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하나님의 창조와 악의 잔존』 출간안내

새물결플러스
2019-03-04
조회수 4203

[책소개]

 

하버드 대학에서 히브리 성서와 유대 문헌을 가르치는 뛰어난 학자인 존 D. 레벤슨이 쓴 『하나님의 창조와 악의 잔존』은 악이 창궐하는 현실 세계에서 하나님의 통치권이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탐구하는 역작이다. 저자는 먼저 창세기 1장 및 구약의 다양한 창조 문헌을 분석한 후에 이스라엘의 창조 신앙이 소위 “무로부터의 창조”라는 기독교 전통의 창조 신앙과 구별된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책을 시작한다. 사실 무로부터의 창조 교리는 구약성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리스-로마 시대에 헬라철학과 맞서기 위해 교부들이 창안한 교리였다. 오히려 구약성서는 창조주 하나님께서 태초의 혼돈과 무질서를 제압하시고 질서와 조화가 가득한 창조세계를 이루어가시는 장면을 묘사함으로써 악의 제압과 극복이라는 관점에서 창조 신앙을 진술한다. 하지만 하나님의 창조 행위는 악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악을 억제하고 통제하는 것이다. 따라서 창조 세계 안에는 여전히 악이 잔존하며 활동한다. 그리고 이 악은 언제든지 하나님의 창조를 무위할 수 있는 잠재적 도전자다. 그럼에도 창조세계가 태초의 혼돈과 무질서로 회귀하지 않고 유지되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창조세계와 역사 속에서 지속적으로 악을 통제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즉 하나님의 창조와 통치 행위는 악과의 변증법적 관계 속에서 빛을 발한다.

레벤슨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지점은 그가 창조세계 전체를 “성전”이라는 관점에서 재해석했다는 점일 것이다. 지금은 비일이나 월튼 같은 학자들에 의해 “성전 신학” 개념이 어느 정도 알려졌지만 사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우주를 성전 관점으로 해석한 태두 역할을 한 학자를 꼽으라면 단연코 레벤슨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구약의 창조와 성전 건축이 서로 밀접히 연결되는 본문을 상세히 해석하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성전이 일종의 소우주 역할을 한다는 것을 갈파했으며, 또한 「에누마 엘리쉬」같은 고대 바빌로니아의 신화들과 달리 이스라엘의 창조 신앙 혹은 성전 건축 신앙에서는 인간이 지대한 역할을 부여받는 것에 주목하여 성전을 짓는 창조 행위에서 언약적 책임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이로써 하나님과 언약적 관계를 맺은 인간은 창조와 역사 모두에서 하나님과 동역하는 자로서 자리매김하게 된다. 따라서 구약성서를 성전 신학과 언약신앙을 서로 연결시켜 궁구하고자 하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기독교 신학과 신앙에서 오랜 시간이 흘러도 산뜻하게 해결되지 못한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신정론”이다. 즉 선하고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통치하시는 세상에 왜 악이 상존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길은, 제 아무리 기발한 해석이 등장해도, 여전히 깔끔하게 풀리지 않는 숙제와 같다. 이에 대해 레벤슨은 악의 기원이나 본질에 대해 형이상학적인 사색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그 악한 현실을 통제하고 극복해가는 하나님의 창조 행위에 주목하자고 제안함으로써 오늘도 변함없이 언약의 용사로서 악과 맞서 싸우며 세계를 향한 당신의 통치권을 주장하시는 하나님이야말로 인류의 소망임을 천명한다. 이런 저자 특유의 신정론적 해석은, 철학적 신정론에 갇혀 난해하기 이를 데 없는 질문과 대답의 미로 속에서 헤매는 대신 고난이 가득한 세계의 현실 속에서 하나님의 언약적 파트너로서 우리 자신이 수행해야 할 책임에 주목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창조 신앙, 성전 신학, 신정론의 관계에 대해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은이 및 옮긴이]

 

지은이 | 존 D. 레벤슨 Jon D. Levenson

 

히브리성서에 대한 탁월한 해석과 랍비 문헌, 고대 근동 문헌 등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바탕으로 고대와 현대, 유대교와 기독교 간의 건전한 대화를 이끌고 있는 유대교 성서학자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웰슬리 대학 및 시카고 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하버드 신학교(Harvard Divinity School)에서 교수(Albert A. List Professor of Jewish Studies)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시내산과 시온』(대한기독교서회), Resurrection and the Restoration of Israel: The Ultimate Victory of the God of Life, Inheriting Abraham: The Legacy of the Patriarch in Judaism, Christianity, and Islam, The Love of God: Divine Gift, Human Gratitude, and Mutual Faithfulness in Judaism 등이 있다.

 

 

옮긴이 | 홍국평, 오윤탁

 

홍국평은 연세대학교, 장로회신학대학교, 미국 하버드를 거쳐 클레어몬트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신과대학/연합신학대학원 구약학 교수로 가르치고 있다. 『이사야 1-39』(연세신학백주년기념성경주석, 대한기독교서회)을 지었으며, 『시내산과 시온』『예언서: 구약학입문시리즈 5』(이상 대한기독교서회) 등을 번역했다.

 

오윤탁은 계명대학교, 총신대학교를 거쳐 현재 연세대학교 대학원 구약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차례]

 

약어

감사의 말씀

개정판 발간에 맞추어(1994)

서문(1994)

서문

일러두기


I. 하나님의 주권과 질서의 취약성

1. 이스라엘 종교의 기본 개념?

2. 하나님의 승리 후에도 살아남은 혼돈

3. 창세적 승리의 미래성과 현재성

4. 결론: 악의 생명력과 창조의 취약함


II. 혼돈과 질서의 교차-창세기 1:1–2:3

5. 저항 없는 창조: 시편 104편

6. 칠 일 창조

7. 우주와 소우주

소우주로서의 성전

8. 안식과 재창조

하나님과 인간의 양두정치(dyarchy)

9. 결론: 제의 속에서 중화된 혼돈


III. 창조와 언약: 지배와 복종의 역동

10. 성서의 유일신 사상의 두 가지 언어

11. 언약적 신정(神政)의 변증법

12. 논쟁과 순종

 


[추천사 중에서]

 

이 책은 악의 존재가 하나님 나라에 미치는 다양한 함의를 탐구한다. 이 책은 모든 기독 지성인들의 필독서가 되어야 한다. 적극 추천한다.

김구원 | 개신대학원대학교 구약학 교수

 

저자는 창조 이야기에서 우리가 당연시하던 “무로부터의 창조”와 “신정론”을 당대의 신화적 배경과 실제 현실을 바탕으로 재고하게 하는데, 이로써 독자들은 분명 하나님의 주권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지 새로운 신학적 통찰에 이르게 될 것이다.

김정훈 | 부산장신대학교 구약학 교수

 

가려웠던 곳을 긁어주는 시원한 책이 나왔다. 가뭄 끝에 내린 비가 대지를 소생시키듯,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말라비틀어졌던 상상력에 생기가 더해가는 느낌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형이상학적 신정론의 깊은 잠에서 일어나 성서의 증언에 더욱 부합하는 방식으로 창조자와 그분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이미지를 선사받게 될 것이다.

김진혁 |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전통적인 “무로부터의 창조” 교리를 아무 생각 없이 믿어온 사람들에게는 저자의 주장이 충격적이고 도발적인 것으로 들릴 수 있으나 인내심을 가지고 읽으면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김회권 | 숭실대학교 기독교학과 구약학 교수

 

유대인 성서학자인 하버드의 존 레벤슨은 성서의 신학적 주제들을 집요하게 추적해온 학자로 유명하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성서신학의 진수를 맛보게 될 것이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다스리고 통제하시는가?”라는 실존적 질문에 고뇌하는 모든 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류호준 |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구약학 교수

 

레벤슨의 『하나님의 창조와 악의 잔존』은 구약성서의 창조 신앙에 담겨 있는 신학적 보화들을 드러내주면서 이것을 악의 문제와 연관시킨다. 하나님의 창조를 이해하고자 하며, 악의 문제에 대해 구약성서적 답변을 기대하는 모든 신학자 및 목회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박영식 | 서울신학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하나님의 창조와 악의 잔존』은 신정론이라는 철학적 프로젝트에 대한 성서신학자의 계사(繫辭)다. 이 책의 출판 이후에 더 이상 시원적 혼돈을 책상 밖으로 밀어낸 채 “무로부터의 창조”라는 첫 줄로 글을 시작하지는 못할 것이다.

손호현 |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조직신학 교수

 

“혼돈으로부터의 창조”의 관점에서 창조 신학을 펼쳐가는 저자는 창세기 1장의 창조 과정을 통해 악이 완전히 추방되고 소멸되는 대신 통제되고 제압되었다고 주장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창세기 1장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과 더불어 신정론에 대한 현실적이면서 풍성한 답변을 배우게 될 것이다.

우종학 |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교수

 

고대 근동학과 성서학, 랍비 해석학과 유대 철학의 빛으로 카오스캄프(혼돈과의 투쟁)의 궁극적 승자이신 하나님을 조명한 이 책은 초판이 발간된 지 삼십 년이 흘렀어도 신선함을 잃지 않고 있다. 포로기의 고통과 홀로코스트의 절망이 히브리성서와 현대 유대 철학을 낳았다면, 교회 역시 가속되는 세속화의 진통을 거쳐 더 성숙한 새로운 신학의 출현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유선명 |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구약학 교수

 

이 책은 구약성서에 나타나는 고대 이스라엘인들의 창조 신앙에 대한 새롭고 올바른 이해의 길을 보여준다. 구약성서의 창조 신앙은 혼돈과 무질서와 악이 잔존하는 현실 속에서 신정론의 문제에 대한 제의적이고 실천적인 접근으로 나타난다. 또한 부당한 악의 문제에 직면했을 때 그것을 설명하려고 씨름하기보다는 하나님께 그것을 날려버려 달라고 호소하면서(제의적) 악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투쟁하는 것(실천적)을 의미한다.

윤철호 | 장로회신학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이 책은 기독교 성서학자들이 간과해온 창조 신학에 얽힌 깊이 있는 신학적 통찰들을 설파하고 있어서 매우 반가운 선물과도 같다. 전문적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역자들의 수고로 가독성이 뛰어난 점도 눈에 띄는 장점이다.

차준희 | 한세대학교 구약학 교수, 한국구약학연구소 소장

 

이 책은 필연적 모순으로서 하나님의 “전능하심”과 “선하심”의 두 속성이 가져오는 “신정론”(theodicy) 문제에 대한 답변을 제시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신비하고 놀라운” 창조 신앙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하경택 | 장로회신학대학교 구약학 교수

 


[본문 중에서]


『하나님의 창조와 악의 잔존』의 핵심 주장은 이와 같은 역동이 히브리성서가 증언하는 대개의 창조 신학에서 발견된다는 점이다. 하나님이 세상의 창조자라는 증언은 하나님과 그분의 창조 행위를 대적하는 세력에 대항하는 상황에서 고백된다. 이는 무질서, 불의, 고통, 혼돈의 세력인데, 이들은 이스라엘의 세계관에서 하나다. 우리는 이 논제가 품고 있는 창조 신학의 근간을 뒤흔드는 급진적 도전에 직면해야 한다. 창조가 무엇인가에 대항해서 이뤄졌다는 말은 하나님이 세상을 무로부터 창조했다는 유서 깊은 “무로부터의 창조”(creatio ex nihilo) 교리를 거부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무”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성서의 대부분, 아마도 모든 창조 본문이 실제로 이 문제에 봉착한다고 말할 수 있다. 고대 미드라쉬는 “무로부터의 창조”라는 후기 유대교의 교리와 히브리성서 사이의 모순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_서문(1994) 중에서

 

2천5백 년간 지속된 서구 신학의 영향으로 인해 우리는 이스라엘을 포함한 고대 근동에서 창조의 핵심이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고 살기 좋은 질서가 만들어낸 안정적 공동체의 출현에 있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 이 질서를 중단시킨 세력을 무찌르는 야웨의 승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창조 행위다. 질서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던 것의 회복이라는 사실은 고대 히브리 문화에서 그다지 결정적 차이는 아니었다. “오래전 옛날처럼” 깨어나라고 야웨의 팔에 호소하는 것은 야웨에 대항하는 세력이 태곳적에 영원히 소멸되지 않았음을 인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마침내 족쇄가 풀린 대적들은 하나님이 정해놓은 경계를 탈출하여 자신들을 제압한 하나님께 도전장을 던진다. 이제 창조는 노아의 홍수 때처럼 전복된다. 이번에 다른 점이 있다면 하나님의 뜻에 따른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항해 일어난다는 점이다.

- 1장 “이스라엘 종교의 기본 개념?” 중에서

 

야웨가 승리할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예정되어 있고 불가피하다. 이는 바다 괴물에 대한 태곳적 승리의 당연한 결과이며, 창조세계의 존재 자체가 창조자의 절대적 힘을 증명하고 유한한 인간이 그에 대항하는 것이 얼마나 우습고 어리석은 일인지를 드러낸다. 문제는 야웨가 지금 이 순간에는 세상을 향한 권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그를 믿는 자들은 믿지 않는 이들의 비웃음과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이런 곤경 속에서 야웨를 굳건히 믿는 자가 취해야 할 바른 자세는 야웨가 그의 대적들을 무찌를 수밖에 없다는 필연성에 집중하고 인내와 확신 가운데 주님이 무한한 능력을 다시 떨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세상에 질서를 가져다준 자애로운 하나님의 속성은 비록 잠시 퇴색될지는 몰라도 결코 근절되거나 전복될 수 없다. 실재하며 지속되는 혼돈에 창조 행위가 부과하는 제한은 노아와 맺은 언약이 악한 세력에 부과한 제한과 유사하다.

_ 2장 “하나님의 승리 후에도 살아남은 혼돈” 중에서

 

어둠은 더 이상 태곳적인 것이 아니라 창조의 일부로서 세상의 새로운 질서 안에 편입된다. 빛과 마찬가지로 이제 어둠도 이스라엘의 하나님의 피조물이다. 하나님은 더 이상 선한 것만을 주관하시는 분이 아니다. 이제 그는 악(라아)의 창조자이기도 하다. 악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더 이상 하나님이 온 세상을 주관하신다는 주장에 흠이 되지 않는다. 여기서 예언자의 메시지는 악을 창조하시고 따라서 그것을 홀로 주관하시는 하나님이 이제 그 악을 소멸하고 이스라엘의 대적을 분쇄하며 이스라엘을 약속된 이전 영광으로 회복시키신다는 것이다. 이제 혼돈은 하나님 앞에 단순히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그를 의존하는 존재다. 하나님은 단순히 악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을 넘어 그것을 “역창조” 즉 무의 상태로 환원시켜버릴 수도 있다.

_ 9장 “제의 속에서 중화된 혼돈” 중에서

 

이 두 관점은 인간의 판단이 명령권자인 불가해한 신을 대체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신에게 순종하는 신실한 삶에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잉여물로 전락하는 것도 막아주는, 즉 신학의 범위를 규정하는 경계 역할을 한다. 더 높은 차원의 이 변증법적 신학에서 하나님과 논쟁하는 것과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은 모두 영적 행위의 핵심이다. 물론 두 행위를 언제 시의적절하게 사용할 것인지는 어쩔 수 없이 불분명한 채로 남아 있지만 말이다. 이 변증법은 언약 관계에서 섬김의 특징과 밀접할 뿐만 아니라 창조 전쟁 신화와 관련된 유일신 사상의 변증법과도 가깝다. 여기에서 합의의 기초 위에 세워진 왕권이 보존되기도 대체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내러티브, 언약, 창세 본문에 이런 영적 변증법의 변주곡이 공존한다는 사실은 이것이 이스라엘의 종교적 의식 속에서 얼마나 구심점을 이루고 있으며 뿌리 깊이 자리 잡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_ 12장 “논쟁과 순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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