(상상계‐상징계‐실재)으로 나눈다. 이런 과정은 “욕동”이란 개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마찬가지로 아우구스티누스 신학에서는 의심에서 확신으로 이행하는 사람을 세 가지 모양(외적 인간‐내적 인간‐영적 인간)으로 이해한다. 이런 과정은 “지향성”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설명된다. (10장_라깡과 아우구스티누스에 따른 마음과 말의 관계)
● 세미나 9 “정체화”에서 “만원”은 에라스뮈스의 자유의지 메커니즘을 상징한다. 편집증적 구조를 가진 자유의지는 의의 본성 자체와 근본적 의의 상실 간의 부조화에 관해 무지하다. 대신 자유의지는 신‐인간 연합을 믿는다. 반면 “허원”은 루터의 노예의지를 설명한다. 노예의지는 기표의 집인 성서로부터 도래하는 말에 의해 욕망을 가지게 된다. 노예의지는 “암흑 속에” 나타나는 그리스도에 정체화된다. (12장_라깡의 정체화와 루터의 노예의지)
● 벗기고 떼어낸 후 남게 되는 주체와, 벗기고 떼어낸 후 남게 되는 대타자는 정신분석 상황에 반영되고, 헐벗은 분석가(analyste)와 헐벗은 분석수행자(analysant)는 정신분석 과정에서 적극적이고 급진적인 사랑의 노동을 행한다. 분석수행자는 자신의 증상에 덧씌워진 기의를 한풀 한풀 벗겨냄으로써 약한 대상으로서 대타자를 마주하게 되며 급기야는 무엇이라 표기할 수 없는 그 실재 대상을 직면하게 된다. 이는 참된 회개 때 이르는 자리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15장_하나님 사랑)
● 우리는 “뜻”(기의)에 강조점을 두는 습관이 있다. 이 말은 기표와 기의의 결합에 의해 “의미화”가 이미 일어난 상황을 염두에 두는 것이다. 그러나 성령의 역사는 이미 의미화된 것에 “새로운 의미화”를 불러일으킨다. 그렇기에 “지금‐여기”(hic et nunc)가 강조되는 신앙의 실존, 다시 말해서 “물로부터‐물 쪽으로”의 구도가 힘을 얻는 체계에서는 “기의”보다 “기표”가 강조된다. (17장_라깡의 종교 담론과 기독교의 신학 체계)
책소개
자크 라깡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관한 해석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프랑스의 정신의학자·정신분석학자·사상가다. 프랑스 정신의학의 제2세대에 속하는 그는 스승들과는 달리 환자의 문제를 기질이나 유전에서 찾지 않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인격과 연결했다. 그의 독특한 관점은 정신분석을 정신의학을 넘어 철학, 미학, 언어학, 사회학, 정치학, 경제학 등 다른 학문과의 연결 속으로 나아가게 했다.
그렇다면 라깡의 사유는 기독교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라깡과 기독교의 대화』는 이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을 모색한다. 라깡은 종교 예식에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전형적인 “신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가톨릭 사제였던 라깡의 동생은 형의 장례미사를 집전할 때, 라깡의 모든 저작이 비록 교회와 성서에 관한 것은 아니어도 기독교 문화를 반영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라깡의 사유가 기독교 문화를 바탕으로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고, 그 결실을 모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먼저 이 책은 라깡의 생애와 사상을 기독교와 연관해서 간략하게 소개한다(제1부 “생애와 사상”). 이어서 그의 사상이 기독교와 어떤 접점을 가지는지를 다양한 측면에서 고찰한다. 제2부 “라깡 담론의 짜임새”에서는 라깡의 주요 개념들을 소개하며 독자들이 그의 사상을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배려했다. 제3부 “라깡과 성서”(제3부)에서는 “예수 이름”이라는 신학적 개념이 라깡의 관점에서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 또 정신분석학으로 성서 본문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를 다루며 라깡과 기독교가 만나는 실제적인 예를 보여준다. 더 나아가 제4, 5부에서는 라깡과 아우구스티누스, 라깡과 루터라는 굵직한 주제를 가지고 각 신학자와 라깡의 사유가 어떻게 상응하고 조화를 이루며 현대신학의 한계에 도전하는지를 깊이 있게 다루었다. 책의 마지막 부분은 제6부 “라깡과 사랑”, 제7부 “라깡과 실재”로 구성된다. 여기서 우리는 라깡의 사유가 신론과 기독론, 삼위일체론과 사랑론의 핵심에 닿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보통 난해하다고 평가되는 라깡의 사유가 기독교와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실제화·체계화되어 이해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정신분석은 치유의 기술을 발전시키는 학문으로서 인간 형성의 근본 문제를 파고든다. 정신분석가는 넓게 보면 인격이 형성되는 공간인 사회와 문화에 관해 연구하지만, 좁게 보면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인간이 어떤 식으로 존재하는지 연구한다. 정신분석이 신학의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더라도 그 내용이 신학에서 말하는 내용과 일맥상통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라깡식 정신분석은 귀납적인 의미에서의 신학이라고 할 수 있다. 환자에게 직접적인 답을 주지는 않지만 환자의 질문이 지시하는 곳에서 환자가 실재와 대면하도록 이끄는 정신분석처럼, 라깡이 인간과 이 세상의 실재에 관해 고민하며 얻은 질문과 답은 끊임없이 질문을 제기하며 하나님을 찾아가는 부정의 신학과 맞닿아 있다. 그리고 이는 기독교의 연역적 주장이 점점 퇴색되어가는 세속화 시대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취해야 할, 오히려 적극적인 형태의 신학이라고도 할 수 있다. 라깡의 사상에서 드러나는 귀납적 의미의 신학은, 긍정의 신학과 연역적 주장을 부정하거나 간과하는 것이 아니라 그 메커니즘이 더 원활하게 작용하는 데 일조할 것이다.
지은이 _강응섭
총신대학교 신학과, 프랑스 몽펠리에 III(폴 발레리) 대학교 정신분석학과를 거쳐 몽펠리에 개신교신학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 가을부터 서초구에 위치한 예명대학원대학교에서 조직신학 전공, 정신분석학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신학과 정신분석학을 연결하는 글을 집필하고 있다. 저서로 『동일시와 노예의지』, 『프로이트: 무의식을 통해 마음을 분석하다』, 『자크 라캉과 성서 해석: 정신분석학으로 성서 읽기』, 『라캉과 지젝: 정치적, 신학적, 문화적 독법』(공저), 『자크 라캉의 “세미나” 읽기』, 『첫사랑은 다시 돌아온다: 프로이트와 라캉의 사랑론』, 『성령론』(공저), 『소수자의 신학』(공저), 『한국에 온 라캉과 4차 산업혁명』, 『목회를 위한 교의학 주제 해설』(공저), 역서로 『라캉 신드롬』, 『신화·꿈·신비』, 『여성의 에로틱한 열정과 페티시즘: 클레람보와 라캉의 직물과 정신분석』, 『정신분석대사전』(공역), 『라깡 세미나·에크리 독해 I 』(공역), 논문으로 “예수이름과 양성일치 기독론”, “루터에 따른 믿음과 회개: 들려줌과 들음의 변주”, “룩-슈레더에 따른 ‘예수의 이름’에 재현된 삼위일체 하나님의 유일성과 현재화에 대한 연구”, “‘다윗의 편지’에 나타난 주체: 프로이트와 라깡의 관점으로”, “라깡의 거울도식과 나르시스적 사랑”, “종교의 형식과 내용에 대한 라깡적 에세이”, “라깡적 기호학으로 본 아우구스티누스의 ‘정신’과 ‘말’의 관계”, “예수의 직무 연구: 바리사이파 사람 시몬 집에서의 경우”, “한국 개신교회의 ‘개(個)교회화’에 관한 소고: 제2차 보편공의회 신조에 견주어 봄” 등이 있다.
차 례
<머리말>
<제1부> 라깡의 생애와 사상
- 1장 생애: 뒤늦게 돌아온 탕자처럼
- 2장 사상: 오브제 아를 향해 달린 경주자처럼
<제2부> 라깡 담론의 짜임새
- 3장 라깡에게서 “짜여진”(Structuré)의 의미
- 4장 라깡 담론의 짜임새: 정체화 개념
<제3부> 라깡과 성서
- 5장 라깡의 오브제 아와 신약성서의 예수 이름
- 6장 라깡의 도식들과 성서에의 적용: “다윗의 편지”
- 7장 예수의 직무 연구: 바리사이파 사람 시몬의 집에서
<제4부> 라깡과 신학 I: 아우구스티누스
- 8장 라깡, 아우구스티누스식 유비의 방법에 이르는 길
- 9장 라깡과 아우구스티누스에 따른 마음의 형식과 내용
- 10장 라깡과 아우구스티누스에 따른 마음과 말의 관계
<제5부> 라깡과 신학 II: 루터
- 11장 라깡의 “기표의 우위”와 루터의 신앙론
- 12장 라깡의 정체화와 루터의 노예의지
<제6부> 라깡과 사랑
- 13장 자기 사랑: 거울 도식과 나르시시즘
- 14장 이웃 사랑: 불안 변증법과 경계
- 15장 하나님 사랑: 사랑의 문자 S()와 실재
<제7부> 라깡과 실재
- 16장 종교의 형식과 내용에 관한 라깡적 에세이
- 17장 라깡의 종교 담론과 기독교의 신학 체계
맺음말
원논문 출처|참고 문헌|찾아보기
본문 중에서
● 나는 그동안 여러 논문과 강연을 통해 라깡의 저작이 기독교 문화를 반영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라깡은 성서와 아우구스티누스, 루터 등 기독교 사상가들의 본질적인 사유를 꿰뚫는다. 라깡의 사유는 신론과 기독론, 삼위일체론과 사랑론의 핵심에 닿아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가 추구하는 정신분석의 고유한 기술은 생명 존중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기에 그만큼 깐깐하고 정교함을 추구한다. (1장_생애)
● 그 길을 보여준 이는 아브라함이다. 그는 아버지 집에 있는 팔루스를 버리고 하나님이 지시하는 곳으로 가라는 말을 듣는다. 하나님이 지시하시는 곳은 딱 정해진 어느 곳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아브라함은 그곳이 어디가 될지도 모른 채 그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어느 한 곳을 정해서 간다면 그곳은 팔루스적인 곳이지만 아브라함은 정해지지 않은 어떤 곳으로 간다. 그곳은 오브제 아와 같은 곳이다. (2장_사상)
● 날실과 씨실로 무언가를 엮는 것은 우리의 문화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가령 직물이나 가옥을 만드는 일에 참여한 사람들은 짜임의 원리를 이해하고, 생활에서 실천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런 작업에 참여하는 사람들, 즉 비단을 짜거나 집을 짓는 사람들은 짜는 방식을 체득하고 그 흔적을 남겨두어 누군가가 그 흔적을 읽고 이해하게 한다. 우리는 우리의 장인 문화에서 삶의 희로애락을 작업에 투영한 무의식의 주체가 남긴 흔적을 얻을 수 있다. (3장_라깡에게서 “짜여진”[Structuré]의 의미)
● 무의식의 주체는 글을 쓰는 주체다. 그의 글쓰기는 자아를 드러내고 주체를 소외시킨다. 하지만 라깡식 분석 앞에서 자아는 고발당한다. 이미 나단이 그 진실을 파악했듯이 라깡식 분석도 주체의 진실을 간파한다. 다윗은 한 줄의 편지 때문에 십계명의 제6, 7, 8, 9, 10계명을 어긴 자로 판정된다. (6장_라깡의 도식들과 성서에의 적용)
● 정체의 문제는 집단 구조의 문제인 동시에 개인의 가치 문제다. 사회 구조가 인성에 영향을 미치고 인성이 사회 구조에 영향을 끼친다. 의사 결정과 소통에 있어서 가치는 중요한 요소다. 그 요소는 사적일 수도 있고 공적일 수도 있다. 바리사이파 사람 시몬이 보여준 태도는 사적 직무를 넘어 공적 직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개인의 가치는 종교성과도 결부되어 있고, 사적 가치의 종교성과 공적 가치의 종교성이 나뉠 수도 있다. (7장_예수의 직무 연구)
● 라깡식 정신분석에서는 정신의 발달단계를 3심급(상상계‐상징계‐실재)으로 나눈다. 이런 과정은 “욕동”이란 개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마찬가지로 아우구스티누스 신학에서는 의심에서 확신으로 이행하는 사람을 세 가지 모양(외적 인간‐내적 인간‐영적 인간)으로 이해한다. 이런 과정은 “지향성”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설명된다. (10장_라깡과 아우구스티누스에 따른 마음과 말의 관계)
● 세미나 9 “정체화”에서 “만원”은 에라스뮈스의 자유의지 메커니즘을 상징한다. 편집증적 구조를 가진 자유의지는 의의 본성 자체와 근본적 의의 상실 간의 부조화에 관해 무지하다. 대신 자유의지는 신‐인간 연합을 믿는다. 반면 “허원”은 루터의 노예의지를 설명한다. 노예의지는 기표의 집인 성서로부터 도래하는 말에 의해 욕망을 가지게 된다. 노예의지는 “암흑 속에” 나타나는 그리스도에 정체화된다. (12장_라깡의 정체화와 루터의 노예의지)
● 벗기고 떼어낸 후 남게 되는 주체와, 벗기고 떼어낸 후 남게 되는 대타자는 정신분석 상황에 반영되고, 헐벗은 분석가(analyste)와 헐벗은 분석수행자(analysant)는 정신분석 과정에서 적극적이고 급진적인 사랑의 노동을 행한다. 분석수행자는 자신의 증상에 덧씌워진 기의를 한풀 한풀 벗겨냄으로써 약한 대상으로서 대타자를 마주하게 되며 급기야는 무엇이라 표기할 수 없는 그 실재 대상을 직면하게 된다. 이는 참된 회개 때 이르는 자리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15장_하나님 사랑)
● 우리는 “뜻”(기의)에 강조점을 두는 습관이 있다. 이 말은 기표와 기의의 결합에 의해 “의미화”가 이미 일어난 상황을 염두에 두는 것이다. 그러나 성령의 역사는 이미 의미화된 것에 “새로운 의미화”를 불러일으킨다. 그렇기에 “지금‐여기”(hic et nunc)가 강조되는 신앙의 실존, 다시 말해서 “물로부터‐물 쪽으로”의 구도가 힘을 얻는 체계에서는 “기의”보다 “기표”가 강조된다. (17장_라깡의 종교 담론과 기독교의 신학 체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