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리에게 남북통일은 매우 절실한 과제다. 역사와 문화 및 핏줄을 공유하는 민족 공동체인 남한과 북한의 갈라짐은 자연스럽지 않다. 게다가 70년 가까이 이어진 분단은 지금까지 우리 민족에게 크나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신학적인 관점에서도 통일은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과제로서 함석헌은 분단 자체를 “죄”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한민족의 통일과 공동 번영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며 동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에 크게 이바지하는 사건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남북통일은 한반도 구성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에게 더 나은 삶을 안겨줄까? 우리 주변에는 통일이 되면 경제·교육·정치 분야에서 여성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역사를 돌이켜보면 충분한 준비 없이 이루어진 통일은 오히려 여성의 권리를 후퇴시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분단과 여성』은 통일 독일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국가의 역사적 전환기에 여성의 사회적 권익과 삶의 질은 부차적 문제로 취급되기 쉽다고 지적한다. 이는 저자가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여성의 목소리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사람들의 인식과 삶의 방식, 사회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종교”다. 여성이 겪는 차별은 표면적으로는 정책과 제도로 나타나는 “사회적 문제”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인식과 문화의 차원에서 나타나는 “종교적 문제”이기도 하다. 유교 문화와 결합한 한국 기독교의 가부장적 보수성은 통일 과정에서 여성의 지위를 결정하는 데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민족의 통일이라는 대업 앞에서 여성에게 불리한 사회적·문화적 인식이 개선되기는커녕 문화와 종교의 이름으로 더 완고하게 작용할 위험이 있다는 이야기다.
성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애써온 여성신학의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동등한 기회란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의 통일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여성이 통일 후 낙오자로 전락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남성 중심적인 전통 신학을 넘어서는 여성통일신학을 정립해야 한다. 여기서 세계의 여성신학자들이 추구해온 “평화와 평등 공동체”는 여성통일신학이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통일된 한반도에 평화와 평등 공동체가 세워져야 한다고 말하는 『분단과 여성』은, 이를 위해 “상한 마음의 치유”, “용서의 표현”, “타자들의 연대”, “사랑과 섬김의 실천” 등의 성경적 가치를 기초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민족은 통일을 통해 국토와 문화의 단절을 극복하고, 성령으로 우리를 연대하게 하시는 하나님 안에서 하나가 되는 “공동체”를 설립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특히 남한의 그리스도인들은 대화와 이해 및 협력을 통해 남성과 여성, 남과 북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고 탕자를 맞이한 아버지처럼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
여기서 민중 중의 민중으로 가장 큰 고난을 겪어온 이 땅의 여성들은 증오와 반목의 시대를 끝내고 용서와 연대, 공존의 시대를 열 수 있는 역사의 주인공들이다. 여성들은 이제 교회와 민족의 공동 지도자로서 민족 통일의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여성들의 각성과 노력을 통해 모두가 평화롭고 평등하게 공존할 수 있는 하나님 나라가 임하기를 바라보는 『분단과 여성』은, 통일을 준비하는 한국교회 안에서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여성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지은이 _ 조진성
장로회신학대학교 학부에서 기독교교육학(B.A.),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M.Div.)과 조직신학(Th.M.)을 공부했고 미국 클레어몬트 대학원대학교(Claremont Graduate University)에서 여성종교학 석사학위(M.A.)를, 조직신학과 여성신학으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평양노회에서 교단 최초로 안수받은 여성 목사 중 한 사람이며, 남편과 함께 17년간 미국 이민자 교회를 섬기며 학문과 목회를 겸하고 있다. 현재 로스앤젤레스 소재 리폼드 대학교(The Reformed University of USA) 학장으로 재직 중이며 만남의교회를 섬기고 있다.
목차
서론
- 왜 통일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 왜 여성 담론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 왜 한국교회의 현상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1부 통일 한국을 위한 신학적 기반
1장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인 관점과 통일신학의 중요성
- 반공 기독교 사상의 발생 배경
- 1960년대 분단신학의 발전
- 1970년대 통일신학의 등장
- 1980년대 교회의 선교 과제로서의 통일
- 1990년대 진보와 보수의 협력
2장 한국 통일신학자들의 반응
- 함석헌의 통일신학
- 노정선의 통일신학
- 김용복의 통일신학
- 통일신학에 대한 여성신학의 비판
2부 통일 한국을 위한 정치적 기반
1장 독일의 통일 사례 연구
- 통일 후 독일의 가족 정책 및 동독 여성의 사회적 위치
- 동・서독의 정치・경제・사회적 상황 속에서 여성의 위치
- 통일이 독일 여성의 삶에 미친 영향
2장 통일 독일 여성의 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와 종교
- 여성의 일차적인 역할: 어머니
- 정치 문화 속에서의 여성
- 독일인의 신념과 삶의 방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서의 종교
3장 통일 한국의 여성 정책 방향 제안
- 한반도 분단이 한국 여성의 삶에 미친 영향
- 여성의 관점을 담은 통일 정책의 필요성
3부 통일 한국을 위한 문화적 기반
1장 유교가 한국 여성의 삶에 미친 영향
- 유교 문화 속 한국 여성의 이해: 어머니와 아내
- 한국 여성의 삶 속에서 드러나는 유교의 영향
- 가족 정책 속 여성의 지위 및 사회 활동
2장 유교가 북한 여성의 삶에 미친 영향
- 북한의 여성 정책
- 북한 여성의 경제적 상황
- 북한 여성의 정치적 지위
- 출산과 육아, 집안일의 사회화
- 가정에서 북한 여성의 역할
- 북한 여성과 유교
3장 유교가 남한 여성의 삶에 미친 영향
- 남한 여성의 경제적 지위
- 남한 여성의 정치적 지위
- 남한의 가족 정책 및 여성 지원 시스템
- 가정에서 남한 여성의 위치
4부 여성통일신학 담론
1장 기독교가 한국 여성의 삶에 미친 영향
- 긍정적 영향
- 부정적 영향
- 한국 기독교 속의 성차별주의
2장 평화와 평등 공동체를 추구하는 여성통일신학적 모델
- 쉬슬러 피오렌자의 “하나님 나라”
- 이사시 디아즈의 “공동체로서의 하나님 나라”
- 민경석의 “타자들의 연대”
3장 이상적인 여성통일신학 공동체의 기초
- 상한 마음의 치유
- 용서의 표현
- 타자들의 연대
- 사랑과 섬김의 실천
4장 새로운 공동체의 “공동 설립자”로서 여성의 위치
- 교회의 공동 지도자로서의 여성
- 민족의 공동 지도자로서의 여성
결론
참고 문헌
추천사
이 책은 남북 분단의 암울한 현실과 성차별의 한계를 뛰어넘어 평화통일을 지향하고 양성평등의 공동체를 희망하는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시대적 사명을 일깨우는 유익한 책이 되리라 확신한다.
_강호숙(신학 박사)
저자는 예민한 통찰력을 가지고 여성신학적 관점에서 통일의 여러 가지 측면을 체계적으로 고찰한다. 또한 남북 여성의 삶을 신학적・정치적・문화적으로 분석하고 “통일 이후에 어떻게 하면 여성이 차별 없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며 평화와 평등 공동체의 “공동 설립자”로서 여성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한다. 『분단과 여성』은 여성의 입장에서 쓴, 몇 안 되는 통일신학 책이다. 이 책이 통일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 특히 올바른 통일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_민경석(미국 클레어몬트 대학원대학교 신학 교수)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통일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깨뜨릴 뿐 아니라 통일의 모든 과정에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목소리를 정당하게 높여야만 한반도 여성 모두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제대로 된 통일을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여성의 권익을 “젠더”의 문제로만 아니라 민족, 계급, 종교라는 더 큰 지평 안에서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일깨우는 귀중한 책이다.
_박유미(신학 박사)
현재 남북한 모두 여성의 삶은 행복하지 않다. 통일 과정이 이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면 이 역시 사력을 다해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할 주제임이 분명하다. 이 책은 상황을 깊이 진단하고 폭넓게 대안을 구하며 멀리 보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사려 깊은 연구의 결과물이다. 저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_양희송(청어람ARMC 대표)
조진성 교수의 『분단과 여성』은 그동안 같은 선상에서 논의된 적이 드문 “여성”과 “통일”이라는 주제를 연결하여 통일 논의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는 평등과 화해의 공동체로서의 통일 한국을 지향하는 여성통일신학의 관점에서 남북통일의 과정에 여성의 참여가 꼭 필요함을 강조한다. 머지않아 현실화될 한반도 통일을 준비하는 한국교회 안에 여성의 소리가 더욱 크게 울려 퍼지기를 기대하며 일독을 권한다.
_윤철호(장로회신학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이 책은 “분단과 여성”이라는 담론을 구성하기 위해서 기존의 분단신학, 통일신학, 사회와 종교에서 비롯된 여성 문제, 남북한과 동・서독 및 통일 독일의 여성 문제를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방향까지 제시한 비상한 노력의 산물이다. 정직한 태도로 통일 문제에 도전한 저자에게 감사하며 한반도 문제의 공론장에 공급된 새물결을 반갑게 맞이하고자 한다.
_윤환철(미래나눔재단 사무총장)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민족 통합에 있어 여성의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통일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영감을 줄 만한 책이기에 일독을 권한다.
_카렌 토저슨(미국 클레어몬트 대학원대학교 여성신학 교수)
본문 중에서
통일은 단지 정치적・지리적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두 쪽으로 나뉘어 반목한 결과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린 한민족이 어떻게 다시 회복되어 하나의 국가 공동체가 될 수 있을지 고려해야 한다. 이 점에서 생명을 잉태하고 돌보는 품성과 경험을 가진 한국 여성들의 마음과 생각은 우리 민족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자산이기에 여성은 새로운 가족으로서의 새로운 민족 건설에 있어 주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신학과 정책에 여성의 관점이 포함된다면 통일 한국은 더욱 조화롭고 정의로운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한국 사회를 위해 여성 관점의 신학과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_서론
신학의 사명은 그 시대의 고통과 아픔의 문제에 대한 답을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남성 신학자들은 그동안 기독교의 전통 신학이 여성의 삶에 부과한 아픔의 역사를 보며 함께 울고, 더 나아가 “반쪽의 신학”에 머물렀던 신학의 “완성”을 위해 여성의 자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여성 담론”이 통일신학에 포함될 때 실질적 평화와 평등이 도래할 수 있다. 진정한 통일이란 단지 정치적・경제적・사회적 통합만이 아니라 억압과 착취와 부정의 없이 진정으로 평화로운 사회가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평화로운 공동체를 세우기 위한 통일신학은 여성의 목소리와 경험, 여성의 특성과 함께 발전되어야 한다.
_1부 2장 한국 통일신학자들의 반응
나는 그 근본적인 원인이 “종교”라고 본다. 이분법적인 성별 구분에 따르면 여성의 일차적인 책임은 어머니로서의 임무다. 정치, 문화, 가족 정책 기관은 여성의 사회적 위치와 고용을 결정하는 요소다. 이때 사람들의 생각과 신념, 삶의 방식 그리고 사회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 문화와 가족 정책 기관을 좌지우지하는 보다 중요한 요소가 바로 “종교”다.
_2부 2장 통일 독일 여성의 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와 종교
독일 통일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통일 과정에서 여성의 삶은 거의 고려되지 않았고 정책 수립 과정에서도 여성의 필요와 어려움은 반영되지 않았다. 더 나아가 두 개의 시스템이 통합되는 과정에서 국가적 문제와 다른 사회적 문제들이 우선시되면서 여성 문제는 뒤로 밀렸다. 이런 상황은 독일뿐만 아니라 과거 한국에서도 똑같이 발생했다. 따라서 우리는 독일의 발자취를 따르지 않으려면 새로운 통일 방안을 발전시켜야 한다. 통일 과정에서 여성이 사회적 낙오자로 전락하는 일이 없도록 여성들이 통일 과정, 정책 입안 과정에 동참해 역사적 과오가 되풀이되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다.
_2부 3장 통일 한국의 여성 정책 방향 제안
결론적으로 북한과 남한은 지금도 강한 유교 문화 안에서 성립된 문화와 인식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유교는 조선 시대부터 이 땅에 남성 우월주의를 심어놓았고 정치, 남녀 관계, 가정, 일상의 방식에 두루 적용되는 남성 지배적인 구도를 만들어냈다. 이런 유교의 영향은 아직도 북한과 남한 여성의 삶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더 나아가 유교와 혼합된 한국 기독교는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이 되었다. 한국 기독교가 여성의 사회 참여에 대한 인식 변화에 많은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나 여성을 남성에 다음가는 이등 시민으로 만들었고 교회와 가정, 사회에서 수동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강화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_3부 3장 유교가 남한 여성의 삶에 미친 영향
한국교회는 여전히 여성신학의 각성과 외침의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오늘날 소위 “믿음이 좋다는 것”은 교회 지도자들의 가르침과 방향을 받아들이고 성서의 내용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며 거기에 순종한다는 의미일 뿐이다. 이런 상황들을 고려할 때 성차별 문제 해결은 올바른 “성서 해석”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분명하다. 한국교회의 기독교 학자들과 남성 목회자들은 여성의 소리를 진지하게 듣고, 더 나아가 성서의 본질적인 의미를 다시 깨달아 모든 인간의 존엄함을 선포하며 교회 안의 여성 인권 문제를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다.
_4부 1장 기독교가 한국 여성의 삶에 미친 영향
핵심은 형의 “판단”이 아니라 아버지의 “사랑”이다. 이는 모든 기독교인이 따라야 할 하나님 나라의 질서이기도 하다. 만약 타인을 도덕적 관점에서만 판단하려 한다면 우리는 율법주의에 빠지게 되고 상대방을 결코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실존적인 사랑과 행동은 두 아들을 회복으로 이끄는 더욱 강력한 요소임을 볼 수 있다. 이 원리는 남과 북, 두 나라의 회복에도 적용될 수 있다. 우리는 도덕적 판단을 떠나 남과 북이 형제와 자매라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또한 우리는 아버지의 사랑과 실천으로부터 진정한 용서의 방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아버지가 작은 아들을 위해 잔치를 베풀고 그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었던 것처럼, (바라건대) 남한 사람들은 한때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우리의 형제요 자매인 북한 사람들을 위해 잔치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_결론
책소개
우리에게 남북통일은 매우 절실한 과제다. 역사와 문화 및 핏줄을 공유하는 민족 공동체인 남한과 북한의 갈라짐은 자연스럽지 않다. 게다가 70년 가까이 이어진 분단은 지금까지 우리 민족에게 크나큰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신학적인 관점에서도 통일은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과제로서 함석헌은 분단 자체를 “죄”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한민족의 통일과 공동 번영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며 동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에 크게 이바지하는 사건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남북통일은 한반도 구성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에게 더 나은 삶을 안겨줄까? 우리 주변에는 통일이 되면 경제·교육·정치 분야에서 여성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역사를 돌이켜보면 충분한 준비 없이 이루어진 통일은 오히려 여성의 권리를 후퇴시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분단과 여성』은 통일 독일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국가의 역사적 전환기에 여성의 사회적 권익과 삶의 질은 부차적 문제로 취급되기 쉽다고 지적한다. 이는 저자가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여성의 목소리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사람들의 인식과 삶의 방식, 사회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종교”다. 여성이 겪는 차별은 표면적으로는 정책과 제도로 나타나는 “사회적 문제”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인식과 문화의 차원에서 나타나는 “종교적 문제”이기도 하다. 유교 문화와 결합한 한국 기독교의 가부장적 보수성은 통일 과정에서 여성의 지위를 결정하는 데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민족의 통일이라는 대업 앞에서 여성에게 불리한 사회적·문화적 인식이 개선되기는커녕 문화와 종교의 이름으로 더 완고하게 작용할 위험이 있다는 이야기다.
성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애써온 여성신학의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동등한 기회란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의 통일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여성이 통일 후 낙오자로 전락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남성 중심적인 전통 신학을 넘어서는 여성통일신학을 정립해야 한다. 여기서 세계의 여성신학자들이 추구해온 “평화와 평등 공동체”는 여성통일신학이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통일된 한반도에 평화와 평등 공동체가 세워져야 한다고 말하는 『분단과 여성』은, 이를 위해 “상한 마음의 치유”, “용서의 표현”, “타자들의 연대”, “사랑과 섬김의 실천” 등의 성경적 가치를 기초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민족은 통일을 통해 국토와 문화의 단절을 극복하고, 성령으로 우리를 연대하게 하시는 하나님 안에서 하나가 되는 “공동체”를 설립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특히 남한의 그리스도인들은 대화와 이해 및 협력을 통해 남성과 여성, 남과 북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고 탕자를 맞이한 아버지처럼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
여기서 민중 중의 민중으로 가장 큰 고난을 겪어온 이 땅의 여성들은 증오와 반목의 시대를 끝내고 용서와 연대, 공존의 시대를 열 수 있는 역사의 주인공들이다. 여성들은 이제 교회와 민족의 공동 지도자로서 민족 통일의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여성들의 각성과 노력을 통해 모두가 평화롭고 평등하게 공존할 수 있는 하나님 나라가 임하기를 바라보는 『분단과 여성』은, 통일을 준비하는 한국교회 안에서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여성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지은이 _ 조진성
장로회신학대학교 학부에서 기독교교육학(B.A.),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M.Div.)과 조직신학(Th.M.)을 공부했고 미국 클레어몬트 대학원대학교(Claremont Graduate University)에서 여성종교학 석사학위(M.A.)를, 조직신학과 여성신학으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평양노회에서 교단 최초로 안수받은 여성 목사 중 한 사람이며, 남편과 함께 17년간 미국 이민자 교회를 섬기며 학문과 목회를 겸하고 있다. 현재 로스앤젤레스 소재 리폼드 대학교(The Reformed University of USA) 학장으로 재직 중이며 만남의교회를 섬기고 있다.
목차
서론
- 왜 통일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 왜 여성 담론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 왜 한국교회의 현상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1부 통일 한국을 위한 신학적 기반
1장 통일에 대한 기독교적인 관점과 통일신학의 중요성
- 반공 기독교 사상의 발생 배경
- 1960년대 분단신학의 발전
- 1970년대 통일신학의 등장
- 1980년대 교회의 선교 과제로서의 통일
- 1990년대 진보와 보수의 협력
2장 한국 통일신학자들의 반응
- 함석헌의 통일신학
- 노정선의 통일신학
- 김용복의 통일신학
- 통일신학에 대한 여성신학의 비판
2부 통일 한국을 위한 정치적 기반
1장 독일의 통일 사례 연구
- 통일 후 독일의 가족 정책 및 동독 여성의 사회적 위치
- 동・서독의 정치・경제・사회적 상황 속에서 여성의 위치
- 통일이 독일 여성의 삶에 미친 영향
2장 통일 독일 여성의 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와 종교
- 여성의 일차적인 역할: 어머니
- 정치 문화 속에서의 여성
- 독일인의 신념과 삶의 방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서의 종교
3장 통일 한국의 여성 정책 방향 제안
- 한반도 분단이 한국 여성의 삶에 미친 영향
- 여성의 관점을 담은 통일 정책의 필요성
3부 통일 한국을 위한 문화적 기반
1장 유교가 한국 여성의 삶에 미친 영향
- 유교 문화 속 한국 여성의 이해: 어머니와 아내
- 한국 여성의 삶 속에서 드러나는 유교의 영향
- 가족 정책 속 여성의 지위 및 사회 활동
2장 유교가 북한 여성의 삶에 미친 영향
- 북한의 여성 정책
- 북한 여성의 경제적 상황
- 북한 여성의 정치적 지위
- 출산과 육아, 집안일의 사회화
- 가정에서 북한 여성의 역할
- 북한 여성과 유교
3장 유교가 남한 여성의 삶에 미친 영향
- 남한 여성의 경제적 지위
- 남한 여성의 정치적 지위
- 남한의 가족 정책 및 여성 지원 시스템
- 가정에서 남한 여성의 위치
4부 여성통일신학 담론
1장 기독교가 한국 여성의 삶에 미친 영향
- 긍정적 영향
- 부정적 영향
- 한국 기독교 속의 성차별주의
2장 평화와 평등 공동체를 추구하는 여성통일신학적 모델
- 쉬슬러 피오렌자의 “하나님 나라”
- 이사시 디아즈의 “공동체로서의 하나님 나라”
- 민경석의 “타자들의 연대”
3장 이상적인 여성통일신학 공동체의 기초
- 상한 마음의 치유
- 용서의 표현
- 타자들의 연대
- 사랑과 섬김의 실천
4장 새로운 공동체의 “공동 설립자”로서 여성의 위치
- 교회의 공동 지도자로서의 여성
- 민족의 공동 지도자로서의 여성
결론
참고 문헌
추천사
이 책은 남북 분단의 암울한 현실과 성차별의 한계를 뛰어넘어 평화통일을 지향하고 양성평등의 공동체를 희망하는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시대적 사명을 일깨우는 유익한 책이 되리라 확신한다.
_강호숙(신학 박사)
저자는 예민한 통찰력을 가지고 여성신학적 관점에서 통일의 여러 가지 측면을 체계적으로 고찰한다. 또한 남북 여성의 삶을 신학적・정치적・문화적으로 분석하고 “통일 이후에 어떻게 하면 여성이 차별 없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던지며 평화와 평등 공동체의 “공동 설립자”로서 여성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한다. 『분단과 여성』은 여성의 입장에서 쓴, 몇 안 되는 통일신학 책이다. 이 책이 통일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 특히 올바른 통일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_민경석(미국 클레어몬트 대학원대학교 신학 교수)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통일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깨뜨릴 뿐 아니라 통일의 모든 과정에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목소리를 정당하게 높여야만 한반도 여성 모두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제대로 된 통일을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여성의 권익을 “젠더”의 문제로만 아니라 민족, 계급, 종교라는 더 큰 지평 안에서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일깨우는 귀중한 책이다.
_박유미(신학 박사)
현재 남북한 모두 여성의 삶은 행복하지 않다. 통일 과정이 이를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면 이 역시 사력을 다해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할 주제임이 분명하다. 이 책은 상황을 깊이 진단하고 폭넓게 대안을 구하며 멀리 보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사려 깊은 연구의 결과물이다. 저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_양희송(청어람ARMC 대표)
조진성 교수의 『분단과 여성』은 그동안 같은 선상에서 논의된 적이 드문 “여성”과 “통일”이라는 주제를 연결하여 통일 논의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는 평등과 화해의 공동체로서의 통일 한국을 지향하는 여성통일신학의 관점에서 남북통일의 과정에 여성의 참여가 꼭 필요함을 강조한다. 머지않아 현실화될 한반도 통일을 준비하는 한국교회 안에 여성의 소리가 더욱 크게 울려 퍼지기를 기대하며 일독을 권한다.
_윤철호(장로회신학대학교 조직신학 교수)
이 책은 “분단과 여성”이라는 담론을 구성하기 위해서 기존의 분단신학, 통일신학, 사회와 종교에서 비롯된 여성 문제, 남북한과 동・서독 및 통일 독일의 여성 문제를 되짚어보고 앞으로의 방향까지 제시한 비상한 노력의 산물이다. 정직한 태도로 통일 문제에 도전한 저자에게 감사하며 한반도 문제의 공론장에 공급된 새물결을 반갑게 맞이하고자 한다.
_윤환철(미래나눔재단 사무총장)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민족 통합에 있어 여성의 참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통일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영감을 줄 만한 책이기에 일독을 권한다.
_카렌 토저슨(미국 클레어몬트 대학원대학교 여성신학 교수)
본문 중에서
통일은 단지 정치적・지리적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두 쪽으로 나뉘어 반목한 결과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린 한민족이 어떻게 다시 회복되어 하나의 국가 공동체가 될 수 있을지 고려해야 한다. 이 점에서 생명을 잉태하고 돌보는 품성과 경험을 가진 한국 여성들의 마음과 생각은 우리 민족의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매우 귀중한 자산이기에 여성은 새로운 가족으로서의 새로운 민족 건설에 있어 주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신학과 정책에 여성의 관점이 포함된다면 통일 한국은 더욱 조화롭고 정의로운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미래의 한국 사회를 위해 여성 관점의 신학과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
_서론
신학의 사명은 그 시대의 고통과 아픔의 문제에 대한 답을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남성 신학자들은 그동안 기독교의 전통 신학이 여성의 삶에 부과한 아픔의 역사를 보며 함께 울고, 더 나아가 “반쪽의 신학”에 머물렀던 신학의 “완성”을 위해 여성의 자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여성 담론”이 통일신학에 포함될 때 실질적 평화와 평등이 도래할 수 있다. 진정한 통일이란 단지 정치적・경제적・사회적 통합만이 아니라 억압과 착취와 부정의 없이 진정으로 평화로운 사회가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평화로운 공동체를 세우기 위한 통일신학은 여성의 목소리와 경험, 여성의 특성과 함께 발전되어야 한다.
_1부 2장 한국 통일신학자들의 반응
나는 그 근본적인 원인이 “종교”라고 본다. 이분법적인 성별 구분에 따르면 여성의 일차적인 책임은 어머니로서의 임무다. 정치, 문화, 가족 정책 기관은 여성의 사회적 위치와 고용을 결정하는 요소다. 이때 사람들의 생각과 신념, 삶의 방식 그리고 사회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 문화와 가족 정책 기관을 좌지우지하는 보다 중요한 요소가 바로 “종교”다.
_2부 2장 통일 독일 여성의 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와 종교
독일 통일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통일 과정에서 여성의 삶은 거의 고려되지 않았고 정책 수립 과정에서도 여성의 필요와 어려움은 반영되지 않았다. 더 나아가 두 개의 시스템이 통합되는 과정에서 국가적 문제와 다른 사회적 문제들이 우선시되면서 여성 문제는 뒤로 밀렸다. 이런 상황은 독일뿐만 아니라 과거 한국에서도 똑같이 발생했다. 따라서 우리는 독일의 발자취를 따르지 않으려면 새로운 통일 방안을 발전시켜야 한다. 통일 과정에서 여성이 사회적 낙오자로 전락하는 일이 없도록 여성들이 통일 과정, 정책 입안 과정에 동참해 역사적 과오가 되풀이되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다.
_2부 3장 통일 한국의 여성 정책 방향 제안
결론적으로 북한과 남한은 지금도 강한 유교 문화 안에서 성립된 문화와 인식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유교는 조선 시대부터 이 땅에 남성 우월주의를 심어놓았고 정치, 남녀 관계, 가정, 일상의 방식에 두루 적용되는 남성 지배적인 구도를 만들어냈다. 이런 유교의 영향은 아직도 북한과 남한 여성의 삶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더 나아가 유교와 혼합된 한국 기독교는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이 되었다. 한국 기독교가 여성의 사회 참여에 대한 인식 변화에 많은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나 여성을 남성에 다음가는 이등 시민으로 만들었고 교회와 가정, 사회에서 수동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강화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_3부 3장 유교가 남한 여성의 삶에 미친 영향
한국교회는 여전히 여성신학의 각성과 외침의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오늘날 소위 “믿음이 좋다는 것”은 교회 지도자들의 가르침과 방향을 받아들이고 성서의 내용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며 거기에 순종한다는 의미일 뿐이다. 이런 상황들을 고려할 때 성차별 문제 해결은 올바른 “성서 해석”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분명하다. 한국교회의 기독교 학자들과 남성 목회자들은 여성의 소리를 진지하게 듣고, 더 나아가 성서의 본질적인 의미를 다시 깨달아 모든 인간의 존엄함을 선포하며 교회 안의 여성 인권 문제를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다.
_4부 1장 기독교가 한국 여성의 삶에 미친 영향
핵심은 형의 “판단”이 아니라 아버지의 “사랑”이다. 이는 모든 기독교인이 따라야 할 하나님 나라의 질서이기도 하다. 만약 타인을 도덕적 관점에서만 판단하려 한다면 우리는 율법주의에 빠지게 되고 상대방을 결코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실존적인 사랑과 행동은 두 아들을 회복으로 이끄는 더욱 강력한 요소임을 볼 수 있다. 이 원리는 남과 북, 두 나라의 회복에도 적용될 수 있다. 우리는 도덕적 판단을 떠나 남과 북이 형제와 자매라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또한 우리는 아버지의 사랑과 실천으로부터 진정한 용서의 방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아버지가 작은 아들을 위해 잔치를 베풀고 그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었던 것처럼, (바라건대) 남한 사람들은 한때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우리의 형제요 자매인 북한 사람들을 위해 잔치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_결론