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한권_아카데미] - 『내러티브로 읽는 사사기』_두번째 모임_이원혁

이원혁
2018-08-15
조회수 2217

여전히 폭염으로 인해 걸어 다기니조차 힘든 월요일, 책모임을 준비하기 위해 3시쯤 새물결 카페에 도착했습니다.

새물결 카페는 이곳에 방문하는 누구에게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어서 이렇게 무더운 여름 조용히 책을 읽고 공부하기에 매우 좋은 장소입니다.

아니 그런데! 카페를 둘러보니 이미 대부분의 멤버들이 와서 사사기 책을 읽고 계셨습니다.

책모임을 인도하는 입장에서 이런 모습을 보면 감동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ㅎㅎㅎ 그래서 무더위도 싹 잊어버릴 만큼 뿌듯한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아봤습니다.


요즘 새물결 카페에서는 “내러티브로 읽는 사사기”가 이렇게 신간 도서로 잘 진열되어 있습니다. 

(아직 안 읽어 보신 분들께 강력히 추천합니다.^^)



오늘 모임은 시작부터 정말 은혜가 넘치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책 모임을 인도하며 알게 된 귀한 인연인 김은덕 목사님께서 복숭아를 들고 이번 모임에 방문해 주셨습니다.

김은덕 목사님 께서는 모임 시작 전에 미리 준비에 두신 기타로 기타와 악보로 찬양을 인도해 주시고, 특별히 책 모임에 참여한 멤버들을 향해 독창으로 특송도 해 주셨습니다. 위로와 감동이 가득한 찬양으로 함께 해 주신 목사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책모임 때마다 늘 물질적 헌신을 아끼지 않으시는 이덕승 집사님께서는 사사기를 더 깊이 공부하기 위해 사사기 당시의 성경 지도와 한영 대조 성경 본문을 복사해서 모든 멤버들에게 배부해 주셨습니다. 집사님께도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이번 모임 시간에는 책의 4장과 5장에 해당하는 사사 드보라 와 기드온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눴습니다. 

이 두 명의 사사는 사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대(大)사사들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성경을 깊게 들여다보니, 우리가 알고 있는 사사들의 모습보다 훨씬 더 풍성한 내용들이 성경 본문에 숨어 있었고, 두 인물에 대한 성경 저자의 묘사는 매우 흥미로우며, 때로는 우리의 기본 상식들에 반전을 일으키는 그런 구절들도 있었습니다.


먼저 드보라에 관해 나눈 책 내용들을 잠시 나눠보겠습니다.

드보라는 여자 사사였습니다. 그의 성별이 여자인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성경 원문에서는 드보라를 “여자, 여성 예언자, 랍비돗의 아내, 그녀가 이스라엘의 여사사가 되었다”(삿 4:4)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당시 여사사의 등장이 매우 의외였으며, 이와 동시에 그녀가 사사였음을 확실하게 기술해 주고 있습니다. 

그녀는 당시 그녀의 이름이 붙어 있는 종려나무 아래에서 이스라엘 자손들의 재판을 해주기도 하였으며(삿 4:5), 예언자로서 하나님의 메시지를 바락에게 전달하기도 합니다(삿 4:6). 바락이 드보라의 명령에 순응하며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을 보면, 그 역시 드보라를 사사로 인정하고 따르는 사람이었습니다. 

하나님은 바락에게 시스라와의 전쟁에 앞서 적극적으로 동행하여 주실 것을 약속합니다. 그러나 바락은 이러한 하나님의 말씀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드보라를 의지하며 전쟁터에 함께 갈 것을 요청합니다. 이러한 바락의 반응에 대하여 드보라는 바락이 전쟁의 영광을 얻지 못하고 시스라를 여인의 손에 파실 것임을 예언합니다.

성경은 사사기의 곳곳에서 이스라엘과 가나안의 전쟁은 “야웨의 전쟁”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즉, 전쟁의 승패는 사람이나 무기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달려 있다는 것이지요. 특별히 책을 함께 공부하면서 새삼 놀라웠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큰 두려움이었던 철 병거 900대를 기손 강에서 단숨에 물리치십니다. 열세에 있었던 이스라엘 백성들의 능력과는 상관 없이 하나님께서는 그분의 방법과 전능하심으로 이 전쟁을 이끌어 나가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군대 장관 시스라는 야엘의 손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데, 야엘은 당시 여인들의 가재도구나 다름 없었던 말뚝과 방망이를 사용하여 그를 죽입니다. 이것은 야웨의 전쟁이 칼이나 칼과 같은 무기에 달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사실 야엘의 등장에 관하여는 궁금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장면을 통해 성경이 독자들을 향하여 말하고자 하는 바는 드보라의 예언의 성취를 드러내기 위한 장면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삿 4:9). 


다음으로 등장하는 기드온에 관한 이야기는 훨씬 더 많은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사실 기드온은 오늘날의 교회들에서 긍정적인 이미지로 그 이름이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드온이 전쟁에서 승리한 이후, 그의 행보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성경은 그에 관하여 긍정적인 내용만 보고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는 분명 하나님께서 세우신 사사였습니다. 그러나 기드온의 가정과 배경을 살펴 보면, 그의 아버지 요아스의 집에 바알의 제단이 있었고(삿 6:25), 그의 집 상수리나무는 그가 그 지역에서 (이방) 종교적 권위를 가지고 있었을 확률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삿 6:11). 그리고 성경은 기드온의 일화에서 “두려움”에 관한 모티프를 지속적으로 등장시키고 있으며, 그는 하나님의 명령에 계속 의심을 품으며 심지어 하나님이 자신의 백성들을 괴롭히는 두려운 분이라고 오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하나님은 그러한 기드온의 연약한 모습을 끝까지 인도하시며 그를 격려하십니다.

하나님의 영이 기드온에게 임하고(당시 하나님의 영은 신약의 성령처럼 성품을 변화시키는 영이 아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능력을 주시는 분으로 묘사된다) 그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게 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몇 군데 있습니다. 야웨의 영이 임했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그와 함께 하신다는 증거임과 동시에, 이 전쟁이 “야웨의 전쟁”임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드온은 이 전쟁의 영광을 (드보라와는 달리) 온전히 하나님께만 돌리지 않고(삿 7:18), 자신이 이 전쟁을 이끌어가는 주체인 것처럼 자기 중심적인 태도를 보입니다(예를 들어 삿 6:36, 37). 뿐만 아니라 전쟁의 승리 이후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매우 실망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는 자신의 사적인 감정으로 복수를 저지르고, 전쟁의 전리품 중 가장 가치 있는 금을 1700세겔(약 20kg)이나 모으며, 정중히 왕의 자리를 거절하는 듯하나 왕의 행세를 부리며 그의 말년을 보냅니다(그의 아들 “아비멜렉”의 이름말은 “나의 아버지는 왕이다”는 뜻이다).

또 우리는 때로 기드온의 300용사에 관하여 그들이 마치 정예부대인 것처럼 여기고 이를 “기도의 300용사”라는 식으로 이름을 붙이곤 합니다. 하지만 성경의 어느 곳에서도 그들이 정예부대였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을 300명만 남겨둔 것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자손들이 스스로 자신을 구원하였다고 말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하나님의 지혜요 이스라엘 백성의 자만을 막기 위한 방어 장치였습니다(삿 7:2). 따라서 우리는 300명이라는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그들을 특수한 능력의 소유자로 생각하기 보다는, 이 전쟁이 “야웨의 전쟁”이며, 하나님의 도우심의 손길 없이는 승리할 수 없었던, 다시 말해 그분의 적극적인 개입하심으로 위대한 승리를 경험했던 하나의 스토리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처럼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지금까지 알고 있던 사사 드보라와 기드온에 관한 말씀을 더 깊이있게 다루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이번에 드보라와 기드온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 책의 특징을 또 한번 발견하게 되었는데, 이 책은 성경 본문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가장 우선의 관심을 두고 집중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성경을 일다보면 궁금한 내용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하지만 성경이 말하는 때까지 이야기를 다를 수 있을 뿐 그 이상의 해석을 그 이상의 추측을 성경이 이렇게 말하고 있다 라는 식으로 정의를 내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본문이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잘 파악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줍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목감기가 일주일이 넘도록 회복되지 않아서 책모임을 인도하기가 너무 힘들었던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임에 임해주셨던 모든 멤버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대화들로 수월하게 진행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임을 마치고 단톡방에서 서로의 모습을 격려해주는 모습에 다시금 새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벌써부터 다음 장에 펼쳐질 사사기가 기대됩니다. 

한주간 평안하시고 다음 주에 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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