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소개]“주권의 근원은 하나님”… 기독정당 청사진 제시 | 국민일보

새물결플러스
2018-04-06
조회수 2625

아브라함 카이퍼 지음
손기화 옮김
624쪽
26,000원


                    

  

‘기독교 세계관’의 창시자이자 세계적인 칼뱅주의 신학자로 꼽히는 아브라함 카이퍼(Abraham Kuyper·1837∼1920)에겐 ‘10개의 머리와 100개의 손을 가진 사람’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네덜란드의 작은 항구도시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그의 83년 생애를 살펴보면 이런 평가가 허튼소리가 아님을 알게 된다.

목회자이자 신학자였던 그는 동시에 언론인으로 활약, 주간지 ‘드 헤르아우트’와 일간지 ‘드 스탄다르트’를 발행했다. ‘반혁명당(The anti revolutionary party)’을 세웠고, 당 대표, 하원의원 등을 거쳐 네덜란드 총리로 재직했다. 기독교 학교를 세우기 위해 ‘학교투쟁’을 벌였던 그는 암스테르담 자유대학을 설립했다. 또 자유주의 사상에 물든 네덜란드 국교회에 맞서 교회개혁운동을 펼치며 ‘네덜란드 개혁교회’를 세웠다.

그는 평생 220여권의 책을 네덜란드어로 썼다. 그의 저작을 통해 그가 남긴 정치적 신학적 유산을 부활시키기 위해 ‘아브라함 카이퍼 번역협회’가 결성됐다. 이들은 카이퍼의 저서 가운데 공공신학에 관련된 12권을 영어로 번역했고, ‘아브라함 카이퍼의 정치 강령’(새물결플러스)은 그중 하나다.

카이퍼는 1878년 4월 총선거를 앞두고 프랑스혁명의 영향으로 네덜란드를 물들인 무신론적 흐름에 반대하는 ‘반혁명당’ 건설을 추진했다. 창당을 앞두고 당의 핵심 이념과 정강을 22개장, 328개 부문으로 정리했다. 이를 일간지에 하나씩 나눠 발표했고, 이듬해 3월 ‘우리의 강령(Ons Program)’이란 책으로 펴냈다. 한국어 버전은 당시 1879년 초판을 이듬해 개정한 1880년 제2판을 번역했다.

카이퍼는 여기에서 주권과 정부 형태, 헌법, 지방분권, 교육, 사법제도, 공공질서, 공중보건, 교회와 국가 등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 영역을 총망라하고 있다. 카이퍼는 “주권의 근원은 법 또는 사람 의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있다”며 “주권은 단지 정치적 분야만이 아니라 모든 영역으로 흘러간다”고 선포한다. 또 그 연장선에서 “국가와 정부는 하나님의 종이며 그분의 이름을 영화롭게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는 정부가 하나님의 은총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확언한다”고 밝히고 있다. 인간의 모든 영역 중 만물의 주권자이신 그리스도가 ‘내 것이라’고 주장하지 않는 곳은 없다는 그의 ‘영역주권’ 사상을 찾아볼 수 있다.

카이퍼 연구가인 제임스 브래트 칼빈칼리지 교수는 ‘이 강령은 카이퍼가 네덜란드 최초의 대중 정당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신학, 정치이론, 조직의 비전을 일련의 정책으로 결합해 그의 시대에 필요한 것들을 직접 대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래트 교수는 “우리에게 이것은 우리 시대와 동등한 증언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의 도전을 제시한다”고 적었는데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초안에 가깝기 때문에 정교한 완성본이라기보다는 아이디어를 던져주며 생각을 자극하는 측면이 많다. 네덜란드의 정치 사회 문화적 배경 위에 쓰인 독특성 때문에 한국 상황에 바로 적용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개헌 논의가 한창이고,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기독교와 정치 관계를 돌이켜볼 기회를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국민일보 김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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