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가 된 셜록 홈즈
리브 김 | 256쪽 | 14,000원
글 _ 김덕원
“셜록 홈즈의 61번째 이야기”, “심리철학의 기본내용 습득이 가능한 책”. <철학자가 된 셜록 홈즈>에 대해 출판사가 제공한 정보다. 이 정보들은 내가 이 책 읽기를 망설이게 했다. 셜록 홈즈는 유명한 탐정이라 이름은 익히 알고 있지만 실제로 홈즈 시리즈는 한 번도 정독해 본 적 없던 나. 그의 61번째 이야기라는 이 책은 앞선 60개 이야기의 기초 지식이 전무한 내게 도전할 수 없는 큰 장벽같이 느껴졌다. 주제도 한몫했다. 처음 들어본 심리철학이라는 분야는 원래 복잡한 심리에 더 복잡한 철학까지 짬뽕된 난해한 학문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주제(심리철학)와 이야기 접근법(셜록 홈즈)으로 무장한 이 책을 내가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하며 책장을 넘겼다. 하지만 내가 한 생각들은 정말이지 기우였다. 셜록 홈즈라 다행이었고, 심리철학이라 감사했다.
전반적인 이야기 흐름은 셜록 홈즈와 여러 인물들(주로 왓슨 박사)이 함께 이끌어간다. 저자는 뛰어난 문장력을 기반으로 오리지널 추리소설에 버금가는 흥미진진한 전개능력을 보인다. 읽다보면 점점 빠져들어 책을 손에서 놓기 아쉬워진다. 책의 상당한 내용은 홈즈와 타인의 대화, 이 책의 주제인 심리철학에 관한 대화로 이뤄져있다. 대화체의 매력은 내가 가진 의문을 대화의 주체 중 누군가가 동일하게 질문할 때 ‘공감’을 느낀다는 것과 내 궁금증에 대해 상대가 대답해 줌으로써 ‘지적 해소’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때로는 홈즈, 때로는 왓슨, 때로는 스윈번 경이 되어가며 심리철학이라는 주제가 익숙해졌다.
심리철학은 “심신 문제, 즉 전통적으로는 영혼과 신체의 관계를, 현대적으로는 의식과 두뇌의 관계를 탐구하는 형이상학의 한 분과이다(p 11).” 우리가 인간에 대해 한번쯤 던져보는 질문들, “영혼은 존재하는가?”, “감정, 느낌, 믿음과 같은 마음의 상태들은 무엇인가?”, “자유의지는 무엇인가?”, “나의 믿음, 욕구 등과 같은 마음의 상태는 그 자체로 인과적인 힘을 행사하는가?”,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동일하다는 것을 설명해주는 객관적인 기준이 있을까?” 등을 바로 심리철학에서 다룬다. 인간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교육에 대한, 또는 법적 처벌의 목적에 대한 이해가 달라질 것이며, 심지어 정책의 방향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p 17).”이기에 심리철학의 가치는 새겨볼 부분이다.
본서에서는 심리철학의 다양한 질문들 중 마음의 상태를 아는 것(1장), 마음의 상태와 신경과학과의 관계(2장), 영혼의 존재(3장), 정신의 인과력(4장), 인격 동일성(5장), 자유의지(6장)를 다룬다. 난해할 수 있는 주제들도 홈즈를 따라가다보면 좀 더 관심을 가져보고 싶은 영역으로 바뀐다. 모든 것을 아는 신이 되고 싶은 인간의 욕망 때문인지 답을 좋아하는 개인적 성향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무한한 질문들을 던질 때 질문에 대한 한 가지 정답을 기대했다. 예를 들면, 인간의 동일성에서 ‘기억이 지속되는 인간이 동일한 인간이다’라든지, ‘영혼이 동일한 인간이 동일한 인간이다’라든지, ‘동일한 유기체일 때 동일한 인간이다’라든지 한 주제에 하나의 명확한 답이 내려지길 기대했다. 하지만 이런 형이상학적인 내용들은 명확한 결론을 지을 수 없다는 것과 지금도 계속 탐구하고 발전하고 있는 부분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미래사회의 인간 존재에 대해 언급한 에필로그는 다른 어떤 부분들 보다 인상적이었다. AI가 인간에게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홈즈는 로봇의 한계와 함께 인간의 인격 및 자기의식의 강인함을 역설한다. 그리고 “인간과 기계의 물리적 경계가 희미해지는 경우에 있어서도 홈즈는 지금과 같은 자기의식을 갖고 있는 한, 인간은 숙고하고 반성하며 죄책감이나 부끄러움을 느끼고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거라는 예측을 내어놓았다(p 231).” 로봇이나 인공지능에 쉽게 점령당할 수 없는 인간존재에 대해 더 연구하고 알아가야 할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홈즈와 심리철학의 만남을 다룬 <철학자가 된 셜록 홈즈>
인간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심리철학을 알고 싶다면, 추리 소설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홈즈의 팬이라면, 강력하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철학자가 된 셜록 홈즈
리브 김 | 256쪽 | 14,000원
글 _ 김덕원
“셜록 홈즈의 61번째 이야기”, “심리철학의 기본내용 습득이 가능한 책”. <철학자가 된 셜록 홈즈>에 대해 출판사가 제공한 정보다. 이 정보들은 내가 이 책 읽기를 망설이게 했다. 셜록 홈즈는 유명한 탐정이라 이름은 익히 알고 있지만 실제로 홈즈 시리즈는 한 번도 정독해 본 적 없던 나. 그의 61번째 이야기라는 이 책은 앞선 60개 이야기의 기초 지식이 전무한 내게 도전할 수 없는 큰 장벽같이 느껴졌다. 주제도 한몫했다. 처음 들어본 심리철학이라는 분야는 원래 복잡한 심리에 더 복잡한 철학까지 짬뽕된 난해한 학문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주제(심리철학)와 이야기 접근법(셜록 홈즈)으로 무장한 이 책을 내가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하며 책장을 넘겼다. 하지만 내가 한 생각들은 정말이지 기우였다. 셜록 홈즈라 다행이었고, 심리철학이라 감사했다.
전반적인 이야기 흐름은 셜록 홈즈와 여러 인물들(주로 왓슨 박사)이 함께 이끌어간다. 저자는 뛰어난 문장력을 기반으로 오리지널 추리소설에 버금가는 흥미진진한 전개능력을 보인다. 읽다보면 점점 빠져들어 책을 손에서 놓기 아쉬워진다. 책의 상당한 내용은 홈즈와 타인의 대화, 이 책의 주제인 심리철학에 관한 대화로 이뤄져있다. 대화체의 매력은 내가 가진 의문을 대화의 주체 중 누군가가 동일하게 질문할 때 ‘공감’을 느낀다는 것과 내 궁금증에 대해 상대가 대답해 줌으로써 ‘지적 해소’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때로는 홈즈, 때로는 왓슨, 때로는 스윈번 경이 되어가며 심리철학이라는 주제가 익숙해졌다.
심리철학은 “심신 문제, 즉 전통적으로는 영혼과 신체의 관계를, 현대적으로는 의식과 두뇌의 관계를 탐구하는 형이상학의 한 분과이다(p 11).” 우리가 인간에 대해 한번쯤 던져보는 질문들, “영혼은 존재하는가?”, “감정, 느낌, 믿음과 같은 마음의 상태들은 무엇인가?”, “자유의지는 무엇인가?”, “나의 믿음, 욕구 등과 같은 마음의 상태는 그 자체로 인과적인 힘을 행사하는가?”,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동일하다는 것을 설명해주는 객관적인 기준이 있을까?” 등을 바로 심리철학에서 다룬다. 인간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교육에 대한, 또는 법적 처벌의 목적에 대한 이해가 달라질 것이며, 심지어 정책의 방향성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p 17).”이기에 심리철학의 가치는 새겨볼 부분이다.
본서에서는 심리철학의 다양한 질문들 중 마음의 상태를 아는 것(1장), 마음의 상태와 신경과학과의 관계(2장), 영혼의 존재(3장), 정신의 인과력(4장), 인격 동일성(5장), 자유의지(6장)를 다룬다. 난해할 수 있는 주제들도 홈즈를 따라가다보면 좀 더 관심을 가져보고 싶은 영역으로 바뀐다. 모든 것을 아는 신이 되고 싶은 인간의 욕망 때문인지 답을 좋아하는 개인적 성향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무한한 질문들을 던질 때 질문에 대한 한 가지 정답을 기대했다. 예를 들면, 인간의 동일성에서 ‘기억이 지속되는 인간이 동일한 인간이다’라든지, ‘영혼이 동일한 인간이 동일한 인간이다’라든지, ‘동일한 유기체일 때 동일한 인간이다’라든지 한 주제에 하나의 명확한 답이 내려지길 기대했다. 하지만 이런 형이상학적인 내용들은 명확한 결론을 지을 수 없다는 것과 지금도 계속 탐구하고 발전하고 있는 부분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미래사회의 인간 존재에 대해 언급한 에필로그는 다른 어떤 부분들 보다 인상적이었다. AI가 인간에게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홈즈는 로봇의 한계와 함께 인간의 인격 및 자기의식의 강인함을 역설한다. 그리고 “인간과 기계의 물리적 경계가 희미해지는 경우에 있어서도 홈즈는 지금과 같은 자기의식을 갖고 있는 한, 인간은 숙고하고 반성하며 죄책감이나 부끄러움을 느끼고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거라는 예측을 내어놓았다(p 231).” 로봇이나 인공지능에 쉽게 점령당할 수 없는 인간존재에 대해 더 연구하고 알아가야 할 필요성을 느낄 수 있었다.
홈즈와 심리철학의 만남을 다룬 <철학자가 된 셜록 홈즈>
인간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심리철학을 알고 싶다면, 추리 소설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홈즈의 팬이라면, 강력하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