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가 된 셜록 홈즈
리브 김 | 256쪽 | 14,000원
글 _ 강광주
지난 2016년 3월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바둑 대국이 열렸다. 바둑 인공지능(AI)과 최고 프로 기사와의 대결이 그것이다.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의 대국은 하루 한 차례 총 다섯 차례 벌어졌다. 결과는 4승 1패로 알파고가 승리하였다. 이 대국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긴 세기의 대결로 기록되었고 그 후 사회적 반향은 만만하지 않았다.
과학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어느 분야든 ‘과학적’이나 ‘이에 준하는 단어’만 붙여도 고개를 끄덕인다. 인문학에서도 과학이라는 단어를 붙여 ‘인문 과학’이라는 단어가 쉽게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과학적 지식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어떤 상태나 속성이 자연 내 존재하며. 그것은 바로 의식에 주어지는 정신적 상태나 속성이라는 것이다(p 92).
과연 영혼은 있는 것일까? 인간의 육체는 영혼을 담는 그릇일까? 육체와 영혼은 분리할 수 있을까? 영과 혼은 분리할 수 있을까? 마음은 머리에 아니면 가슴에 있는 것일까? 마음이 있기는 한 것인가? ... 물음은 또 다른 물음을 낳고 그 물음이 계속 의문의 꼬리표가 물고 묻고 묻고 또 묻는다.
이 모든 물음은 자연에 대한 탐구를 벗어난 물음, 즉 형이상학(metaphysics)의 물음이다. 그런데 이런 물음은 현대인의 질문만이 아니다. 과거 고대부터 근대, 근세를 거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동안 묻고 답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발전되고 심화되어 왔다. 소위 심신문제(mind-body problem), 즉 전통적으로는 영혼과 신체의 관계를, 현대적으로는 의식과 두뇌의 관계를 탐구하는 형이상학의 한 분과가 ‘심리철학’(philosophy of mind)이다(p 10). 그러나 심리학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분야이다.
《철학자가 된 셜록 홈즈》는 추억의 명탐정 홈즈를 소환한다. 그는 “모든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불가능한 것을 제외하고 남은 것이 있다면, 설령 믿기 힘들지라도 그것은 진실이다”(p 94)라고 주장한다. 추리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화로 쉽지 않은 철학적 논제들을 탐정이 하나씩 사건의 실마리를 풀듯이 풀어나간다.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 같은 철학의 테제(thesis)들을 그의 친구이자 조수 ‘왓슨의 보고서’를 통해 하나씩 소개하고 정리해 간다.
어쩌면 탐정과 철학자는 닮은 구석이 많다. 끊임없이 묻고 답하며 그 속에서 문제를 해결해간다. (영원히 풀리지 않을 미제의 사건(물음) 앞에서는 후학들의 열렬한 고민을 끌어들이는 것까지 포함해서...) 때로는 복잡한 삶에 대한 이해가 단순화되고 명료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철학자 홈즈의 명철함이 모든 것을 시원하게 해결할 수는 없다. 그에게도 미제의 사건이 있었듯이... 그의 형이상학적 탐구가 ‘선택받은 지성만이 엿볼 수 있는 자연의 본 모습일지, 아니면 어떤 날카로운 지성의 칼날도 처참하게 부서뜨리고 마는 시커먼 심연일지’(p 20)는 끝까지 책을 다 읽고 다양한 의견을 섭렵 한 후에 천천히 판단할 일이다.
철학자 홈즈는 영혼의 문제를 인과적 상호작용의 문제(causal interaction problem) 또는 짝지음 문제(pairing problem)라고 정리한다. 그리고 영혼의 문제는 물리적(공간이 없음)으로 설명이 불가능하고 굳이 영혼이라는 실체를 가정할 필요도 없다고 한다. 비유적으로 사랑이 나를 힘들게 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실체가 아니라 시시각각 생겨나고 사라지는 감정들뿐이듯이...(p 120).
배우 리브 타일러를 좋아하고 사진 촬영, 작곡 그리고 단편 소설을 쓰는 것이 취미인 저자는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곳에서 상대에게 적절한 질문을 통해서 원하는 결과나 스스로의 자각을 이끌어 내는 산파産婆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한다. 저자의 선한 의도가 대학에서뿐만 아니라 북토크 같은 시간을 통해서도 이루어지길 바란다. 인식의 확장이나 지속성의 유지를 위해서라도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을 편하게 왕래해주길 바란다. 보다 창의적인 활동 그 중심에 철학이, 철학자들이 있어서 더욱 기본이 든든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저자의 말대로 사유하는 주체가 개인이어야 하고 그 독립적인 주체가 사회 전반에 건강하게 포진된 사회, 그리고 최소한 개인의 입을 봉하지 않는 자유롭고 활기찬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저자의 학문적 성과만큼이나 대중적인 책들이 또 나와서 여러 가지 대사회적 논거들이 상아탑에만 머물거나 전문가들만의 대화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저자가 경험한 독일 사회, 타인의 생각을 충분히 듣고 다른 의견도 충분히 말할 수 있는 건강성이 우리 사회에서도 회복되고, 형이상학의 중요성 또한 전파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의 후속작 꼬마 한스와 말년의 니이체가 대화하는 상대주의를 다룬 《윤리학 입문서》가 기대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인구 절벽을 이루고 있고 이세돌과 알파고가 바둑을 두어서 인간이 연전연패했던 데이터의 응용시대에 살고 있다. 한국 기원은 알파고에게 입신의 경지인 프로 명예 9단을 수여했다. 알파고의 바둑 통산 전적은 73승 1패이다. 그 1패는 73승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일부 학자들은 미래의 자기 개량 AI는 사실상의 일반 지능을 얻을 수 있으며, 기대하지 않았던 AI 테이크 오버(take over; AI의 지구 장악)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로봇이 아무리 똑똑해 보인다고 할지라도 지능은 생명체가 번식하고 번영하는 데 기여하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알파고는 진정한 지능을 갖출 수 없다고 철학자 홈즈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다(p 235).
지난 4월 12일 저녁 저자와의 북 토크에 아내와 함께 다녀왔다. 그 때 저자를 만나 질문하고 싶었던 것은 ‘이 책을 썼던 진짜 이유, 소설을 통해서 등장한 인물과 실재하는 인물과의 관계 등’ 이었다. 그 Q&A 시간이 내게는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철학에서 궁극적인 답을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단지 철학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이 답이기도 하다. 그런 철학이, 철학자가 거대한 담론을 우리 사회에 제공하고 이끌어주는 것이 꼭 필요한 시대이다. 마지막으로 홈즈와 내(왓슨)가 인간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를 열린 물음으로 남겨 두었듯이(p 236) ‘인간 후의 인간’을 고민하는데 까지 현대 철학이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금은 죽은 철학이 아니라 우리 실생활에서 살아있는 철학이 되도록 우리 모두가 힘을 모으고 관심을 가질 때가 분명하다.
철학자가 된 셜록 홈즈
리브 김 | 256쪽 | 14,000원
글 _ 강광주
지난 2016년 3월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바둑 대국이 열렸다. 바둑 인공지능(AI)과 최고 프로 기사와의 대결이 그것이다.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의 대국은 하루 한 차례 총 다섯 차례 벌어졌다. 결과는 4승 1패로 알파고가 승리하였다. 이 대국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긴 세기의 대결로 기록되었고 그 후 사회적 반향은 만만하지 않았다.
과학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어느 분야든 ‘과학적’이나 ‘이에 준하는 단어’만 붙여도 고개를 끄덕인다. 인문학에서도 과학이라는 단어를 붙여 ‘인문 과학’이라는 단어가 쉽게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과학적 지식으로는 파악할 수 없는 어떤 상태나 속성이 자연 내 존재하며. 그것은 바로 의식에 주어지는 정신적 상태나 속성이라는 것이다(p 92).
과연 영혼은 있는 것일까? 인간의 육체는 영혼을 담는 그릇일까? 육체와 영혼은 분리할 수 있을까? 영과 혼은 분리할 수 있을까? 마음은 머리에 아니면 가슴에 있는 것일까? 마음이 있기는 한 것인가? ... 물음은 또 다른 물음을 낳고 그 물음이 계속 의문의 꼬리표가 물고 묻고 묻고 또 묻는다.
이 모든 물음은 자연에 대한 탐구를 벗어난 물음, 즉 형이상학(metaphysics)의 물음이다. 그런데 이런 물음은 현대인의 질문만이 아니다. 과거 고대부터 근대, 근세를 거치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동안 묻고 답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발전되고 심화되어 왔다. 소위 심신문제(mind-body problem), 즉 전통적으로는 영혼과 신체의 관계를, 현대적으로는 의식과 두뇌의 관계를 탐구하는 형이상학의 한 분과가 ‘심리철학’(philosophy of mind)이다(p 10). 그러나 심리학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분야이다.
《철학자가 된 셜록 홈즈》는 추억의 명탐정 홈즈를 소환한다. 그는 “모든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불가능한 것을 제외하고 남은 것이 있다면, 설령 믿기 힘들지라도 그것은 진실이다”(p 94)라고 주장한다. 추리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화로 쉽지 않은 철학적 논제들을 탐정이 하나씩 사건의 실마리를 풀듯이 풀어나간다.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 같은 철학의 테제(thesis)들을 그의 친구이자 조수 ‘왓슨의 보고서’를 통해 하나씩 소개하고 정리해 간다.
어쩌면 탐정과 철학자는 닮은 구석이 많다. 끊임없이 묻고 답하며 그 속에서 문제를 해결해간다. (영원히 풀리지 않을 미제의 사건(물음) 앞에서는 후학들의 열렬한 고민을 끌어들이는 것까지 포함해서...) 때로는 복잡한 삶에 대한 이해가 단순화되고 명료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철학자 홈즈의 명철함이 모든 것을 시원하게 해결할 수는 없다. 그에게도 미제의 사건이 있었듯이... 그의 형이상학적 탐구가 ‘선택받은 지성만이 엿볼 수 있는 자연의 본 모습일지, 아니면 어떤 날카로운 지성의 칼날도 처참하게 부서뜨리고 마는 시커먼 심연일지’(p 20)는 끝까지 책을 다 읽고 다양한 의견을 섭렵 한 후에 천천히 판단할 일이다.
철학자 홈즈는 영혼의 문제를 인과적 상호작용의 문제(causal interaction problem) 또는 짝지음 문제(pairing problem)라고 정리한다. 그리고 영혼의 문제는 물리적(공간이 없음)으로 설명이 불가능하고 굳이 영혼이라는 실체를 가정할 필요도 없다고 한다. 비유적으로 사랑이 나를 힘들게 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실체가 아니라 시시각각 생겨나고 사라지는 감정들뿐이듯이...(p 120).
배우 리브 타일러를 좋아하고 사진 촬영, 작곡 그리고 단편 소설을 쓰는 것이 취미인 저자는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곳에서 상대에게 적절한 질문을 통해서 원하는 결과나 스스로의 자각을 이끌어 내는 산파産婆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한다. 저자의 선한 의도가 대학에서뿐만 아니라 북토크 같은 시간을 통해서도 이루어지길 바란다. 인식의 확장이나 지속성의 유지를 위해서라도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을 편하게 왕래해주길 바란다. 보다 창의적인 활동 그 중심에 철학이, 철학자들이 있어서 더욱 기본이 든든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저자의 말대로 사유하는 주체가 개인이어야 하고 그 독립적인 주체가 사회 전반에 건강하게 포진된 사회, 그리고 최소한 개인의 입을 봉하지 않는 자유롭고 활기찬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저자의 학문적 성과만큼이나 대중적인 책들이 또 나와서 여러 가지 대사회적 논거들이 상아탑에만 머물거나 전문가들만의 대화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저자가 경험한 독일 사회, 타인의 생각을 충분히 듣고 다른 의견도 충분히 말할 수 있는 건강성이 우리 사회에서도 회복되고, 형이상학의 중요성 또한 전파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의 후속작 꼬마 한스와 말년의 니이체가 대화하는 상대주의를 다룬 《윤리학 입문서》가 기대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인구 절벽을 이루고 있고 이세돌과 알파고가 바둑을 두어서 인간이 연전연패했던 데이터의 응용시대에 살고 있다. 한국 기원은 알파고에게 입신의 경지인 프로 명예 9단을 수여했다. 알파고의 바둑 통산 전적은 73승 1패이다. 그 1패는 73승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일부 학자들은 미래의 자기 개량 AI는 사실상의 일반 지능을 얻을 수 있으며, 기대하지 않았던 AI 테이크 오버(take over; AI의 지구 장악)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로봇이 아무리 똑똑해 보인다고 할지라도 지능은 생명체가 번식하고 번영하는 데 기여하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알파고는 진정한 지능을 갖출 수 없다고 철학자 홈즈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다(p 235).
지난 4월 12일 저녁 저자와의 북 토크에 아내와 함께 다녀왔다. 그 때 저자를 만나 질문하고 싶었던 것은 ‘이 책을 썼던 진짜 이유, 소설을 통해서 등장한 인물과 실재하는 인물과의 관계 등’ 이었다. 그 Q&A 시간이 내게는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철학에서 궁극적인 답을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단지 철학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이 답이기도 하다. 그런 철학이, 철학자가 거대한 담론을 우리 사회에 제공하고 이끌어주는 것이 꼭 필요한 시대이다. 마지막으로 홈즈와 내(왓슨)가 인간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를 열린 물음으로 남겨 두었듯이(p 236) ‘인간 후의 인간’을 고민하는데 까지 현대 철학이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금은 죽은 철학이 아니라 우리 실생활에서 살아있는 철학이 되도록 우리 모두가 힘을 모으고 관심을 가질 때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